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7에 이어 알파벳 K와 숫자로 구성된 이름을 가진 두 번째 모델 K5에 대한 관심이 놀랍다. 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중형차 시장의 최신 모델이면서,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현대 쏘나타와 제대로 한 판 붙어 볼 태세로 개발된 K5는 지난 4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되면서 다이나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으로 극찬을 이끌어 낸 터라 국내 소비자들 역시 K5의 실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twitter follow)
지난 24일 강원도 양양 일원에서 진행된 시승회에서 K5를 직접 만났다. 지난 부산 모터쇼에서 이미 실차를 구경했지만 직접 도로 위에 서 있는 K5를 바라보면서 역시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곡선을 많이 사용한 쏘나타와는 대조적으로 K5는 길게 뻗은 직선을 많이 사용해 절제된 카리스마를 잘 표현했다. 또한 차체 비례도 엔진이 탑재되는 노즈 부분은 길게, 트렁크 부분은 짧게 표현해 역동적인 스타일을 완성했으며, 특히 동급 경쟁차들 대비 길이와 너비는 동일하거나 길지만 높이는 오히려 낮은 비례를 하고 있어 스포츠카를 닮은 늘씬한 차체가 돋보인다.
프로젝션 타입 HID 헤드 램프에는 코너링 램프가 내장되었고, 가장 자리에는 비록 조명이 내장된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엑센트를 부여하는 네 개의 디자인 포인트를 배열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범퍼 아래 쪽에는 안개등 위에 눈썹을 닮은 LED 포지셔닝 램프를 적용했다. 펜더에는 디자인 포인트가 되는 펜더 가니시를 더했고, 사이드 미러에는 방향 지시등이 내장되었다.
시승차에는 캠리와의 비교 시승을 고려해 17인치 알루미늄 휠(아래 사진)이 장착되었지만, 사진으로 많이 보아 온 18인치 알루미늄 휠의 디자인 만족도가 높아 예약 고객들의 선택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이 뛰어난 K5에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단연 C필러로, 넓게 표현한 뒷문 프레임과 연결되면서 강인하면서도 멋진 라인을 자랑한다. 특히 뒤쪽 측면에서 바라 볼 때면 K5를 쿠페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뒷문 손잡이를 창문 프레임 쪽에 숨겼다면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뒷모습도 절제된 가운데 잘 정돈되었다. 상위 트림에는 리어 램프에도 LED가 적용되는데, ‘ㄷ’자 형태로 들어오는 브레이크 등의 바깥 쪽이 살짝 치켜 올라간 것이 매력적이다. 범퍼 분할선에서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선과 그 아래 램프 하단 라인이 일체감을 이루는 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2.4 GDI 모델에는 듀얼 머플러가 적용되어 스포티함이 강조되었다.
인테리어는 외관의 강인하고 역동적인 스타일과, 뛰어난 동력 성능을 고려해 운전자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패밀리 세단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센터페시아를 운전자 쪽으로 살짝 감싸도록 함으로써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더한 것이다. 데시보드 가장 자리와 센터 콘솔 덮개를 가죽으로 감싸는 등의 고급스러운 마감도 국산 중형차에서는 처음 만나는 부분이다.
이날 시승은 K5 2.4 GDI 모델과 토요타 캠리 2.5 모델의 간단한 비교 시승에 이어 K5의 본격적인 도로 시승으로 진행되었다. K5는 캠리에 비해 길이 35mm, 너비 15mm가 길고 높이는 10mm 낮아 스타일이 더욱 스포티하지만, 휠베이스는 20mm나 더 길어 넓은 실내 공간도 함께 갖추었다.
2.4 GDI 엔진은 고압펌프를 이용해 연소실 내로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의 첨단 직분사 엔진으로 출력과 연비를 모두 향상시켰다. 최고출력은 201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를 발휘해 캠리 2.5의 175마력과 23.6kg.m에 비해 월등히 앞선 성능을 자랑한다. 변속기는 수동 변속 모드가 있는 자동 6단이다.
비교 시승에서 K5는 캠리에 비해 높은 파워에도 불구하고 가속성능에서는 기대만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핸들링과 주행 안정성 등에서는 확실하게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비록 한정된 공간에서의 저속 테스트이긴 하지만 연속 좌우 턴을 하게 되는 슬라럼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라인을 찾아 들어가고, 탄탄한 하체가 적절하게 롤을 억제해 주어 기존 국산 세단은 물론, 경쟁 모델로 함께 테스트한 토요타 캠리에 비해서도 더 매끈하고 예리한 핸들링 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반면 무려 26마력에 달하는 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체감 가속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다.
이러한 것들은 도로 주행에서 더욱 확실하게 증명되었는데, 진폭 감응형 댐퍼의 적용과 함께 완성도 높은 서스펜션 세팅으로 안락한 승차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탁월한 주행 안정성을 선보였다. 거기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이 상당히 좋아 예리한 핸들링도 함께 갖추면서 진정한 유러피안 스포츠 세단이라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속 성능도 일반적인 2.0 모델에 비해서는 아주 파워풀한 가속이 매력적이다. 급가속을 하면 60, 95, 145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나며, 변속 시 회전수는 6,200rpm이다. 어떤 구간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가속이 가능하고, 레드존까지 상승하는 회전 질감도 상당히 매끄럽다.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은 2.0 모델을 선택할 것이므로, 이번 시승에서 2.0 모델을 시승해 보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2.4 GDI를 선택한다면 확실히 차별화된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분한 가속력이 뒷받침되다 보니 비록 서킷이나 산길이 아니어도 수동모드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고회전을 유지하면서 파워풀한 가속성능을 즐기는 재미가 솔솔하다. 다만 기어 레버를 수동으로 조작할 때 조작감에 절도가 없는 점이 좀 아쉽고,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추어주는 기능까지 더해 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K5에는 다양한 첨단 편의 장비들 또한 대거 적용되었다. 기존 열선 방식이 아닌 온열 스티어링 휠과 함께 세계 최초로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바이오 케어 온열 시트를 적용해 진정한 웰빙 드라이빙을 실현했다. 다만 여름철 쾌적한 주행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통풍 시트를 선택할 경우에는 바이오 캐어 온열 시트 대신 기존 열선 시트가 더해진다. 스티어링 휠이 좌우 90도 정도 돌아간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스티어링 휠 정렬을 경고해주는 기능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기능이다.
그 외에도 3~70km/h까지 적용되는 스마트 코너링 램프, 언덕에서 뒤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힐 어시스트 기능은 브레이크를 떼도 2초 동안 브레이킹을 유지해 준다. 급제동 시에 자동으로 비상등을 점멸해 주어 뒤 따르는 차에게 경고를 보내는 급제동 경보 시스템과 한동안 국산 중형차에서 사라졌던 크루즈 컨트롤도 다시 적용되었다.
차세대 VDC라 할 수 있는 VSM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었는데, 이는 기존 주행 안정 장치인 VDC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장치인 MDPS가 필요에 따라 연동해 안정성을 더욱 향상시킨 시스템이다. 불필요한 급가속을 제어해 줌으로써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는 액티브 에코 시스템도 적용되었다.
매력적인 디자인, 강력한 동력 성능, 탁월한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 성능에 다양한 최첨단 편의 사양까지 갖춘 기아의 역작 K5가 월드 베스트를 향해 이제 막 시작한진군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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