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RX350은 세련된 내 외관 디자인과 더욱 높아진 실내 거주성, 디지털 감각이 돋보이는 리모트 터치 컨트롤, 헤드 업 디스플레이 등 장점이 많다. 진짜 세단 대신 고른다 해도 어디 하나 아쉬울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매력이 더 많다. 그래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세단, 혹은 해치백을 쿠페라고 우기는 차가 있는가 하면 SUV를 세단이라고 우기는 이들도 있다. 여기 SUV를 쏙 빼 닮은 세단을 소개한다. 바로 렉서스 RX350이다. RX350은 실제로 타 보면 세단과 너무나 비슷하다는데 공감을 하게 된다. 해리어와 같았던 RX300 시절보다는 RX330에서 RX350으로 이어진 2세대부터 세단의 느낌이 더욱 강조되었었다. 편하고 실용적이고 넓고 안락해서, 높은 시야를 제외하면 SUV가 주는 부담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든 모델이었다. 거기다 주행 감각에서도 세단과 비슷한 SUV가 바로 2세대 RX 모델이었다. 오늘 시승한 RX350은 3세대로 진화한 모델로 2세대의 RX350이 가지고 있었던 성격에다 스타일리시한 세련미와 디지털 감각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세련된 스타일은 실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긴 하지만 외관에서도 2세대에 비해서 산뜻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실 2세대 RX는 근원을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이어서 그냥 차의 높은 상품성이 돋보였을 뿐 디자인은 그리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었었다. 하지만 새 RX는 훨씬 참신하다. 무엇보다 그 동안 계속해서 보아 온 L-피네스 디자인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ES를 베이스로 하는 RX는 3세대가 되면서 차체가 다시 조금씩 커졌다. 전장×전폭×전고가 4,770×1,885×1,690mm, 휠 베이스 2,740mm로 2세대 모델에 비해 전장 35mm、전폭 40mm、전고 10mm가 각각 커졌다. 하지만 비슷한 비례를 이루고 있다 보니 커졌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휠베이스도 25mm가 늘어나 살짝 더 넓어진 실내를 기대할 수 있다. 앞모습은 ES를 많이 닮은 전형적인 L-피네스 스타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예리하다. 다만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듯이 돌출된 범퍼는 조금 어색하다. 아마도 범퍼 아래 부분을 많이 깎아 낸 스타일 때문으로도 보인다. 옆모습에서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뒤로 가면서 예리하게 누운 C필러에서 2세대 RX의 흔적과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2세대보다는 덜 어색하다.
리어 램프는 안쪽에 크롬 장식을 더해 화려하면서도 전체적인 스타일이 2세대에 비해 많이 차분해 졌다. 전동 개폐 기능을 처음 적용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리어 해치는 이제는 너도 나도 갖고 있는 편의 기능이 되었다. 리어 윈도우 끝에는 스포일러를 달았다. 스마트 키 시스템에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접목되었다. 별도의 잠금 버튼이 없고 손잡이 앞 부분을 살짝 눌러 주면 잠기고, 손잡이에 손만 대면 열리는 방식이다. 까만 색 고무 버튼이 없어져 훨씬 산뜻하다. 밤에 키를 가지고 차 근처에 오면 불을 밝혀 주는 웰컴 라이트 기능도 갖추어져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매력적인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도 새롭고, 계기판도 새롭고, 센터페시아도 새롭고, 센터 터널도 새롭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우 비대칭에 요염한 라인을 선보이는 센터페시아다. 모니터 아래 얇게 에어 밴트를 깔고, 그 아래 마크 레빈슨 오디오, 그 아래 에어컨 버튼들을 배열 했다. 처음 보는 스타일인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 디지털적인 감각 때문인지 국내엔 아직 들어오지 않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전용 세단 HS의 실내가 떠오르는데 사실은 스타일에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
HS와 공통되는 부분은 햅틱 방식의 ‘리모트 터치 컨트롤’이다. 흔히 기어레버가 자리하고 있을 자리에 쥐 한마리가 엎드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컨트롤러는 마우스를 사용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검지로 쥐의 머리 부분을 움직이면 데시보드 상단 모니터에서 커서가 따라 움직인다. 원하는 위치에서 선택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마우스가 검지로 왼쪽 버튼을 눌러서 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엄지 부분에 위치한 엔터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엔터 버튼은 컨터롤러 우측에도 같은 위치에 마련되어 있다. 커서를 움직이는 머리 부분 앞 쪽에는 메뉴 버튼과 상하 이동 버튼, 그리고 네비게이션 지도를 바로 선택하는 맵 버튼이 나열되어 있어서, 처음 사용할 땐 메뉴 버튼을 엔터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금방 익숙해지는 부분이다.
컨트롤러에서 재미있는 것은 커서를 움직일 때 선택 가능한 버튼 위치로 커서가 이동하게 되면 커서가 자석에 붙는 것처럼 버튼에 강하게 밀착된다는 점이다. 이 때 컨트롤러도 움직임이 빡빡해 지면서 검지에도 느낌이 전달되므로 마우스 위치를 정밀하게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버튼에서 벗어날 때 조금 더 센 힘을 주어 컨트롤러를 움직여 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Esc’ 기능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 리모트 터치 컨트롤은 BMW의 i드라이브나 아우디의 MMI와 기능 면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흥미로우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을 만하다. 보기에도 좋고, 특히 재미있지 않은가? 리모트 터치 컨트롤에게 자리를 내 준 기어 레버는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비스듬하게 자리했다. 위치가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사용에 전혀 어색함이 없고 자연스럽다. 사실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2세대 RX에서는 분리와 이동이 가능한 센터콘솔이 하나의 관심거리였었는데 3세대 RX는 센터터널 아래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만큼 센터 터널 높이를 시트에 맞춰서 수평으로 만들고 컨트롤러와 기어 레버 사용을 편리하게 하면서, 높아진 센터터널 만큼 그 아래에 재미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 곳에 어떤 물건을 두면 좋을지 살짝 고민이 된다. 스티어링 휠도 모양이 바뀌었는데 기능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신선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두 개의 원형 계기 가운데 모니터 좌우로 파란색 조명이 들어간 패널을 배열했는데 S라인을 그리면서 가운데 부분을 모래시계 모양으로 만들어 준다. 계기판은 디자인도 참신하지만 유기전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해 시인성이 더욱더 향상되었다.
새 RX에는 매력적인 장비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헤드업 디스플레(HUD)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현재 속도와 네비게이션 정보 등이 앞 유리창 너머에 표시된다. 네비게이션과 함께 작동할 경우 진행 방향으로 움직이는 화살표가 나오는 점이 독특하다. HUD는 엔진 스타트 버튼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끌 수도 있다.
렉서스 자체적으로 개발한 네비게이션은 해상도와 편의성이 높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과속카메라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모니터에는 후방 카메라 화면이 제공되고, 우측 사이드미러 아래 장착된 카메라를 통한 우측면 화면이 제공되는 기능도 더해져 주차 편의성을 높였다. 2세대보다 좀 더 몸에 잘 맞는 느낌이 드는 시트는 역시 냉난방 기능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특히 뒷좌석은 동급 수입차 중에서는 드물게 앞뒤 이동과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해 뒷좌석 편의성이 높다. 물론 6:4로 나누어 접히는 뒷시트는 방석 부분을 세우거나 하는 예비동작 없이 원터치 방식으로 폴딩되므로 편리하다.
RX350에도 렉서스가 자랑하는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갖추어져 있어 정숙한 렉서스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는 AUX 단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바닥 깊숙이 내려 앉아 있는 점이나, AUX 케이블을 위한 구멍에 커버를 단 점 등이 이채롭다. 이처럼 뉴 RX350의 실내는 어느 모로 바라보나 신선함과 앞선 디지털 감각이 돋보인다. 공간은 여유롭고 안락하다. 가족과 함께, 혹은 여성 오너가 거주하기에 최적화된 현대식 오피스텔 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세대 RX에서 호평을 받았던 넓은 썬루프가 적용되지 않은 점이다.
뉴 RX350에는 기존 RX350에 장착된 엔진을 약간 개량한 3.5리터 V6 DOHC 엔진이 장착되었다. 최고출력 277마력/6,200rpm과 최대토크 35.3k.gm/4,700rpm을 발휘한다. 파워트레인에서 2세대와 구별되는 차이점은 자동 5단 변속기가 6단으로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6단 변속기의 적용으로 인해 보다 부드럽고 조금 더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해 졌으며 아울러 연비도 개선되었다. 뉴 RX350의 가속 감각은 이전 RX와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을 정도이지만 미묘하게 나마 조금 더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여전히 시원시원한 가속에서 힘과 여유가 넘친다. 한없이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원할 때 강하게 가속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춘 차가 RX350이다. 어차피 힘에 여유가 있는 만큼 패들 시프트도 장착하면 어떨까 기대해 본다.
변속은 55, 100, 135, 175km/h에서 각각 이루어지며 변속 시 회전수는 6천 rpm이다. 190km/h에 이르면 속도 제한에 걸린다. 어차피 150km/h를 넘어서는 고속 주행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이 주를 이룰 차종인 만큼 중 저속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앞 맥퍼슨 스트럿과 뒤 더블 위시본으로 바뀐 서스펜션은 급가속이나 급제동에서 앞과 뒤가 울컥거리는 현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노면의 충격을 매끄럽게 흡수하면서도 안정감이 많이 향상되었다. 코너를 달려 보아도 예전모델보다 롤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고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분명히 개선된 부분이다. 물론 조금 더 과격하게 몰아 부치면 DSC가 즉시 개입한다.
또 하나 새롭게 바뀐 부분은 전자식으로 앞 뒤 구동력을 배분하는 ‘액티브 토크 컨트롤’방식의 4륜 구동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앞바퀴 굴림에 가까운 주행을 하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적당한 토크를 후륜에 자동으로 배분해 주므로 안정성 확보 뿐 아니라 연비에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거기에다 RX에서는 처음으로 4륜 Lock 장치를 더해 특별히 험로에 들어가는 상황에도 대비했다. 국내엔 들어오지 않았지만 에어 서스펜션까지 선택하게 되면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세단임을 자처하는 RX가 험로 주파력까지 어느 정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어쨌든 새로운 구동 방식과 4륜 Lock 기능이 더해진 점은 평상시의 연비와 유사시의 안정성 및 어느 정도의 험로 주파력까지 골고루 갖춘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3세대 RX350은 스스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세단임을 강조하고 있는 SUV 스타일의 자동차다. 그 만큼 여러 면에서 세단의 안정감과 편안함이 돋보인다. 세련된 외관 스타일과 혁신적 이다시피 할 정도로 디지털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만족도가 높다. 가히 벤치마커로서의 위상을 재 정립한 듯 보인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비록 하이브리드 버전이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 아무래도 선호도가 높은 디젤 버전이 없는 점과 2세대에 비해 많이 높아진 가격이다.
▶ [rpm9] 렉서스 RX350 시승사진 갤러리RPM9 [ http://www.rpm9.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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