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인자 뽐내는 잘난 잡종, 폭스바겐 티구안 TDI

발행일자 | 2009.01.28 10:05

사람들이 흔히 좋은 특성, 선호하는 특성과 결부해 생각하는 우성인자(‘우수한 인자’)는 생물학 등에서 얘기하는 그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승용차와 SUV의 교배로 태어난 티구안은 양측의 장점만을 제대로 뽑아가진 덕분에 굳이 그러한 구분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순종들마저도 부러워할만한 잘난 잡종 티구안. 가솔린 터보 200마력의 TSI모델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시장에서의 사실상 주력인 디젤 140마력의 TDI모델을 시승했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2009 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폭스바겐 투아렉의 승전보가 남미로부터 전해질 무렵, 그의 동생인 티구안TDI를 시승하게 되었다. 폭스바겐의 TDI가 ‘다카르 랠리 사상 디젤 경주차의 첫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직후인 만큼 티구안은 꽤나 우쭐거리는 듯 했다. 티구안은 ‘해치백의 교과서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벤치마킹 대상’인 골프의 플랫폼을 활용한 차다. 골프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아담사이즈로, 전장×전폭×전고가 4,427×1,809×1,683mm정도. 아반떼XD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현대 투싼과 비교해보면 길이만 더 길뿐 대동소이한 몸집을 갖고 있으며, 휠베이스(2,604mm)는 오히려 짧다.


외모는 골프와 별개다. 뒷모습을 멀리서 보면 (특히 지난 번 시승차처럼 흰색이라면) 얼핏 골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봤을 때 생각나는 차는 따로 있다. 투아렉? 그야 형 뻘인 SUV라 안 닮았어도 닮았다고 해야 할 판이니 그렇다 치고, 그보다는 얼굴과 테일램프가 파사트CC를 닮았다. 어차피 서로 비슷비슷한 패밀리룩이긴 해도, 6세대 골프의 테일램프가 되려 투아렉과 판박이인 것과 비교된다. 아무튼 파사트 CC(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CC’)는 요즘 폭스바겐 집안에서 가장 주목 받는 멋쟁이가 아닌가. 사람이든 차든, 기왕이면 잘생긴 쪽을 닮는 편이 좋다. 강한 인상을 가진 얼굴에 비하면 측면은 다소 심심해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사각형에 가까운 휠아치나 아래쪽을 크게 둥글려 ‘J’ 형상을 이룬 C필러 부근의 윈도우 라인 등이 그러한 인상을 주는 듯 하다. 어깨선과 캐릭터라인, 불거진 휀더 등이 표현해 내는 제법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는 차체 색상에 따라 허무하게 묻혀버리기도 하고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2006년 모터쇼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컨셉카의 오렌지색 페인트와 불꽃무늬 타이어는 물론 선택사양에 없지만 기왕이면 강렬한 색을 선택해보는 것이 어떨까.

헤드램프에는 40km/h 이하에서 작동하는 코너링램프가 내장되어 있다. 안쪽부터 깜빡이-코너링램프-상하향(바이제논)등 순. 안쪽하단의 가로로 긴 부분이 미등역할을 하며, 범퍼에는 헤드램프 세척장치를 내장했다.

각도에 따라서는 짧은 꽁무니를 치켜든 채 앞으로 쏠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하단부를 둘러싼 검정색 플라스틱 부분이 그러한 느낌을 가중시키고 있다. 범퍼 앞 끝에서 시작된 이 플라스틱 몰딩은 앞바퀴 둘레를 감싼 뒤 도어부분에서 뒤로 갈수록 넓어지고, 다시 뒷바퀴를 거쳐 뒷범퍼까지 연결된다. 이러한 장식은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풍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차체손상을 막아주는 실용성도 갖고 있다. 다단계의 가로선과 어울려 실제보다 지상고가 높은 차처럼 보이는 효과도 빠뜨릴 수 없다. 사실 티구안의 도어는 차체 바닥 면까지 감싸고 들어가 있다. 여느 차의 사이드씰처럼 보이는 부분도 실제로는 도어의 일부.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도어 끝단과 실내 개구부에 이중으로 웨더스트립을 두름으로써 밀폐성을 높이는 한편 문턱부분의 오염가능성도 낮추고 있다. 정측면에서 보더라도 지그재그로 꺾여있는 앞문과 뒷문 사이의 절개선 역시 이채로운 부분이다.

CC에서 부담스럽게 보였던 테일램프는 티구안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리잡았다. 붉은색 램프 안쪽에 깜빡이를 배치함으로써 링 형상의 제동등을 만들었는데, 비슷한 시도를 했던 예전 모 국산차의 싼티 나는 그것과는 격이 다르다. 얼핏 보면 뒷문이 범퍼까지 흘러내린 형상이라 추돌사고시의 파손이 걱정되지만, 이 역시 착시에 가깝다. 경미한 접촉사고에서는 아래쪽의 검정색 플라스틱 부분이 실제 범퍼 역할을 맡게 되며, 그에 비하면 테일게이트 하단은 꽤 높이 위치했다. 폭스바겐 차들을 종종 접해본 이들은 트렁크를 열 때 ‘이번에도 여기 있겠군’ 하고 엠블렘을 건드리기 쉽지만, 스위치는 테일게이트의 가장 밑단, 즉 번호판 윗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팔을 아래로 쭉 뻗어 더듬게 되는 위치다. 열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닫을 때는 제법 힘을 필요로 하는데, 이곳뿐 아니라 도어 등 전반적인 작동감이 묵직해 감성적으로 단단한 차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후진등은 하단의 검정색 범퍼에, 후방안개등은 왼쪽 테일램프의 안쪽 모서리에 내장되어 있다.

물론 티구안은 실제로도 단단한 차다. 강성 좋은 골프를 바탕으로 오프로드 주행까지 고려해 설계된 차가 아닌가. 이 급의 차들에서 험로 주행기능은 대부분 퇴화되다시피 한 상태이지만 후발주자인 폭스바겐은 고만고만한 경쟁모델들 사이에서 튀기 위해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초기 라인업에서는 2륜 구동 모델을 배제시켰고 자동변속기는 각광받는 DSG대신 토크컨버터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재래식 변속기로 돌렸다. ‘트랙&필드’라 불리는 오프로드 주행 특화사양도 유별나다. 기본형의 티구안은 SUV치고는 앞 오버행이 긴 편이라 험한 길을 달리기에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가령 국내수입사양인 ‘스포츠&스타일’의 경우 접근각이 18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랙&필드’는 앞범퍼를 잔뜩 치켜 올려 접근각을 28도로 키웠다. 도로주행에 만족하는 대다수의 구매자들과 달리 (비포장도로 수준이 아닌)오프로드 주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을 위해 모양부터 달리한 이 버전은 전자식 디퍼렌셜록과 내리막 속도유지장치, 과조작에 의한 미끄러짐을 막아주고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크게 해주는 가속페달 및 자동변속기 제어기능 등 주행보조장치들로 험로주행시의 자신감을 키워준다.

티구안 트랙&필드. 얼굴부터 다르다.

국내 사양은 오프로드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들의 덕을 볼 수 없지만, 기본 구조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탈각(25도), 램프각 (21도), 최저지상고(195mm)가 같고 엔진이나 4륜구동시스템에서도 차이가 없다. 일반 승용차나 2륜구동 차량에 비하면 여전히 한결 높은 수준의 전천후 주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티구안의 서스펜션은 골프와 달리 앞쪽에 ‘SUV용’ 맥퍼슨 스트럿, 뒤쪽에 4륜구동 시스템 적용을 위한 4링크 구조를 쓰고 있다. 티구안에 적용된 4모션은 뒤 차축에 배치된 할덱스 클러치를 통해 전후 구동력 배분을 통제한다. 평상시에는 앞바퀴로 90%의 구동력을 몰아 연료소모를 줄이지만 양측의 속도차이가 발생되면 상황에 따라 최대 100%까지의 구동력을 뒷바퀴로도 몰아줄 수 있다. 최신형 할덱스 클러치의 적용에 따라 반응속도가 향상됨으로써 능동적 주행안전장치로서의 역할또한 더욱 믿음직스러워졌다.

이전 시승팀에서 오프로드를 다녀왔나 보다. 보닛에는 가스리프트가 없다.

티구안은 엔진 모두를 자연흡기가 아닌 과급방식으로 통일했는데, 그 중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2.0 가솔린(TSI) 200마력과 2.0 디젤(TDI) 140마력이다. 티구안의 전체 라인업을 놓고 보면 가솔린은 최상급, 디젤은 중간급이 들어온 셈. 한국시장에서의 주력인 2.0 TDI는 2.0 TSI와 6단 자동 팁트로닉 변속기(AG6), 풀타임 4륜구동계(4모션)을 공유하며, 사양이나 장비도 거의 동일하다. TSI대비 빠지는 부분은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가 없다는 것과 17인치가 아닌 16인치 휠이 달린다는 정도. 그 외에 파노라마 선루프, 한국 버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반자동주차장치, 전동식 주차브레이크, 오토홀드 기능 등을 모두 갖췄는데 가격은 TSI보다 350만원이 싸다. 티구안 TDI는 4,200rpm에서 1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750~2,500rpm에서 32.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얼핏 골프 TDI와 같은 내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엔진이 바뀌었다. 폭스바겐 그룹 고유의 PD(펌프노즐, 펌프인젝터, 펌프디젤…)방식을 고수한 거의 마지막 주자인 골프 TDI와 달리 티구안의 TDI는 피에조 인젝터를 채용한 커먼레일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외견상 출력과 토크 수치는 같고 최고출력 발생시점이 200rpm 상향되었을 뿐이지만 실제로는 압축비도 18.0:1에서 16.5:1로 낮아졌다. 기존 엔진 대비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푸념을 유발할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러워진 것이 특징이다.

공회전시나 저속주행시의 엔진 소음은 최신의 국산차와 비교해도 딱히 더 조용하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역시 디젤이군’하고 느낄 정도의 진동이 없어 좋다.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는 19,000km에 가까웠다.) 체감 성능은 DSG변속기와 함께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던 골프TDI나, 티구안 TSI와 비교하기엔 평범하다. 가속시 한계가 뚜렷해서, 초반의 박력에 비해 뒷심이 부족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느낌과는 달리 제원상의 0-100km/h 가속시간은 10.7초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고속영역에 있어서도 170km/h까지의 가속이 그리 어렵지 않은 걸 보면 실용적인 면에서 아쉬울 일은 드물 것 같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시내주행에서는 엔진음의 오르내림을 통해 변속기의 분주한 움직임을 알 수 있는데,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는 신경 쓰이는 정도의 엔진 브레이크가 작용하기도 하고 브레이크 페달 역시 나름 민감해 조심해서 밟게 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주행감이다. 하지만 전동식 주차브레이크와 오토홀드라는 훌륭한 편의기능을 생각하면 이러한 점들은 눈감아 줄만한 수준이며, 민첩한 반응을 가진 조향장치와 짧은 체감 회전반경 덕분에 꽤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긴 했으나 온로드의 주행성능은 기본. 티구안은 핸들링 성능을 잊지 않고 챙겼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음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고속주행시 안정감이 뛰어나 체감속도가 낮은 편이다.

타이어로는 215/65R16사이즈의 브릿지스톤 ‘듀얼러 H/P 스포츠’를 끼웠는데, 물컹거리지 않는 듬직한 서스펜션에 적당히 느슨한 타이어를 조합해 국내 도로 상황에 잘 어울리는 설정을 취했다. 235/55R17 사이즈의 미쉐린 ‘래티튜드 투어 H/P’를 끼운 TSI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오프로드에의 접근도 용이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차체 대비 바퀴가 옹색하게 보이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휠 모양만 놓고 보자면 이쪽이 더 시원시원한 디자인인데도 그렇다. 정속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100km/h에서 2,000rpm, 80km/h에서 1,600rpm정도. 공인연비는 12.2km/L로, 15km/L대를 자랑하는 골프TDI와 비교하기에는 역부족이나, 넉넉한 실내공간과 폭넓은 활용성,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면 그리 아쉽지 않다. 특히 시승차에 남겨진 2,900km구간의 평균연비가 12km/L였고 시승기간의 평균연비 역시 그 이상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실제 운용시의 연비도 섭섭지 않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티구안의 연료탱크 용량은 골프보다 조금 더 큰 63리터인데, 시승차의 경우 가득 채웠을 때 950km, 연료계가 절반에 걸쳤을 때도 500km의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표시되었다.

티구안의 광고를 보면 검정색과 흰색, 두 대의 티구안이 위 아래로 각기 다른 길을 달린다. 검정색은 수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모는 차, 흰색은 남편인 흑인가수 씰이 모는 차다. 그녀의 티구안은 잘 닦인 도심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고, 그 놈…아니 그 남자의 티구안은 멀쩡한 길 놔두고 울퉁불퉁한 하천길을 거침없이 달린다. 두 사람은 결국 집 앞에서 만난다. 한 집에 같은 차가 두 대. 그 중 하얀색 차가 오프로드 버전인 ‘트랙&필드’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광고였다면 -모델부터 션, 정혜영 부부로 바뀌었겠고 – 한 대는 TDI, 한대는 TSI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무튼 티구안의 이중적 매력을 잘 보여주는 광고다. 티구안은 독일 모 자동차 전문지의 인터넷 공모를 통해 ‘호랑이(tiger)’ + ‘이구아나(leguan)’라는 그럴싸한 이름 조합으로 태어났다. 승용차와 SUV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CUV임을 은유 하는 제법 근사한 이름이다. TSI가 호랑이라면 TDI는 이구아나의 성향을 더 많이 타고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쪽이건 티구안은 승용차와 SUV의 장점을 솜씨 좋게 아우른 탐나는 잡종임에 틀림이 없다. ▶ [rpm9]주차의 달인, 폭스바겐 티구안의 자동주차기능▶ [rpm9]폭스바겐 티구안 광고 동영상 (씰, 하이디 클룸 부부 출연)▶ [rpm9]폭스바겐 티구안,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 등급 수상▶ [rpm9]폭스바겐 티구안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rpm9]폭스바겐 티구안 월페이퍼 갤러리▶ [rpm9] www.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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