휴가철이 한창인 요즘, 완성차업체들의 판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부 재고 모델의 경우 수백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전시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느 누리꾼이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다.
이 게시물에는 한 장의 견적서가 있는데, 기아자동차 직원 할인이 적용된 K7의 가격 정보가 담겨 있다. 이 게시물을 올린 이는 “지인 덕에 직원 할인을 받았는데 1000만원 넘는 금액이 할인됐다”면서 “이 정도 가격이면 수입차를 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직원들은 어느 정도 할인을 받는 걸까?
현대기아차 홍보실 직원은 “현대차와 기아차 직원은 근속 기간에 따라 8~3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단,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와 상용차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차종을 고를 때 직급이나 부서에 따른 차별은 없다.
쌍용차는 근속 연수에 따라 10~29%의 할인이 제공된다. 차종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11~20%의 할인율이 직원에게 주어진다. 최대 할인율이 타 회사에 비해 적은 게 눈에 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일반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비교할 때 너무 큰 할인율은 위화감을 줄 수 있어서 이렇게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에도 확인을 요청했으나 홍보담당 부장이 회의 중이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모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직원 할인이 매우 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 애초에 이 정도로 큰 할인혜택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임단협 협상 때 노조 측의 요구에 의해 할인율이 점차 커진 것 같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실제로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현대기아차의 직원 할인율이 가장 크다. 만약 현대차 직원이 제네시스 G80 3.8 파이니스트에 AWD와 선루프를 포함해 차를 뽑으면 차 가격 7540만원에서 5278만원만 내면 된다. 직원 할인 가격이 웬만한 중형차 가격인 2262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은 대체로 2년에 한 번 주어진다. 2년만 지나면 다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데, 30% 할인을 받고 산 차를 2년 후 팔게 되면 구입가격보다 되파는 가격이 오히려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완성차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車 테크’라는 말도 나온다.
대기업에서 직원 복지차원에서 자사 제품을 할인해주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할인 덕에 2년에 차를 한 번 바꾸다보니, 보증기간이 끝난 차에 대한 문제를 내부 직원이 발견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서 근무하는 국내 모 자동차 AS센터 직원은 “요즘 수입차의 인기가 좋지만, 수입차 타는 이들이 부러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직원 할인 받아서 타다가 2년마다 갈아타니 거의 매번 새 차를 타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신차가 나오면 초기 품질불량은 어떻게 해서든 쉬쉬하며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해 있고, 이 때문에 노후차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을 내부 직원들이 알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직원 복지도 좋지만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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