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돌쇠, 라세티 프리미어 2.0 디젤

발행일자 | 2009.04.18 20:24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줄이면 ‘라프디’가 된다. 어딘가 이국적이고 요정스럽기도 한 이름인데 실제 이미지는 돌쇠다. 마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 돌쇠. 글 /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2.0 디젤엔진의 추가는 지난 가을 라세티 프리미어의 데뷔 때부터 예고되어 있었는데, 경쟁모델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0 디젤인데다가 윈스톰, 토스카 디젤과 동일한 ‘VCDi’ 엔진을 탑재한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다. VGT(가변 지오메트리 터보)를 거세당했던 기존 라세티 디젤(TDCi)의 아쉬움을 만회할 때가 된 것이다. 1.6 가솔린이야 예전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덩치에 작은 엔진을 올린 탓에 답답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2.0 VGT라면 본래의 이미지에 맞는 스포츠성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을 터였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옥외주차장에서 라프디와 만났다. 처음 차를 받을 때는 둘러볼 시간도 없이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야 했는데, 한동안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렇게 조용하단 말이야?’ 날씨가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었기에 창문을 연 채 쾌적함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 앞을 가로막은 버스가 매연을 뿜는 듯 해서 창문을 닫았더니 주변소음에 묻혀있었던 엔진소리가 그제서야 치고 들어왔다. 방음이 잘된 디젤승용차의 경우 평소에는 가솔린 차 못지 않게 조용하다가도 창문을 내리면 디젤임을 실감하게 되는데, 라프디는 반대인 셈이다. 물론 속도를 높일수록 소음이 잦아드는 것은 여느 디젤차와 다를 바 없고, 앞서의 상황처럼 주변 소음이 있거나 공조장치가 작동중인 경우, 오디오를 켜둔 경우에는 좀처럼 주의를 끌지 않기도 한다. 경쟁모델이나 비슷한 급의 수입디젤승용차들까지 한데 묶어서 생각해보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정도의 소음이지만, 가속페달 개도나 엔진 부하에 따라서는 상당히 낮은 회전수에서도 거슬리는 소리가 나곤 하기 때문에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은 좀더 잡아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럽에서야 문제 없겠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들만큼 관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진동이 적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공회전 중에도 ‘따르르륵’하고 떨리는 소리가 큰데, 그에 비해 스티어링휠이나 페달, 시트를 통한 진동의 전달은 딱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1.6 가솔린 모델도 시트에는 약간의 진동이 있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진동 유입 부분에서는 선방한 셈이다. 엔진 소리가 다른 소음들에 쉽게 묻히곤 하는 것도 이처럼 진동이 적은 덕분에 주의를 덜 끌어서일 것이다. 소음은 차량 구입 후에도 추가적인 방음시공을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지만, 진동은 그러기 힘들다는 면에서도 차라리 긍정적이다. 다만,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가 아직 6,000km에 불과하다는 점과 매체 시승용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차량이라는 점은 가감해야 할 것이다. 라프디의 2.0 디젤엔진은 4,000rpm에서 1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2,000rpm에서 32.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가솔린으로 치면 출력은 중형차 수준이고 토크는 3.3 V6가 부럽지 않으니, 수치상으로는 준중형급에서 경쟁상대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다. 물론, 디젤, 그것도 최신의 3세대가 아닌 2세대 커먼레일 방식을 쓰고 있는 만큼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뒤지고 체감 가속 또한 감동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초기의 다소 굼뜬 반응만 참아내고 나면 어지간한 부하에는 개의치 않는 뿌듯한 가속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 언덕길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가면서도 여전히 여유만만한 엔진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동급최강’이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자동변속기와의 조화다. 교차로나 언덕길 등에서 감속했다가 재가속하는 경우, 몸만 앞으로 나가고 차는 멈칫거리는 현상이 잦다. 수동모드의 조작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지만, 변속조작에 대한 반응이 두세 템포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6단이라는 프리미엄이 주었던 만족감을 깎아먹기 쉽다.탐탁치 않은소음으로 인해 풀가속이나 수동모드에 의한 강제적인 고회전 유지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차의 특성에 익숙해지고 나면, 변속기를 D에 둔 채 한번에 ‘쿡’이 아니라 지그시 ‘쑤우욱’ 밟아주는 가속페달 조작법에 스스로를 맞추게 된다. 이것이 라프디의 돌쇠 같은 뒷심을 즐기는 적절한 운전법일 것이다. 수동모드에서는 4,500rpm에서 회전제한이 걸리고 자동으로 시프트업은 진행되지 않는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각 단의 최고 속도는 55, 80, 130, 170km/h 정도다. (하지만, 감속 중 시프트다운을 시도하면 계기판상으로는 80km/h에서도 1단이 선택되어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국내 제원상의 0-100km/h 가속은 9.2초이고 시승차도 간이측정에서는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는데, 유럽 수출형 모델인 시보레 크루즈는 5단 수동변속기 버전의 0-100km/h 가속을 10.0초로 표기하고 있어 흥미롭다. 참고로 국내 판매중인 5세대 골프 TDI는 이 부분에서 9.3초, 푸조 308 HDi는 10.6초, BMW 320d는 8초를 제시하고 있다.

고속 점유능력 또한 여유롭다. 제원상 최고속도인 208km/h까지 단박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4단 이후까지도 호쾌한 가속이 이어지기 때문에, 주구장창 밟고만 있어야 했던 동급모델들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동력성능뿐 아니라, 오래 전 대우차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듯 뛰어난 안정감을 발휘하는 라세티 프리미어 특유의 하체 감각도 빛이 난다. 적당히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묵직한 움직임으로 노면에 밀착되어 달리는 느낌이 유럽제 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가진 스티어링휠과 민첩한 조향반응 역시 물러터진 세팅에 질린 이들이 쌍수 들어 환영할만한 부분이다. 비록 1.6 가솔린보다 165kg이나 무거워지면서 그 무게가 앞으로 쏠리긴 했지만 일상주행에서 신경 쓰일 부분은 아니고, 본격 스포츠주행에 나설 이라면 그만한 채비를 갖출 터이니 새삼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령, 시승차의 경우 최고급모델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이라 17인치(1)가 아닌 16인치(2) 휠을 끼웠고, 타이어 제품 자체도 예전에 시승했던 1.6 가솔린 풀 옵션 모델(3)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엄살이 심하고 과격한 코너링시에는 하중이동을 잘 받쳐주지 못해 스포츠 주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특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승차감과 연비, 순발력 면에서는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커다란 휠 하우스를 휑하게 만드는 16인치 휠의 가난한 디자인은 서울모터쇼 때 전시되었던 검정색 튜닝카의 19인치(4)까지도 탐하게 한다. 토크가 넉넉한 디젤이니 눈 딱 감고 한번 해볼 만도 하겠는데, 휠 규격상 PCD를 건드리지 않고는 애프터마켓용 휠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작정하고 나선 이가 아니라면 타이어 단면이 20mm 더 넓은 순정 17인치로의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가격대비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225/50R17, (2) 205/60R16, 금호타이어 솔루스 KH25 (3) 215/50R17, 한국타이어 옵티모 H426 (4) 225/40/19, 한국타이어 벤투스 V12 EVO

시승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370km 주행에 11.6km/L로, 연료탱크가 작지 않은데도 연료계 바늘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져 체감연비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100km/h 순항시의 엔진회전수가 1,400~1,600rpm에 불과한 것을 보면(1.6 가솔린은 2,300rpm) 주행여건에 따라서는 6단 변속기와 디젤이 어울린 장점을 톡톡히 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어가 5단에 머무는 80km/h에서도 회전수는 1,200rpm으로 바닥수준이다. 공인연비는 6단 자동이 15km/L이고 5단 수동이 19km/L라, 이래저래 수동변속기 쪽에 관심이 가게 되지만, 6단을 놔두고 5단을 선택하기는 왠지 억울한 생각도 든다. 자동변속기는 162만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시승차는 ‘CDX 일반형 A/T’ 모델로, 얼마 전 ‘블루 앤 블랙(Blue & Black)’으로 이름을 바꾼 최고급형 대비 17인치 휠/타이어와 가죽시트, 버튼타입 스마트키, ECM룸미러, 앞좌석 헤드레스트 틸팅 기능이 빠져있는 사양이다. 기본 차값 1,875만원에 주행안정장치인 S-ESC(39만원)와 선루프(49만원)를 추가해 총 1,963만원이 몸값. 2.0이지만 1.6 엔진의 경쟁모델보다 비싸지 않다. ECM룸미러, 앞좌석 헤드레스트 틸팅, 가죽시트는 한 단계 아래급인 SX에서도 고급형을 선택하면 적용되는 사양이고, 윗급의 블루 앤 블랙은 상시 조명방식인 계기판의 아이스 ‘블루’ 조명 강조와 센터페시아의 피아노 ‘블랙’ 처리를 특화 시켜놓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Y자 부분 고광택 처리는 라세티 프리미어의 실내 디자인 컨셉인 ‘듀얼 콕핏’을 더욱 강조해주고 한층 세련된 인상을 풍기기 때문에 DIY교체품목으로도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시승차는 대시보드(IP,인스트루먼트 패널)와 도어 트림에 인조가죽이 아닌 직물 커버가 적용된 상태. 평소에 실물이 궁금했던 파란색/검정색 조합이라 더욱 반가웠다. 이 부분에 사용되는 직물은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메쉬 타입으로, 스포츠 의류나 신발 등에서 볼 수 있는 그것과 유사하다. 일부에서는 오염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앉았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이라 괜시리 부담스럽게 느껴질 뿐이지 원래부터 시트와 도어트림 등에는 사용되던 재질이니 대시보드까지 덮었다고 해서 특별히 관리상의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시승차의 경우 파란색 바탕에 검정색 메쉬가 덮인 상태이기 때문에 빛과 각도에 따라서는 파란색보다 청록색처럼 보이는 경우도 잦았다. 이 원형 메쉬는 센터페시아의 촉각처리된 메탈그레인 패턴과도 연결성을 가진다. 대시보드, 도어트림과 같은 색조합으로 마감된 직물시트는 이전 시승차의 벽돌색 투톤 가죽시트보다 위화감이 덜하고, 덜 미끄러운 것이 장점이었다. 편하면서도 코너링시 쏠리는 몸을 잘 잡아주는 형상이라 스포티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그 사이 군살이 붙은 탓인지 허벅지를 받쳐주는 방석부분이 좁고 모나게 느껴졌다. CDX급에는 스티어링 휠의 거리 조절 기능이 있고, 시트의 앞뒤 거리와 높이 조절(펌핑타입) 폭도 각각 24cm와 6.5cm로 넓게 잡아놓아 다양한 체형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다.

스티어링 컬럼은 시동버튼/스마트키 사양과 형상 자체가 다르다. 키를 쉽게 꽂을 수 있도록 옆구리가 툭 튀어나왔는데, 키홀 조명까지 달았으면 금상첨화일 뻔 했다. 리모컨 일체형 시동키의 형상은 스마트키와 동일한데, 트렁크 버튼 부분에 그려진 자동차의 바퀴 두 개를 양각 처리해놓은 것이 귀엽다. 시동방식은 키를 시동위치로 한번만 돌렸다 놔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원터치 타입이라 고급스럽고, 시동이 걸릴 때만큼은 소음이나 진동 모두 잘 다듬어진 느낌을 준다. ‘럭셔리 준중형’이라는 타이틀을 뺏어오려는 듯 한껏 화려하게 치장된 모델이라 볼거리도 많다. 도어 유리는 운전석의 것이 원터치로 업다운 될 뿐 아니라 나머지 유리 모두 원터치 다운 기능을 갖고 있는 동급 최초의 사양이고, 선루프는 틸트시킬 때 독일 모 브랜드의 것처럼 고급스러운 작동음을 낸다. 주행 중 자동으로 잠겼던 도어록이 변속레버를 P에 옮기면 알아서 풀리도록 한 것도 많은 이들에게서 점수를 따는 부분이다.

오디오는 인대시타입 6CD체인져와 MP3를 지원하고 6개의 스피커가 달려있다. 기본형부터 암레스트 안쪽에 AUX단자를 넣어주지만 USB나 블루투스의 지원은 아직이다. 센터페시아 윗부분의 액정(GID, 그래픽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은 해상도가 떨어져 값싼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인데, 오디오나 공조장치의 정보를 보여줄 뿐 아니라 차량의 기능과 관련된 다양한 맞춤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앞유리, 뒷유리의 자동습기 제거기능 사용여부, 도어록 해제시 경고음이나 라이트 사용 여부, 속도에 따른 오디오 볼륨 보상 정도, 경고음 볼륨, AQS의 감도 등등을 일일이 설정할 수 있다. 어지간한 수입차에서도 보기 힘든 사양이다. (그런데, 날짜보다는 시계가 크게 표시되었으면 좋겠다.) 각종 버튼들은 합리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쓰기 편하고 촉감이나 조작감등이 고급스럽다. 다만 빨간색 전원 스위치 모양이 그려진 공조장치 ON/OFF 버튼은 의외로 눈에 잘 띄지 않고, 비상등 스위치도 막상 누를 때는 헛손질을 하게 된다. 기다란 실린더 형상으로 된 깜빡이 레버는 3번 깜빡이고 꺼지는 차선변경 기능이 있어 편리하고, 깜빡이 작동음보다 비상등 작동음의 템포를 더 빠르게 설정한 센스가 좋다.

변속기레버가 달린 센터 터널부분은 컵홀더가 자리한 센터콘솔보다 높게 위치해 레버 조작시 팔을 들어올린다는 느낌이 더 든다. 이것도 운전시 스포티한 감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설정된 것이라고 하는데, 레버 조작의 스트로크가 긴 탓에 뒤로 치우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빈 플라스틱처럼 견고하지 못한 조작감을 주는 것이 흠이다. 덩달아 센터 암레스트도 멀게 느껴지지만 이 부분은 슬라이딩 기능이 있어 앞으로 당길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당히 스포티하고도 입체적인 형상이다. 림에는 엄지를 걸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파지시 두툼한 느낌이 들도록 굵기를 조절했다. 윗급의 스포츠 세단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부분으로, 나중에 공개된 시보레의 전기차 볼트도 같은 스티어링 휠을 달고 나왔다.

뒷좌석 공간은 동급 최대라고 주장하는 부분으로, 현대/기아의 경쟁모델들보다 3.5cm가 더 긴 2,685mm의 휠베이스를 통해 이를 성립시켰다. (신형 SM3는 이보다 더 긴 2,700mm의 휠베이스를 들고 나올 예정이다.) 지난 가을에 탔던 가솔린 1.6 CDX는 분리형 헤드레스트와 6:4 폴딩기능을 갖고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이번 시승차는 물론 사양표 전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등받이 일체형의 헤드레스트는 위치가 낮아 아쉬운데, 어쨌든 가운데 좌석에까지 헤드레스트 형상을 만들어놓았다. 2개의 컵홀더가 내장된 센터암레스트도 약간 낮게 느껴지는 편. 센터암레스트와 스키 스루기능은 중간급부터 제공하고 있다.

트렁크는 요즘 차들이 대게 그렇듯이 아주 널찍하다. 바닥 밑에는 자리만 마련되어 있을 뿐 스페어타이어가 갖춰져 있지 않고, 그 대신 타이어 수리용 키트를 내장하고 있다. 어차피 비워둘 것이라면 스티로폴 칸막이 따위로 추가 수납공간을 제공해도 좋겠다. 바닥을 걷어 올렸을 때 간편하게 걸어둘 수 있도록 친절한 손잡이까지 마련해 놓았으니 말이다. 트렁크덮개에는 전자식 오프닝 패드가 달려있어 아주 편리하지만, 예상보다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어 한참을 더듬고도 허탕을 치는 이들이 많다. 덮개 안쪽에는 닫을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마련되면 좋겠다.

가볍게 열리는 트렁크와 달리, 가스 리프터가 없는 보닛은 꽤 무겁다. 후드 인슐레이션은 가솔린 기본형부터 적용되는 사양. 1.6 가솔린은 엔진룸에 빈 공간이 많았지만 2.0 디젤은 꽉 차있어서 한결 듬직해 보인다. 연료주입구는 도어록이 해제된 상태에서는 별도의 버튼 조작 없이 뚜껑을 밀어서 열수 있는 방식이고, 혼유사고를 막기 위해 안쪽에는 명확한 ‘경유’표기가 되어있다.

라프디는 외관상 가솔린 모델과의 차이가 없다. 엔진을 나타내는 별도의 엠블럼도 없으므로, 관심 있는 이들이나 휠 모양을 보고 디젤임을 눈치챌 것이다. (17인치 휠의 경우 가솔린과 디젤의 디자인이 같으나, PCD는 서로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배기구는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으나 구경이 좀더 커지고 각도가 약간은 뒤를 보게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외관이긴 하지만 시승차가 디젤이고 하니 은근 왜건 버전의 추가도 기대하게 된다. 외신에 따르면 왜건은 나오지 않고 해치백만 추가될 것이라고도 하지만, 만약 나와만 준다면 캐딜락의 CTS 왜건 못지않은 스타일리시한 물건이 되지 않을까. 해치백이든 왜건이든, 마음에 안 드는 현재의 테일램프 형상이 멋지게 바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는 환영이다.

그 하체감성만으로도 마님이 푹 빠질만한 매력을 갖고 있었던 라세티 프리미어는 국산 동급 유일의 2.0 VGT(VCDi) 엔진을 얹음으로써 진정한 돌쇠로 거듭났다. 어차피 유럽시장에서처럼 엔진을 다양화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타사의 2.0 가솔린을 추월한 동급 최강의 출력과 토크로 나름의 블루오션을 노린 GM대우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프리미어의 프리미엄인 6단 자동변속기 역시 1.6 가솔린보다는 나은 짝을 만난 듯 보이지만, 라프디의 스포티한 성능을 제대로 만끽하고자 하는 이라면 자동변속기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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