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발행일자 | 2010.07.07 17:02

Q7 사고 싶은데 돈이 좀 부족한 사람을 위해 Q5 3.0 TDI가 나왔다. 3리터 디젤 엔진에 실내도 넓고 편의 장비도 부족하지 않고, 거기다 생긴 것도 얼추 비슷하다. 이쯤 되면 Q7이 기분 나쁠 만하다. Q7을 내주고 Q5를 파는 전략, 아니 그 반대가 되려나.

글/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박기돈 (rpm9.com 팀장)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Q5 사이즈의 SUV라면 어디가나 2리터가 주력이다. 특히 배기량에 민감한 국내에서는 2리터가 답이다. 요즘은 엔진 기술이 워낙 좋아서 2리터면 충분하지 않나. 그것도 아우디의 2리터 디젤이라면 남아도는 파워까지는 아니라도 부족하지는 않다. 힘이야 어느 정도까지는 클수록 좋긴 하지만.

어느 모델을 봐도 주력 엔진 이상의 큰 엔진은 폼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미지 리딩이다. 크고 강한 엔진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정작 파는 건 그 아래급 모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대체로 통용되는 공식이다. 그래도 큰 엔진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Q5 3.0 TDI 같은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시승차에 올라가는 3리터 엔진은 최근 나온 새 유닛이다. Q7에 먼저 올라가고 곧 이어 Q5에도 쓰이고 있다. 출력은 240마력, 최대 토크는 51.0kg.m이다. 출력만 놓고 본다면 특별하지 않다. 요즘 3리터 디젤이라면 이 정도는 출력이 나오는 것 아닌가. 3리터로 BMW 정도는 뽑아야 ‘이야’ 소리 나온다. 간과할 수 없는 게 독일제 엔진은 수치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 거기다 변속기는 7단 S-트로닉이다. 듀얼 클러치만으로도 Q5 클래스에서는 독보적인데 7단이기까지 하다. 엔진과 변속기만 봐도 꽤나 값나가는 아이템이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그럼 Q5 3.0 TDI는 얼마나 나갈까. 큰 엔진 얹었으니 기대감도 높아진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과 최고 속도는 6.5초, 225km/h이다. 반면 BMW X3 3.0d는 7.7초 210km/h, GLK 350 CDI는 7.3초, 225km/h이다. 수치만 보면 대략 동력 성능에서 우위에 있다. 아무래도 변속기의 역할이 크지 않은가 싶다.

사실 정지에서 100km/h까지 6.5초 만에 가속하는 건 꽤 빠르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은 느리다. 가속 페달 밟자마자 민감하게 팍 하고 치고 나가는 맛은 없다. 빠른 것은 맞지만 BMW처럼 민감하게 밀어주는 느낌은 아니란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린다.

초반에는 약간의 지체 현상은 있다. 2천 rpm 전에 부스트가 차기 시작해 터보가 돌아가면 큰 힘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밟는 대로 튕기듯 나간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깊게 안 밟아도 뒤에서 떠밀듯이 속도가 붙는다. 잘 만든 디젤(가솔린도)의 장점이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타면서 느낀 것은 요즘은 정말 변속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Q5 3.0 TDI는 7단 S-트로닉 빨이 대단하다. 클래스에서 차별화 되는 장점을 분명히 갖고 있다. 7단 S-트로닉은 직결감이 우수할뿐더러 반응도 빠르다. 시프트 패들로 수동 조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어를 내릴 때는 회전수도 착착 보상해 준다. 거기다 D에서 자동 변속 되는 시점 이상의 회전수에서 변속해도 미끄러짐이 거의 없다. 엔진은 컴포트 한 것에 반해 변속기는 스포티하다.

Q5 3.0 TDI에 적용된 7단 S-트로닉은 작동도 스포티하지만 소리도 스포티하다. 저속에서 움직일 때 리어 액슬에서 덜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잡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름 스포티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에 적용된 듀얼 클러치라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Q5 3.0 TDI가 특별히 고성능 차가 아니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제로백, 최고 속도 보면 특별나지 않다. 하지만 최대 토크가 특별하다. 이 정도 토크 견디는 듀얼 클러치는 많지 않다. 아직까지 대응 토크가 높은 듀얼 클러치는 소리가 불가피한가 보다. 포르쉐나 랜서 에볼루션 등의 차종이 이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대신 엔진은 무지하게 조용하다. 이정도면 디젤도 탈 만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변속기 소음 정도는 개의치 않게 된다. 아이들링에서만 디젤 특유의 소음이 날 뿐 일단 움직이면 소음이 크게 잦아든다. 방음이 아주 탁월해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잘 차단되고 있다. 거기다 SUV로서는 바람 소리도 상당히 작다.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편하게 타는 성격이지만 기분 내키면 힘차게도 달릴 수 있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가속 페달 깊게 밟으면 속도가 잘도 올라간다. 토크도 좋지만 기어비를 타이트 하게 설정한 탓도 있다. 5단으로는 이런 세팅이 힘들기 때문에 역시 다단화가 좋긴 하다. 어렵지 않게 200km/h 근처까지 가속한다. Q5 3.0 TDI는 6단으로 최고 속도가 나오는 세팅이며 7단으로는 크루징이다. 7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1,550 rpm에 불과하다.

아우디의 고속 안정성은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Q5도 마찬가지다. 승용차 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크지만 운전대만 편안하게 잡고 높은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고속으로 크루징 하기 위해서는 일단 운전자의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Q5는 그런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요즘은 아우디의 고속 안정성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최근 아우디의 장점이라면 신형 콰트로이다. 신형 콰트로와 앞의 무게를 줄이는 노력 덕분에 과거에 비해서 언더스티어가 크게 줄었다. Q5도 언더스티어가 최소화 됐고 SUV로서 핸들링도 좋은 편이다. 가속 페달을 조절하면서 긴 코너를 지나갈 때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 브리지스톤 듀엘러 H/P 스포트 타이어도 콰트로와 꿍짝이 잘 맞는다.

브레이크는 민감하면서도 강력하다. 아우디의 브레이크는 대체로 누구나 다루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적당히 초기 응답이 민감하고 페달의 감촉도 좋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키도 크지만 높은 속도에서 여러 번 제동해도 페이드가 잘 나지 않는다. 디스크에서 연기는 피어올라도 원래의 제동 성능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시승차는 S-라인 외장 패키지가 적용돼 있다. 그래서인지 다이내믹함이 좀 더 강조된 느낌이다. 이 S-라인 패키지에는 사방을 두른 보디 킷이 핵심이다. 앞 범퍼는 보다 낮게 내려오면서 굴곡이 강조됐고 싱글 프레임 그릴에는 크롬으로 덮인 세로 바가 추가됐다. 메시 그릴이 적용된 리어 범퍼도 SUV로서는 꽤나 스포티하다.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Q5는 Q7과 구별이 쉽지 않다. 그만큼 생긴 게 닮아 있다. 거기다 차도 크다. 물론 Q7 보다야 작지만 디자인 때문인지 실제 사이즈 보다 커 보인다. 그리고 경쟁 모델 보다 크다. Q5의 전장×전폭×전고는 4,629×1,880×1,653mm, 휠베이스는 2,807mm로 X3(4,569×1,853×1,674mm, 2,795mm), GLK(4,525×1,840×1,690mm, 2,755mm) 보다 전반적인 사이즈가 크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5스포크 알로이 휠도 힘찬 디자인이다. 휠 사이즈는 무려 20인치나 된다. 휠만 보면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나 싶지만 막상 차 전체를 보면 잘 어울린다. 브리지스톤 듀엘러 H/P 스포트 타이어도 SUV로서는 스포티한 트레드 패턴을 갖고 있다. S-라인 패키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 2열 도업 스텝에도 S-라인 배지가 붙는다.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타면서도 일반 Q5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

실내는 다른 아우디 승용차와 진배없다. 다른 것은 트림 정도이다. 소재나 마무리, 편의 장비 면에서 고급차를 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지간한 편의 장비는 다 갖춰져 있지만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냉방 시트 생각이 슬그머니 난다.

MMI는 다른 메이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에서는 가장 쓰기 편하다. 하지만 순정과 국내서 단 내비가 완벽히 공유가 안 되는 게 흠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화면서 바람 세기를 조절하려면 CAR 등의 다른 버튼을 누르고 MMI로 들어가서 다시 바람 세기 버튼을 누른 후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물론 공조 장치의 다이얼을 곧바로 돌려도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으니 약간 답답한 것은 있다.

좀 사는 자의 Q7, 아우디 Q5 3.0 TDI

Q5 3.0 TDI의 가격은 7,460만 원이다. 여기서 1,790만 원을 더 내면 같은 엔진의 Q7을 살 수 있다. 반면 Q5 2.0 TDI의 기본형은 약 1,600만 원이 싸다. 7천만 원 넘는 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가격 차이는 부담일까 아닐까. 비슷한 가격 차이를 두고 한 쪽은 차가 커지고 다른 한 쪽은 엔진이 작아진다. Q5를 생각할 만큼 좀 사는데, 1,790만 원이 모자라거나 Q7 사이즈가 부담스럽다면 답은 Q5 3.0 TDI다.. 라는 진부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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