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봤기 때문에 한국의 경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하지만, 실제 노면상태나 요철 등은 어떤지 직접 걸어 다니면서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24일 막을 내린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 선수가 지난 주 초, 국내 입국 후 가진 인터뷰 때 했던 얘기다. F1팀들은 고성능 컴퓨터에 의해 3D로 구현한 가상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반복적인 모의 주행을 실시한다.
선수는 경주차의 거의 모든 움직임을 재현해주는 시뮬레이터에 앉아 주행에 임하기 때문에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처럼 처음 F1경기가 열리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수준의 사전 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경주가 열렸던 서킷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축적된 상세하고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통해 보다 정확한 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F1 경주차에 달린 백여 개의 센서는 속도, 온도, 압력, 엔진 수치, 브레이크 마모, 현재 위치, 차체 높이 등 차량 상태뿐 아니라 주위 환경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해 이를 서킷에 차려진 팀 정비고의 서버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수신된 정보를 전담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 카운터`로 불리는 곳에서 경주차의 통제를 맡는 레이스 엔지니어 및 치프 엔지니어와 함께 차의 건강을 돌보고 다른 팀원 및 드라이버와 상의해 성능향상까지 도모하게 된다.
F1 경주는 금요일의 연습주행, 토요일의 예선, 일요일의 결선 순서로 이루어진다. 엔진과 변속기 등 차량의 구성품을 바꿀 수 없는 토요일, 일요일과 달리 오전과 오후 90분씩 주어지는 금요일의 연습주행은 여러 가지 새 부품과 디자인을 적용해 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KIC처럼 처음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연습주행 결과를 반영해 경주장에 최적화된 조합을 찾기 위한 손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루이스 해밀턴 선수가 소속된 보다폰 맥라렌 메르세데스 (이하 `맥라렌`) 팀의 예를 들어보자. 정비고 뒤편,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곳에서는 전자, 무선 및 엔진 데이터 등을 별도로 관리하는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 있는 맥라렌 팀 본부의 `미션 컨트롤`에도 10명의 엔지니어가 달라붙어 있는다. 이들은 현지에서 전송 받은 데이터를 서버로 분석해 그 결과를 서킷에 나가있는 엔지니어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저희 팀은 이번에 70명이 한국에 왔습니다. 25명은 관리, 마케팅, 음식제공 등 후방지원을 맡은 직원들이고 나머지 45명이 정비와 엔지니어링 담당입니다. 만약 본사로부터의 원격지원이 불가능했다면 더 많은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겠지요.”라고팀 관계자가 귀띔해주었다.
맥라렌 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2대의 F1머신을 포함해 35톤의 화물을 공수해왔다. 그 중 컴퓨터 관련 장비는 100대 정도다. 경주가 펼쳐지는 동안 작전실의 상황판처럼 사용되는 `피트 월`의 24인치 모니터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F1팀들은 그 중요성 때문에라도 컴퓨터 제조사들로부터 제품과 기술을 지원 받는다. 페라리 팀은 에이서, 레드불 팀은 LG와 파트너이고 맥라렌 팀은 2009년에 레노버를 하드웨어 공식 공급업자로 맞아들였다. 레노버는 경주장뿐 아니라 영국의 맥라렌 팀 본부에도 워크스테이션과 노트북, 모니터 등 2,100대 이상의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경주차의 설계와 개선, 시뮬레이션, 팀 운영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레노버는 전담 직원을 두어 맥라렌 팀에 대한 지원과 피드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 기록 단축에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라는 것이 맥라렌 팀 인프라스트럭쳐 애널리스트인 톰 그램씨의 말이다. 서킷에서 사용되는 컴퓨터라면 처리속도뿐 아니라 튼튼함과 신뢰성 또한 몹시 중요해진다. 맥라렌의 경우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기 때문에 레노버의 효율성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톰 그램씨는 맥라렌 팀이 레노버의 지원을 통해 IT부문의 업그레이드를 이루면서 괄목할만한 생산성 향상을 얻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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