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997, 964?

발행일자 | 2009.11.03 20:49

스포츠의 대명사 포르쉐를 이야기할 때 자동차 매니아들에겐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바로 964니, 997이니 하는 것들이다. 분명 포르쉐 911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가끔씩 997이나 993, 혹은 964 같은 이름들로 바꾸어서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숫자들의 정체를 정리해 보았다.

포르쉐 911, 997, 964?

독일의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에는 여러 가지 모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이 바로 ‘911’이다. 911은 포르쉐의 첫 번째 스포츠카인 ‘356’의 뒤를 이어 더욱 크고, 강한 스포츠카로 1963년 등장한 모델이다. 포르쉐의 아버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만든 폭스바겐 비틀을 개량한 스포츠카였던 356이 비틀처럼 엉덩이에 엔진이 얹히는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Rear engine, rear drvie)’, 즉 RR 방식의 스포츠카였듯이, 911 역시 차체 뒤에 엔진을 얹은 RR 방식의 스포츠카이며, 여전히 공랭식 엔진을 사용하였고, 그 엔진은 특히 수평대향 6기통의 형태를 띄고 있었는데,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포르쉐 911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 포르쉐 911을 개발한 주역들. 좌에서 우로 Karl Ruoff, Richard Hetmann, Leopold Jantschke, Erich Stotz, Robert Binder, Rudolf Hofmann, Hans Herzog, Hans Honick, Xaver Reimspieß, Alfred Kuhn, Theo Bauer, Heinrich Klie, Edgar Tengler, Walter Payerbach, Erwin Komenda, Wilhelm Albrecht, Gottlob Sturm, Gerhard Schroder, Karl Mozelt, Hans Mezger, Ernst Weyersberg, Kurt Knorzer, Karl Metzger, Hans Martens, Helmuth Bott, Adolf Schneider, Herbert Linge, Schilling, Eberhard Stortz, Helmut Rombold, Hans Tomala, Ferdinand Piech, Ferdinand Alexander Porsche, Ferdinand (“Ferry”) Porsche.
<▲ 포르쉐 911을 개발한 주역들. 좌에서 우로 Karl Ruoff, Richard Hetmann, Leopold Jantschke, Erich Stotz, Robert Binder, Rudolf Hofmann, Hans Herzog, Hans Honick, Xaver Reimspieß, Alfred Kuhn, Theo Bauer, Heinrich Klie, Edgar Tengler, Walter Payerbach, Erwin Komenda, Wilhelm Albrecht, Gottlob Sturm, Gerhard Schroder, Karl Mozelt, Hans Mezger, Ernst Weyersberg, Kurt Knorzer, Karl Metzger, Hans Martens, Helmuth Bott, Adolf Schneider, Herbert Linge, Schilling, Eberhard Stortz, Helmut Rombold, Hans Tomala, Ferdinand Piech, Ferdinand Alexander Porsche, Ferdinand (“Ferry”) Porsche.>

포르쉐가 911을 개발할 당시 프로젝트 명은 ‘901’이었으며, 포르쉐는 모델명도 901로 사용하기를 원했으나, 가운데 ‘0’이 들어가는 세자리 숫자로 이름을 짓고 있던 푸조가 901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 결국 901 대신 ‘911’로 부르게 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렇게 등장한 포르쉐 911은 이 후 수많은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하였으며, 꿈과 열정을 가진 이들의 드림카로, 그리고 이 시대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군림해 오고 있다. 45년이 넘는 동안 911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는 이 스포츠카는 당연히 여러 번의 모델 변경이 있었으며, 최초의 901이 그랬듯이 각 세대마다 개발 프로젝트 명이 붙여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등장한 911을 모두 똑 같은 이름으로만 부르자니 세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이들은 각 세대의 개발 프로젝트 명을 공식 이름인 911 대신 구분해서 부르기도 한다. 그 이름들이 바로 930, 964, 993, 996, 997들이다.

▲ 맨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911, 964, 993, 930, 996
<▲ 맨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911, 964, 993, 930, 996>

1963년 등장한 최초의 911은 앞서도 말했듯이 엔진을 차체 뒤쪽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독특한 형태의 스포츠카였다. 엔진은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2.0리터로 최고출력 130마력을 발휘했으며, 이후 배기량과 출력이 증가한 다양한 변형 모델들이 등장했다.

이 1세대 911은 1989년까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데, 이 기간 중에 다소 큰 변화를 거친 굵직한 모델이 등장한다. 바로 여러 레이스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던 포르쉐의 터보 엔진을 얹은 최초의 도로용 스포츠카인 ‘911터보’가 1974년 등장한 것이다.

▲ 1974년 등장한 최초의 911 터보인 930 터보
<▲ 1974년 등장한 최초의 911 터보인 930 터보>

개발 프로젝트 명 ‘930’으로 명명된 이 911 터보는 수평대향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50마력, 0~100km/h 가속 5.4초, 최고속도 250km/h를 발휘했다. 그리고 디자인에서도 기존 911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모델을 정식명칭인 911 터보 대신 구분하기 쉽도록 ‘930 터보’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며, 이 후부터 89년까지 등장한 911을 930으로 분류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 시기에 911에는 카레라 3.2 쿠페, 카레라 카브리올레, 타르가 등의 다양한 변형 모델이 등장했다.

▲ 911(930) 카레라 3.2 쿠페
<▲ 911(930) 카레라 3.2 쿠페>

930 터보와는 달리 논 터보 버전 930은 포르쉐 내부적으로는 별도의 모델로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이들이 930을 구분해서 인식하고 있는 만큼 930을 두 번째 911로 인정했을 때, 세 번째 911은 1989년 등장했다. 프로젝트 명은 ‘964’. 수평대향 6기통 3.6리터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50마력을 발휘했다. 1990년에는 964 모델에 터보 버전이 추가되었다. 3.3리터 수평대향 6기통 터보 엔진으로 320마력을 발휘했다. 이 964 터보는 1993년 배기량을 3.6리터로 늘이고 출력은 360마력으로 높였다. 영화 ‘나쁜 녀석들’ 1편에서 윌 스미스가 타고 나왔던 까만색 포르쉐가 바로 이 964 터보다.

▲ 1993년 964 카레라 2 3.6 타르가
<▲ 1993년 964 카레라 2 3.6 타르가>
▲ 1993년 964 터보
<▲ 1993년 964 터보>

네 번째 911은 1993년 등장해서 1994년부터 판매되었다. 프로젝트 명은 ‘993’. 수평대향 6기통 3.6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발휘했으며, 최고속도는 270km/h였다. 1996년 모델은 최고출력이 286마력으로 올라가면서 최고속도도 275km/h로 높아졌다. 993 터보는 1995년 등장했으며, 역시 3.6리터 수평대형 6기통 트윈 터보 엔진으로 408마력을 발휘했다. 1997년에는 200대 한정판으로 더욱 고성능인 911 터보 S를 발표했는데, 최고출력이 430마력으로 높아졌다.

▲ 1994년 993 카레라 쿠페
<▲ 1994년 993 카레라 쿠페>
▲ 1995년 993 터보
<▲ 1995년 993 터보>

다섯 번째 911은 1998년 등장한 996인데, 이 때부터 공랭식 엔진 시대가 물러가고, 수냉식 엔진 시대가 시작되었다. 엔진은 수냉식 수평대향 6기통 3.4리터로 300마력을 발휘하였으며, 2002년에는 배기량이 3.6리터로 늘어나면서 출력은 320마력으로 증가되었다. 996 터보는 2000년 등장했는데, 수냉식 수평대향 6기통 3.6리터 트윈터보 엔진으로 420마력의 파워를 발휘했다. 후에 등장한 996 터보 S는 450마력으로 출력이 높아졌다.

▲ 2003년 911 40주년 기념모델, 996 카레라 2
<▲ 2003년 911 40주년 기념모델, 996 카레라 2>

그리고 여섯 번째 911이자 현재 모델인 997은 2005년 등장했다. 997은 특히 3.6리터 325마력 엔진을 얹은 911 카레라와 3.8리터 355마력 엔진을 얹은 911 카레라 S로 모델이 나누어졌다. 997 터보는 VTG가 더해진 3.6리터 트윈터보 엔진으로 480마력을 발휘했다. 997는 2008년 부분 변경 모델을 발표하면서 포르쉐 최초로 직분사 방식을 도입해 3.6리터 엔진의 카레라는 20마력 증가한 345마력, 3.8리터 엔진의 카레라 S는 30마력이 증가한 385마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 등장한 뉴 997 터보는 배기량을 3.8리터로 늘이고, 직분사 방식을 더해 최고출력을 기존 480마력보다 20마력 높은 500마력을 발휘한다.

▲ 2008년 997 카레라 S 3.8
<▲ 2008년 997 카레라 S 3.8>
▲ 2009년 997 터보 카브리올레 3.8 500마력
<▲ 2009년 997 터보 카브리올레 3.8 500마력>

이상 언급한 모델들은 모두 911이다. 그러나 세대가 다르고 엔진이 다르고, 성능과 디자인이 다른 만큼 모두를 그냥 ‘911’이라 불러서는 구분이 쉽지 않으므로, 911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각 세대의 911들을 그 들의 프로젝트 명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911, 930, 964, 993, 996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911, 930, 964, 993, 996>

- 데뷔 년도는 모터쇼 데뷔 년도와 실제 판매 년도 사이에 1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구분하여 기록하지 않았으므로 착오 없기를 바랍니다. -

포르쉐 911, 997, 964?
뉴 911 터보 시승 사진 고화질 (1280*853) 갤러리
<뉴 911 터보 시승 사진 고화질 (1280*853)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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