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유어 마인드, 뉴 미니 쿠퍼 컨버터블

발행일자 | 2009.03.26 06:42

꼭 일년만이다. 지난 해 이맘때는 미니 쿠퍼 클럽맨을 시승했었다. 화이트데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클럽맨은 실내외가 온통 쪼꼬렛…초콜릿 색이었다. 데자뷔…인가? 오늘 만난 미니도 같은 색을 둘렀다. 자주색인줄 알았던 소프트탑의 지붕색은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초콜릿 색으로 바뀌었고, 실내도 밝거나 어두운 초콜릿 색들의 조합이다. 그나마 이번엔 차체색상이 푸르스름하다. 파란…색? 흔히 보던 미니의 ‘신나는’ 파란색이 아니다. 청회색쯤인 것 같다. 지인이 무슨 색깔을 시승했냐고 물어보기에 무심코 참치색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통조림 속 참치 살을 생각했을까? 시내에 돌아다니는 숱한 미니 중 이런 색상은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닛산이 만들었던 -가짜 클래식카지만 사랑스러운- 피가로가 생각났다. ‘모던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색이다. 쿠퍼나 쿠퍼S보다는 미니 원에 더 어울릴 색인가도 싶다. “이거, 당신이 좋아하는 색조합 아니야?” 동행이 묻는다. “아니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려들면 곤란하다. 미니를 시승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자칫 방심했다간 이후로 두고두고 열병을 앓게 될지도 모르므로. 글 /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시승 중에도 정말 많은 미니와 마주쳤다. 아무리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인다’고는 해도 이렇게 많이 보일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서도 잘 팔리나 보다. 많이 팔리면 좋다. 중고 중에 좋은 매물을 골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니 같은 차는 중고 값이 잘 안 떨어진다. 덕분에 새 차를 사는 사람들은 기분 좋게 지갑을 열고, 중고차 사이트를 뒤지던 사람들은 ‘오너들끼리 가격담합이라도 한거야?’ 울상을 짓는다. 그런데, 그 많은 미니 중에 컨버터블은 없었다. 시승일정이 잡힌 후로는 길에 나갈 때마다 열심히 찾아봤지만 한대도 만날 수 없었다. 시승 막판에,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구형 컨버터블과 마주쳤을 때는 감격의 눈물이 찔끔 나왔을 정도였다. 약간은 의외였다. 차라리 뉴 비틀 카브리올레나 PT크루저 컨버터블은 종종 보는 편인데, 어째서 미니는 컨버터블이 드물까? 너무 잘 달리는 차라서? 잘 달린다고 지붕이 홀랑 벗겨지는 것도 아닐텐데…


일주일 전에는 포르쉐 박스터S를 시승했다. 역시 지붕이 열리는 차다. 박스터의 시승날에는 황사가 심했다. 지붕이 열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를 해야 하는데, 이게 왠 저주란 말인가. 보는 사람마다 혀를 찼다. 그래도 애써 웃으며 말했었다. “아주머니들 운동할 때 쓰시는 외계인 마스크라도 쓰고 타렵니다.” 물론 그런 추태는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마스크를 쓰고 타야 한다면 미니 컨버터블이 잘 어울릴 것 같다. 3월에 문을 연 부산의 미니 전시장 건물에서는 미니가 벽을 타고 로켓처럼 하늘로 솟아오른다. 미니 컨버터블의 신차발표회는 지붕이 열린 차에 사람 넷이 탄 상태로 자동세차기를 통과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역시 미니다. 엽기적인 설정도 미니에서는 웃음이 되고 재미가 된다. 마스크든 뭐든 쓰고 타도 재미있을 것이다. 마침 모터사이클 시승을 나온 에디터가 멋진 헬멧을 들고 왔다. 빌려 쓰고 미니 컨버터블의 엽기 시승사진을 한 컷 만들어볼까 했으나 우려했던 대로 헬멧이 작…머리가 커서 포기했다.

미니 컨버터블은 여전히 카트와 같은 주행감각을 선사한다. 하지만 카트처럼 헬멧을 쓸 필요는 없다. 아니, 모자도 안 쓰고 타길 권한다. “앞 머리만 넘겨드릴까요? 아니면 반백? 아니면 올백?”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미니 컨버터블의 장기다. 다른 차들과 달리 ‘선루프’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지붕 개폐 스위치를 당기면, 당기는 만큼만 머리 위의 지붕이 열린다. 하지만 계속 당기고 있어도 뒤통수 부근에서는 한번 멈춘다. 40cm지점. 여기까지가 선루프다. 다시 한번 당겨주면 지붕이 뼈대와 함께 접히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다른 컨버터블의 지붕 접기 동작과 다를 바 없다. 중간에 멈출 수는 있지만 지붕 개폐 동작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게 된다. 지붕을 접고 나면, 그냥 달리느냐, 윈드 디플렉터(바람막이)를 장착하고 달리느냐, 옆창을 올리고 달리느냐에 따라 헤어스타일이 결정된다. 옆창도 옆창이지만, 디플렉터의 효과가 크다. 굳이 산발을 하고 다니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뒤에 사람을 태우는 대신 디플렉터를 설치하고 다닐 일이다. 디플렉터는 뒷좌석 윗부분에 설치한다. 안 쓸 때는 착착 접어서 예쁜 가방과 함께 트렁크에 보관하면 된다. 방법만 익히고 나면 혼자 설치하고 접어 넣는데도 아무 불편함이 없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15초. 잠금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는 완전 자동이라 편하지만, 원터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벌을 서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지붕 개폐 스위치가 헤드 콘솔에 있으니 여닫는 동안은 팔을 들고 있어야 하고, 다른 스위치들과 나란히 놓인 탓에 엉뚱하게 조명스위치를 누르면서 지붕을 쳐다보고 있는 코믹한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30km/h까지는 주행 중에도 여닫을 수 있지만 이때도 원터치로는 작동하지 않으니 달리면서도 벌을 서야 한다. ‘선루프’부분의 개폐만은 120km/h까지 자유. 주차 중에는 리모컨으로도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닫을 때는 선루프 부분에서 멈추지 않고 한번에 끝까지 닫힌다.

옆 창문 네 개는 하나의 버튼으로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열 때는 원터치지만, 닫을 때는 계속 당기고 있어야 뒷 창문 두 개가 먼저 올라가고 이어서 앞 창문 두 개가 올라간다. 창문 스위치는 다른 미니들처럼 센터페시아에 토글스위치로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 창문과 동반석 창문 스위치 외에 ‘==’표시가 돼있는 스위치가 바로 네 개를 한번에 다스리는 용도다. 나머지 실내는 다른 –지붕고정식-미니들과 다를 바 없다. 운전석 계기판 옆에 커다란 혹이 하나 붙은 것과 글로브 박스 열림 버튼에 잠금장치가 추가된 정도. 뒷좌석 폴딩 버튼에도 잠금장치가 달렸다. 컨버터블의 취약한 보안성을 보완하기 위한 설정으로, 지붕을 열어놓은 차에 접근해 글로브박스나 트렁크에 들어있는 귀중품을 훔쳐가는 사고를 예방한다.

클럽맨이 아니라서 뒷좌석은 다리공간이 좁다. 지붕을 열면 머리 공간이야 탁 트이겠지만 일반 미니건 미니 컨버터블이건,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은 그리 보고 싶지 않다. 설사 그것이 F4라 할지라도. 구형 미니 컨버터블에서 롤러코스터의 안전장구마냥 솟아있었던 뒤편의 롤바는 액티브 타입으로 바뀌면서 자세를 훨씬 낮추었다. 번쩍거리는 커버가 도금 플라스틱인 것은 아쉽지만 전복사고 때는 150m/s의 속도로 솟아올라 탑승자를 보호해준다. 헤드레스트도 투구형으로 내려앉아 겉보기에도 좋고 후방 시야 확보에도 유리해졌다. 다만 지붕을 씌웠을 때는 소프트탑의 옆면이 후측면 시야를 많이 가린다. 시커먼 썬팅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트렁크 덮개는 아래쪽으로 열려 클래식한 맛을 더하는데, 게다가 80kg까지 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에 사람이 걸터 앉아도 된다. 트렁크 용량은 지붕을 열었을 때 125리터, 닫았을 때 170리터이고, 뒷좌석을 접으면 660리터가 된다. 입구가 좁지만 큰 불만이 될 수 없다. 지붕이 안으로 접히지 않고 주로 외부에서 노니 그나마 이 정도라도 공간이 나온 것이다.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는 트렁크쪽 지붕 프레임을 35도쯤 위로 젖혀 짐을 좀더 수월하게 부릴 수도 있다. 다른 미니들처럼 런플랫 타이어를 쓰기 때문에 스페어 타이어가 없고, 따라서 바닥에서 힘들게 꺼낼 일도 없다.

시승차는 미니 ‘쿠퍼’ 컨버터블. 터보차저가 없는 1.6리터 4기통 엔진을 장착했지만 6단 자동변속기를 이용해 120마력, 16.3kg.m의 당찬 힘을 재미나게도 뽑아 쓴다. 몸무게는 쿠퍼 해치백보다 100kg이 늘었는데, 쿠퍼 클럽맨보다도 20kg이 더 무겁다. 0-100km/h 가속시간은 11.1초. 절대적으로는 빠르지 않아도 날랜 느낌은 여전하고, 바바바방~ 하고 튀어나가는 순발력은 ‘쿠퍼S’가 부럽지 않다는 착각(?)에도 빠지게 한다. 쿠퍼라서 스티어링휠에 오디오 리모컨은 없지만 변속 패들은 붙어있다. 엄지손가락을 튕기듯 조작해 기어를 내리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서스펜션은 또 어떻고? 요만한 차체에서 이처럼 민첩하면서도 묵직한 하체 반응을 보여주는 차가 또 있던가? 코너를 탈출하면서 예상라인보다 안쪽을 파고드는 날렵한 몸놀림에서는 컨버터블의 핸디캡을 느낄 수 없다. 선루프, 혹은 지붕을 열었을 때는 쾌감이 배가되지만, 의외로 정숙하고 편안한 주행까지 흉내 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췄다. 뼈대가 유난히 옹골차게 짜여진 소프트탑은 소음, 진동 면에서 빈틈이 없어 보인다. 100km/h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2,300rpm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차의 특성상 6단 치고는 높은 편이다. 공인연비는 13km/L. 시승차는 한바탕 신나게 달리고도 10.5km/L를 기록했다. 미니의 장점 중 하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니에는 대시보드 중간에 커다란 속도계가 붙고, 운전석 계기판에는 엔진회전계만 달린다. 대신 아날로그 회전계 안의 디지털 화면에 현재속도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다. 뉴 미니 컨버터블에는 여기에 기능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다시 한번 재기발랄함을 뽐내는 ‘오픈타이머 (Always Open Timer)’가 그것이다. 깜빡이의 보드컴퓨터(BC)버튼을 누르다 보면 디지털 화면에는 컨버터블이 내려진 미니의 그림과 함께 두 가지 시간이 표시된다. 지금까지 지붕을 열고 주행한 시간이 구간/누적으로 나타나는 것. 계기판에 혹처럼 붙은 아날로그 타이머에는 시간이 LED 눈금으로, 분이 바늘로 표시되어 역시 얼마나 오랫동안 바람을 맞으며 달렸는지를 알려준다. 미니 컨버터블의 슬로건인 ‘ALWAYS OPEN’을 아예 제품에 반영해 놓은 셈이다. 신차 발표회에서 선보인 ‘24시간 버티기’ 컨셉도 마찬가지. 미니 컨버터블의 지붕을 연 채로 탑승자 4명이 24시간을 버텨냈고, 마지막에는 그 상태로 세차장을 통과했다. 세차와 목욕, 세탁을 한번에? 다른 미니도 그렇겠지만 최고급 시트를 적용한 이 시승차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구형 미니 컨버터블이 선보였던 ‘미니 컨버터블에 다양하게 올라타는 방법’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사실 그 동안은 지붕이 완전히 열리는 컨버터블보다 지붕 윗부분만 선루프처럼 열수 있는 캔버스탑이 미니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지붕을 내린 뉴 미니 컨버터블의 모습은 그러한 생각을 흔들리게 한다. 지붕색상은 기존의 검정색뿐 아니라 데님이나 핫초코(시승차의 것)중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시트도 네 가지 색상으로 준비되었다. 오픈 유어 마인드, 오픈 유어 라이프!다.

▶ [rpm9] 미니 쿠퍼 컨버터블 시승기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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