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형 닛산 알티마는 지갑을 열게 한다. 이전보다 가격은 300만원이나 내렸지만 편의 장비는 더 늘어났다. 닛산의 V6 엔진과 CVT의 성능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확실하다. 초기 가속 시 타이어가 확실히 접지되지 못하는 것은 흠이지만 전반적인 하체의 성능은 만족스럽다. 추가된 모니터는 귀엽기까지 하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작년 말과 올해 초,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화제 거리는 2010년형 알티마이다. 한국닛산이 알티마의 가격을 300만원 인하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거기서 가격을 내린다니 귀가 번쩍 띄일 소식이었다. 그것도 300만 원이다. 고가도 아니고 4천만 원 이하의 차종에서 300만원 인하라는 건 사뭇 파격적인 일이다.
2010년형 알티마가 나오던 때는 4천만 원 내외의 수입차들 판매가 호황을 이루던 시기다. 여기에 닛산이 알티마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토요타 진출 이후 일본차의 인기가 올라가던 때였고 알티마는 질세라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어쨌든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알티마 가격을 보면 2.5가 3,390만원, 3.5가 3,690만원이다. 한국 시장의 특성상 상당히 많은 차종과 경쟁한다. 가격만 본다면 수입차로는 시빅과도 겹치고 급은 좀 다르지만 기아 K7까지도 커버한다. 가격에 대해서만 줄창 얘기했는데 사실 편의 장비도 추가됐고 외관도 좀 바뀌었다.
알티마를 보면 인피니티 G37이 절로 생각났다. 뭐 같은 회사 소속이고 덩치도 대략 비슷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피니티 특유의 넘실대는 라인이 알티마에게서도 보인다. 한국에는 인피니티가 먼저 들어왔고 눈에 익어서인지 알티마도 그런 후광을 받는다. 흔히 같은 회사 내에서 취하는 패밀리룩 톱-다운 전략이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는 느낌이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2010년형은 외관도 조금 달라졌다. 2010년형 보다가 이전 모델을 보면 어딘지 허전하다. 그렇다고 확 바뀐 것은 아닌데 몇몇 디테일을 고침으로서 훨씬 세련미가 생겼다. 자동차 실내에서 1cm가 큰 공간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면 외관에서는 디테일 몇 가지가 그런 차이를 만든다.
달라진 부분을 보면 우선 크롬 그릴이 추가됐고 범퍼 하단의 형상도 변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닛의 라인이 더욱 과감해졌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실루엣과 스포티한 스탠스는 여전하다. 전장에 비해 전폭이 좁은 것은 전반적인 일본차와 비슷한데, 그렇다고 실내 공간이 좁은 것은 아니다.
알로이 휠의 디자인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5스포크 디자인인 것은 같지만 2010년형은 더블 스포크이다. 그리고 스포크의 디자인에도 더 많은 굴곡이 가미됐다. 타이어는 215/55R/17 사이즈의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00이다. 출력을 생각한다면 타이어나 휠의 사이즈는 좀 작은 듯 싶고 트레드 패턴도 비교적 얌전하다.
실내는 3천만원 대 수입차에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이다. 특별하게 고급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고급스럽다기 보다는 단정 또는 심플하다고 할 수 있다. 2010년형은 이전과 디자인은 같지만 일부 재질이 달라졌고 편의 장비가 추가됐다.
실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센터페시아에 추가된 모니터이다. 이전의 조금 큰 액정에 비한다면 한결 번듯하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너무 작다. 담배갑을 모니터에 대보니 약간 남는 정도다. 센터페시아에 박힌 모니터 중에서는 가장 작다. 운전 중에는 화면의 글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차 가격이 내려가고 내비게이션이 추가된 것은 좋지만 모니터가 조금만 더 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모니터가 작기 때문에 화질은 상당히 좋다. 물론 내비게이션은 주로 음성에 의존해 안내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다. 모니터가 들어오면서 패널 상단의 디자인도 조금 달라졌다. 우선 버튼의 수가 줄면서 보기 좋게 정리됐고 새롭게 아이팟 버튼이 추가됐다. 공조장치의 디자인은 동일하다.
넉넉한 수납 공간도 장점이다. 우선 기어 레버 뒤에 커다란 컵 홀더가 마련돼 있고 콘솔 박스도 상당히 크다. 콘솔 박스는 입구도 넓지만 깊다. DSLR 카메라도 들어갈 정도다. 글로브 박스의 용량도 13리터나 된다.
가죽 시트는 쿠션이 다소 강조된 편이다. 등과 엉덩이가 시트 안으로 푹 잠길 정도로 충분한 크기고 가죽의 질도 좋은 편이다. 작동은 모두 전동식이며 히팅 기능도 있다. 4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잡히는 그립이 좋고 수동이지만 틸팅과 텔레스코픽 모두 가능하다.
2열도 패밀리 세단의 성격에 맞게 충분하다. 레그룸과 좌우 공간이 충분하고 시트도 편안하다. 약간 부족한 것은 머리 위 공간이다. 머리와 천정이 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치는 않다. 앉은 키가 큰 사람이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알티마의 키리스는 다른 차와 약간 다르다. 보통은 도어 록을 잠글 때는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고 열 때는 센서가 감지해 저절로 록이 해제된다. 알티마는 도어 록 해제도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주 약간의 수고가 있지만 확실히 잠긴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알티마의 방식이 심적으로 편하다.
알티마 3.5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CVT 모델이다. CVT 달린 일반 자동차 중 알티마 3.5 보다 힘 센 모델은 없다. 그만큼 닛산의 CVT 기술은 앞서있고 3.5리터급에서는 독보적이다. 닛산은 이미 10년 전에 내수에서 팔리는 세드릭/글로리아의 3.5리터 엔진에 대응할 수 있는 CVT를 내놓기도 했다. 알티마의 3.5리터 엔진은 271마력(34.6kg.m)의 힘을 내는 VQ35DE로, 스카이라인 등에 쓰이는 VQ35HR과는 달리 흡기에만 가변 밸브 타이밍이 적용된다.
인피니티를 생각하면 알티마의 3.5리터는 저출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71마력은 평균 이상이다. 그리고 CVT는 연비 위주라는 편견도 접어라.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타이어와 노면의 격렬한 마찰이 잠시 일어난다. 순간적인 휠 스핀이지만 재미를 돋궈주는 부분이다. 이런 휠 스핀은 엔진의 토크가 좋기도 하지만 타이어도 한 몫 한다. 순간적으로 토크가 몰릴 때 타이어가 그립을 찾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알티마의 타이어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아이들링은 인피니티처럼 정숙성이 좋다고 할 순 없다. 이는 엔진의 문제가 아니라 방음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에서 들을 땐 어느 정도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는 음량을 발생한다. 물론 귀에 거슬릴 정도의 음량은 아니다.
익히 경험한 대로 닛산 CVT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큰 엔진과 맞물린 알티마 3.5도 마찬가지다. CVT는 저속에서 나오는 토크를 극대화 하고 기어비의 변환도 매우 빠르다. 저속에서 움직임이 가뿐하고 작동도 부드럽다. CVT로 인한 위화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고 다니는 상황에서는 3.5리터라는 배기량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속도가 붙는다.
CVT의 특성상 급가속 시에는 6,100 rpm에 회전수가 고정된다. 이 때문에 회전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자동변속기 보다는 시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고 가속 시 느낌이 밋밋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능만큼은 확실하다. CVT로 200km/h을 가뿐하게 넘기는 실력은 다른 차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 방음이 완벽하게 좋다곤 할 수 없지만 외부 소음은 잘 걸러주는 편이다.
CVT는 임의적으로 기어비를 나눠 수동 조작도 가능하지만 특별히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진 못하겠다. D 모드에서도 충분히 응답성이 빠르고 엔진의 토크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수동 모드를 사용해 보면 다른 AT 보다 느낌이 더 강하다. 알티마야말로 시프트 패들이 필요하다. 레버를 수동 모드로 젖히면 곧바로 스포트 모드로 변경되고 이 상태에서 위아래로 변속한다. CVT는 정차 중 모드 변경에서도 충격이 거의 없다.
하체는 인티피니를 생각하면 컴포트하지만 비슷한 급의 모델에 비해서는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고 있다. 핸들링과 컴포트를 잘 절충한 세팅이며 충격을 잘 흡수한다. 조향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 지향이고 VDC 개입은 늦은 편이다. 이전의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알티마의 핸들링 성능은 동급에서 가장 좋은 수준이다. 엔진 출력에 비해 타이어의 폭이 조금 적은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반응이 빠르고 머리의 움직임이 날카롭다. 알티마는 고속 크루징 보다는 중저속에서의 핸들링에 더 강점이 있다고 해야 하겠다.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성이 빠르고 페달의 감촉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세팅이다.
2010년형 알티마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 나왔다. 가격은 2.5가 3,390만원, 3.5가 3,690만원으로 이전 보다 300만원씩 싸졌다. 참 솔깃한 가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편의 장비를 제하고 가격을 낮춘 실속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내비게이션 등이 추가됐다. 2.5의 경우 시빅 2.0과 가격이 같으니 혼다로서는 난감할 수도 있겠다. 이정도면 알티마를 향한 소비자 지갑은 한층 쉽게 열릴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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