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정석, 아우디 뉴 A6 3.0 TFSI 제주도 시승기

발행일자 | 2009.05.22 16:15

잘 나가는 브랜드 아우디의 핵심 모델인 A6가 부분 변경을 통해 다시 한 번 바닥 다지기에 나섰다. 디자인 변경은 그리 크지 않지만 범퍼 하단을 스포티하게 다듬고 헤드램프에 LED를 적용하는 등 최신 트랜드에 따라 신선함을 더했다. 페이스 리프트이긴 하지만 스포츠카 수준의 강력한 300마력을 발휘하는 최신형 V6 3.0 수퍼차저 엔진을 얹는 등 파워 트레인을 획기적으로 손 본 것이 특징이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요즘 침이 마르게 여기저기 칭찬하고 다니는 모델이 하나 있다. 바로 아우디 A4다. 저널리스트로서 컴팩트 세단임에도 중형차만큼이나 커져 버린 A4를 칭찬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틀림없다. 아우디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하며, 커진 휠베이스 덕분에 형인 A6를 넘보는 공간을 확보하였고, 첨단 기술도 대거 적용해 고급스러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흔히 하는 말로 이 정도면 A6 대신 A4를 선택하겠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A6가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 말이다. 그렇게 아우디의 베스트셀러 모델 A6가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필자는 새롭게 바뀐 A6를 제주도에서 만나 보았다.


우선 디자인이 참신해졌다. 기존 A6 역시 디자인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모델이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그 인기는 대단했었다. 하지만 R8 이후 새롭게 등장한 모든 모델들이 헤드렘프에 LED 주행등을 더하면서 매혹적인 눈을 가지게 되었고, 앞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 및 스커트 디자인은 역동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A6는 지나치게 차분한, 혹은 수수한 디자인으로 비치게까지 된 것이다.

그래서 A6에도 이런 요소들을 새롭게 적용했다. 우선 헤드램프에는 아래쪽에 LED 주행등을 넣었다. 벌써 도심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뉴 A6는 눈 밑을 환하게 밝히는 LED 때문에 한눈에 알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LED의 모양이 그냥 직선이다. 이전 모델과 차별화는 이루었지만 눈에 띄게 매력적이라기엔 다른 형제들의 눈들이 너무 예쁘다.

싱글 프레임 그릴도 살짝 손 보았는데, 이전에는 번호판 부분에 가로로 검정색의 넓은 띠가 있었고 그 띠 위에 번호판을 붙였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띠를 생략했다. 가로 핀들도 모양이 살짝 바뀌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훨씬 간결하고 고급스럽다. 범퍼 아래 부분의 공기 흡입구는 아우디의 최신 형제들처럼 바깥쪽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하고 있어 역동적인 느낌이 잘 살아난다. 이렇게 바뀐 새로운 앞모습은 페이스리프트다운 가벼운 터치로 살짝 손 봤을 뿐인데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옆모습에서는 사이드미러에 방향지시등이 내장된 것과 새로운 디자인의 알로이 휠 밖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뒷모습도 앞모습에 비해서는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데, 이전 A6에서 필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리어 램프가 A4를 닮은 모습으로 바뀌어 변화의 크기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다.

반면 실내는 변화가 거의 없다. 기어 레버 좌측에 있는 엔진 스타트 버튼이 기존 사각형의 플라스틱 버튼에서 원형의 알루미늄 버튼으로 바뀐 정도가 작은 변화다. 아우디 측에서도 A6의 인테리어 콕핏에 대한 평가가 좋아 크게 개선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에도 A6의 인테리어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한 가지, 하회탈의 눈 같은 느낌이 드는 계기판의 레이 아웃 정도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바뀌지 않아, 변형된 디자인으로 예쁘게 단장한 최신 A5, A4, Q5 등이 살짝 부럽다.

이번 A6 페이스 리프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파워트레인의 획기적인 변화다. 풀 모델 체인지가 아닌데도 아우디가 야심 차게 개발한 최신형 엔진을 적용한 것은 그 만큼 A6가 아우디 모델 라인업 중에서 핵심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고, 최근 엔진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뉴 A6는 4기통 170마력 2.0 TFSI 터보 직분사 엔진과 300마력 V6 3.0 TFSI 수퍼차저 직분사 엔진 두 가지를 한국에 선보였다. 그리고 트림으로는 기본형과 다이내믹 트림 두가지를 각각 제공한다. 이번 제주도 시승에서는 V6 3.0 TFSI 엔진 모델만 준비되었으며 기본형인 콰트로 버전과 고급형인 콰트로 다이나믹 버전이 모두 참여했다.

시승을 시작하기 전 모델에 대한 소개 시간부터 관심과 논란의 핵심은 수퍼차저 직분사 방식이 적용된 신형 엔진이었다. 아우디는 그 동안 터보 직분사 엔진에 큰 기술적인 발전을 보여 왔으며 또한 여러 터보 직분사 엔진을 다양한 모델에 적용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수퍼차저 직분사 엔진이 등장했으니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일 수 밖에 없었다. 필자가 알기로도 아우디가 수퍼차저 엔진을 사용했던 적은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실버 에로우로 명성을 날렸던 그랑프리 경주차들에서 였다. 자동차 경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장을 차지하는 그 당시의 그랑프리에서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 우니온’의 ‘타입 C’ 경주차는 V16 6리터 수퍼차저 엔진을 뒤쪽에 장착하고 수 차례 우승을 차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벌써 70여년 전의 일이니 지금에 와서 언급한다는 것은 분명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아우디 측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답을 제시했다. 터보 엔진에 비해 수퍼차저 엔진의 초기 응답성이 높은 만큼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이 잦은 주행이나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고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터보차저 대신 수퍼차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동급의 트윈터보 엔진 차량과 수퍼차저 엔진 차량의 정지가속 영상을 보여 주었는데, 출발과 동시에 수퍼차저 엔진 차량이 더욱 강하게 가속해서 수퍼차저 엔진 차량이 15m 지점에 이르렀을 때 벌써 차량 한대 정도인 5m의 거리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수퍼차저 엔진의 초기 응답성이 더욱 우수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보여준 동영상에서의 단순한 비교 만으로 그 우위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실제 주행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이 시승의 중요 포인트가 되었다.

2,995cc V6 DOHC 수퍼차저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5,100~6,800rpm과 최대토크 42.9kg.m/2,500~5,100rpm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1.2초나 빨라진 5.9초로 스포츠카 수준의 강력한 가속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는 210km/h에서 제한되며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적용되었다. 라인업 상으로 이 엔진은 기존의 3.2리터 직분사(FSI) 엔진을 대체한다. 배기량이 살짝 낮아 졌지만 수퍼차저가 더해짐으로 인해 출력이 45마력, 토크가 9.2kg.m가 높아졌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윗 등급의 모델이 새로 하나 생긴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닐 정도이지만 아우디는 윗급으로 보지 않고 기존 3.2 FSI를 대체하는 모델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BMW의 경우 트윈터보 3리터 엔진을 3시리즈에서는 330i 위에 335i(306마력)로 내 놓았고, 7시리즈에서는 최고출력을 326마력까지 높여 배기량이 3리터 임에도 성능을 기준으로 740Li로 출시했다. 다시 말해 출력에서 분명한 우위에 있는 만큼 윗급 대우를 해주면서 가격 또한 높게 책정한 것이다. 반면 아우디는 획기적으로 출력 상승을 이루었음에도 가격에서는 환율변동 수준의 소폭 상승에 그쳐 그 경쟁력이 월등히 높여졌다고 할 수 있겠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각 사마다 1억 원이 넘는 V8 4리터 급의 모델들에서나 누릴 수 있었던 강력한 성능을 이제는 중간급의 모델에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주에서의 시승은 첫날 산록도로를 중심으로 한 와인딩을 교대로 달려 보았고, 다음날 오전에는 촬영을 위해 산방산을 향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려 볼 수 있었다. 배기가스에 의해 구동되는 터보차저와는 달리 엔진 구동계에 직접 연결되어 터빈이 회전하는 수퍼차저는 저회전에서부터 높은 출력을 뽑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특성은 실제 주행에서도 잘 드러나 A6를 가뿐하게 움직여 나간다. 특히 급가속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수준으로 주행할 때의 느낌으로도 V6 엔진이라기 보다는 4리터 이상의 V8 엔진에 의해 여유롭게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은 파워풀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우디의 콰트로 차량들이 그렇듯이 체감상으로는 A6도 제원상의 5.9초에 살짝 못 미치는 느낌이다. 변속은 60, 110, 165km/h에서 이루어지고, 200km/h에 이르렀을 때 변속이 한번 더 이루어진 후 210km/h를 살짝 넘어서 속도 제한에 걸린다. 그런데 200km/h 이전까지의 통쾌한 가속에 비해 200km/h 부근으로 가면서 뒷심이 조금씩 부족해 지는 느낌이 든다. 속도 제한이 없으면 당연히 210km/h를 훌쩍 넘어서겠지만 300마력의 파워와 초기의 가속력을 생각했을 때 분명 고속영역에서의 파워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콰트로 시스템으로 인해 늘어난 무게가 동급의 차량에 비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터보차저와는 다른 수퍼차저 엔진의 특성이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성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어쨌든 3.0TFSI 엔진의 적용으로 인해 이전3.2 FSI 엔진에 비해서는 비약적인 성능향상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V8 4.2 FSI 버전을 능가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3.0 TFSI 콰트로 다이나믹 모델을 선택하면 어뎁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19인치 알로이 휠, 255/35R19 타이어가 적용된다. 어뎁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최근 A4에 탑재된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와는 달리 차고 조절이 가능하면서 MMI를 통해서 조절하는 기존의 방식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은 기본모델의 경우 유러피안 세단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탄력있는 하체가 돋보인다. 살짝 단단한 듯하면서도 도로의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 안락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A6 정도의 차체 크기와 성격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쪽이 훨씬 경쟁력이 높다. 안락함에서 한 차원 높은 부드러움을 제공하면서 다이나믹을 선택했을 때는 충분히 탄력 있는 하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나믹 모델에 적용된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기본형에 장착되는 245/45R17 타이어와 휠에 비해 주행 안정감이 뛰어난 것도 당연하다. 1100고지를 넘어서 서귀포 쪽으로 내려오는 와인딩에서 광폭 타이어는 확실히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했다. 주행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로 세팅되어 있어 지나치게 오버스피드로 진입하는 경우만 아니면 크게 무리 없이 와인딩을 클리어해 나갈 수 있었다. A6의 콰트로 시스템은 그 동안의 앞뒤 구동 배분 5:5에서 최신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는 4:6으로 바뀌었다. 평상시에 뒷 바퀴에 구동력을 조금 더 배분함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주행 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물론 주행 상황에 따라서 구동력은 자동적으로 배분되며, 앞바퀴에 최대 65%, 뒤바퀴에 최대 85%까지 구동력이 전달될 수 있다. 이처럼 다이나믹하게 구동력을 주고 받는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과격한 주행에서도 ESP의 개입은 한 템포 늦게 진행된다. 콰트로 시스템의 실력을 십분 활용한 주행을 즐기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그 때서야 ESP가 개입하는 느낌이다.

페이스리프트된 A6에는 후방카메라와 거리 경보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되어 주차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네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장착했으며 매피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려면 리모컨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프리미엄 3사의 시스템 중 MMI가 가장 높은 사용 편의성을 자랑하는데, 아직까지 리모컨을 이용해야만 화면 전환이 이루어지는 점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 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아울러 MMI에 어울리는 고해상도의 맵 적용도 시급해 보인다. 페이스리프트 된 뉴 A6는 성형수술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알찬 결실을 거두었다.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효율적으로 고친 덕분이다. 반면 알짜배기는 제대로 손봤다. 터보차저였어도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수퍼차저가 더해진 V6 3리터 엔진은 V8 4리터 엔진 수준의 강력한 달리기와 넉넉한 힘을 제공한다. 고객은 같은 값에 윗급 차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어쨌든 아우디는 V6 3.0 TFSI 모델을 많이 팔아야 할 것 같다. 300마력 V6 3리터 아래로 적당한 V6 모델이나, 170마력보다는 좀 더 힘이 좋은 4기통 모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의 선택 밖에 없으니 말이다.

▶ [rpm9] 아우디 뉴 A6 고화질 시승 사진 갤러리RPM9 [ http://www.rpm9.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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