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비 1등인 차, 비결은 엔진 잘 끄는 것

발행일자 | 2011.06.08 20:11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기술 적용된 푸조 508

8일 출시된 푸조 508 악티브는 공인 연비가 22.6km/L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 엔진 탑재 자동변속기 승용차(하이브리드 제외) 중 가장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5월에 출시된 BMW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에디션의 연비가 24.2km/L로 더 좋긴 하지만,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데다 50대 한정판매 모델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조금 다르다. 23.5km/L의 훌륭한 연비를 가진 현대 엑센트 디젤 역시 수동변속기에만 이런 수치를 얻을 수 있고, 차체도 508보다는 훨씬 작다. 푸조 508은 쏘나타 급에 해당하는 중형 세단인데도 이러한 연비를 뽑아낸 것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21.0km/L인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가 더 크게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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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악티브가 이처럼 뛰어난 연비를 달성한 것은 푸조의 마이크로-하이브리드 e-HDi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마이크로-하이브리드’는 그 명칭처럼 비록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아니지만 기존 차량보다 모터와 발전기, 배터리 등 전기 계통의 성능과 역할을 강화해 효율을 끌어올린다. ‘HDi’는 기존 푸조 차량들에도 적용되어온 효율 좋은 디젤 엔진을 지칭한다. 508 악티브도 1.6리터 HDi 엔진을 탑재했다. 출력이 112마력에 불과하지만 대신 실용성능에 중요한 토크가 높다. 여기에 구조적으로는 수동변속기이면서도 실제 주행 시에는 자동제어로 변속이 이루어지는 MCP(AMT) 변속기를 최적의 기어비로 조합했다. 기본적으로도 연비가 좋을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한 푸조 308, 3008등이 21.2km/L의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는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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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08 악티브를 통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e-HDi 기술의 핵심은 엔진의 공회전 자동 제한 시스템에 있다. 정차 중에는 엔진을 일시 정지시키고 출발 시에 자동으로 시동이 다시 걸리도록 하는 이른바 ‘스톱&스타트(Stop & Start)’ 기술인데, e-HDi에는 그 중에서도 3세대 버전이 적용되어 있다. 정차 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연료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므로, 시내 주행 시 약 15% 의 연비 향상 효과와 함께 평균 5g/km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푸조의 e-HDi에서는 기존의 스톱&스타트 시스템과 달리 i-StARS (Start Alternator Reversible system)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과 엔진을 재 시동시키는 시동모터 역할을 겸한다. 2세대에 해당하는 i-StARS의 작동 토크는 이전 세대보다 70% 향상됐기 때문에, 정차 후 출발 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0.4초 만에 재 시동이 가능해졌다. 이는 사람이 직접 시동을 거는 것보다 2배 이상 빠를 뿐 아니라 기존의 유사 시스템보다도 약 30% 이상 빠른 것이다. 덕분에 재시동 때의 소음과 진동이 최소화되어 한결 나아진 정숙성과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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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Di는 유사시스템들보다 넓은 영하 5도~영상 30도 범위에서 작동 가능하며, 감속 중에는 시속 8km이하가 되면 엔진 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엔진이 정지하더라도 헤드램프, 에어컨, 오디오 등은 상황에 따라 15분~30분까지도 가동되며, 필요하다면 정차 중이더라도 엔진이 다시 회전하게 된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발전기가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하는 제동 에너지 회생 장치는 연료 소모를 더욱 줄여준다. 이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과 연동되어 더욱 효율적이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은 ‘이-부스터(e-Booster)’라 불리는 축전지를 배터리와 동시에 사용한다. 이-부스터는 재시동 때 배터리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 원활한 시동성을 보장하고 과부하를 방지해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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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푸조 508은 0.25에 불과한 뛰어난 공기저항 계수(D세그먼트 최고수준)를 확보했으며, 이전 모델인 407 세단보다 몸무게를 40kg 줄이는 다이어트에도 성공했다. 구름 저항을 줄인 타이어의 역할도 효율 향상에 중요하다.

푸조와 시트로엥이 속해있는 프랑스의 PSA 그룹은 기존의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마이크로-하이브리드 e-HDi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3년에 걸쳐 3억 유로(한화 약 4천5백억 원)를 투자했고, 500여 명의 기술인력을 투입했다. 덕분에 이 기술만으로 30여 개가 넘는 세계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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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그룹은 1998년에 엔진 플라이휠과 결합한 발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처음으로 마이크로-하이브리드의 역사를 시작했다. 2004년에는 시트로엥 C3를 통해 양산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고, 이번 1.6리터 버전의 e-HDi는 2010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PSA그룹은 2011년까지 100만대, 2012년까지 150만대의 e-HDi 적용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에는 전체 생산 엔진의 30%를 e-HDi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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