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발행일자 | 2011.06.16 15:39
‘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2011 서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이고 5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H 뉴 클래식’은 기존 체어맨 H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기존 체어맨H의 외관 일부와 실내를 손보았을 뿐이지만 쌍용차는 이를 ‘3세대 체어맨’으로 구분하고 있다.

‘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체어맨은 1997년부터 쌍용자동차의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세단으로 존재해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플랫폼은 당시에도 구형이었던 W124 벤츠 E클래스에 바탕을 두었다. 하지만 국산 고급차 시장의 기호에 맞게 차체를 대폭 키웠고, 결국 쌍용자동차는 S클래스급의 대형세단을 갖게 됐다. 노골적인 수준으로 벤츠 분위기를 풍긴 외관은 아니나 다를까 벤츠를 디자인 했던 이의 솜씨였다. 기술제휴선인 벤츠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엔진과 변속기까지 벤츠에서 사온 제품을 쓴, 벤츠를 닮은 체어맨은 고급차 시장에 가뿐히 안착할 수 있었다.

‘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2세대에 속하는 ‘뉴 체어맨’은 2003년에 등장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2년여 간 1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모델로, 기존 체어맨의 실내외를 일부 개량하면서 독자모델의 분위기를 강화했다. LED방향지시등과 두 개의 프로젝션 램프로 구성된 터널형태의 헤드라이트는 이후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렉스턴에 이식돼 패밀리룩으로 시도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사양을 적용한 ‘뉴테크’ 버전을 내놓는 등 한국형 고급 대형세단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간 체어맨은 한때 상대적으로 신형인 현대 에쿠스를 누르고 동급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실수요자들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2008년에는 ‘월드클래스(W) 초대형 세단’을 지향한 체어맨W가 등장하면서 기존 체어맨이 ‘체어맨H’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사실상 풀 체인지에 해당하는 대체모델로 체어맨W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기존 체어맨을 단종시키는 대신 시장확대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하이 오너(high owner)’를 뜻하는 차명의 ‘H’가 말해주듯, 탄생 이후 지금껏 뒷좌석 위주의 모델이었던 원조 체어맨은 오너용 세단으로 제 2의 삶을 살게 됐다. 체어맨W의 경쟁모델이 에쿠스라면 체어맨H는 현대 제네시스, 기아 오피러스 등을 겨냥하며, 더 나아가 그랜져급의 소비자들까지도 사거리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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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들이 갈수록 덩치를 키우고, 내외적으로 첨단 유행을 내세우다 보니, 되려 기존 모델들도 죽지 않고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와 낮은 가격, ‘최신’에 대한 압박을 초월한 점이 또 다른 시장을 파고들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SM3 클래식, 마티즈 클래식 등이 좋은 예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3세대 체어맨도 ‘뉴 클래식’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나왔다. 한 가지 크게 다른 것은, 기존 모델의 연명에 그치지 않고 실내외를 개량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판매 규모나 어려운 회사 사정에 비추어 깜짝 놀랄만한 행보들을 자주 보여왔는데, 이번 모델도 예외는 아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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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한 바와 같이, 승객탑승부를 위시한 기본 바탕은 14년 전의 체어맨 그대로이다. 이번에는 측면 장식을 새로 만들어 덧붙였지만 실루엣은 바뀌지 않았다. 반면 앞뒤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미등, 방향지시등 점등 시 그 요란스러움이 배가되는 헤드램프나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는 안개등 주변 등은 어딘가 조화롭지 못한 인상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앞모습에서 언뜻 구형 벤츠 S클래스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이 흥미롭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서도 차폭이 좁아 보이고 아래가 들떠 보이는 것은 고급 대형세단으로서는 감점 요소다. 눈에 익으면 조금 나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적이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그린하우스 주변부와의 부조화에는 쉽게 적응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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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체어맨의 테일램프와 트렁크 덮개는 1세대의 금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모양을 바꾸려고 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렇게 썩둑 잘렸던 테일램프는 이번에 다시 길어졌다. 마치 1세대 체어맨의 것에 LED를 적용한 듯 보이기도 하고, 기아 포텐샤의 후기형 모델이 연상되기도 한다. 역시나 조화의 부족이 아쉽다. 차체 색상은 검정, 흰색, 은색의 세 가지이고, 알로이 휠 사이즈는 17인치 한 가지로, 하이퍼 실버 마감 여부의 차이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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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못지 않은 만큼 폭넓게 손질된 실내는 간단히 말해 체어맨W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클래식’하기로 말하자면 역시 구형이 더 낫긴 하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이 위쪽에 놓이는 등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개선에 좋은 점수를 줄만 하다. 냉온 컵홀더나 공중부양 재떨이 등 요란을 떨었던 부분들도 한결 차분해졌다.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한 일부 기능들이 삭제되면서 조작부도 간결해진 인상이다.

스마트키와 블루투스 핸즈프리, 스티어링휠 열선, 시트 통풍 기능 등은 반가운 사양이다. 다만, 6.5인치 내비게이션이 설치된 시승차는 운전대의 핸즈프리 버튼이 빠져 있었다. 브로셔를 찾아보니, 이 내비게이션은 ‘순정 용품’이라 쌍용차의 직접 보증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제품 모양 자체도 애프터 마켓용 같아서 조금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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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AUX단자는 쓰기 좋은 위치에 마련됐다. 아이폰을 연결하니 인식이 안됐지만 충전은 가능했다. USB메모리에 담긴 야구 동영상 정도는 자체 재생을 해준다. 내비게이션SW으로는 아이나비 맵이 적용되었다. 후방카메라 화면의 주차안내선은 조향 연동이 되지 않는 고정형. 전방, 후방 주차센서를 갖추었지만 사이드미러의 후진시 하향연동 기능까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시트는 동반석까지 전동 조절이 되고, 1열 방석 부분은 2단계로 통풍(송풍식)이 된다. 하지만 에어컨의 좌우 독립 온도조절 기능은 빠져있어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한다. 시승차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선루프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돼있다. 시승차는 가죽 색상을 달리한 브라운 에디션이라 단조로울 수 있는 실내에 힘을 더한 모습. 코란도C에서 역효과를 부른 우드그레인도 여기서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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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와 차폭이 제네시스보다 부족하긴 하지만 전장 5미터를 넘기는 덩치를 바탕으로 한 넉넉한 공간은 여전히 뒷좌석에서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 오너용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동반석 시트를 앞으로 밀어낼 수 있는 별도의 버튼이 있고, 상위 트림에서는 헤드레스트도 접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사를 두고 타는 쇼퍼드리븐 카로서도 손색이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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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유리용 전동 롤블라인드는 옵션이다. 상위 트림에서는 뒷좌석에서도 조절할 수 있지만 시승차는 운전대 왼편의 버튼을 이용해서만 가능했다. 브로셔에는 원터치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누르고 있어야 끝까지 움직였다. 물론(?) 후진기어를 넣어도 자동으로 내려가는 기능은 없다. 수입 준중형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측면 햇빛가리개가 없는 것은 아쉽다. 최상위 트림이 아닌 시승차에서는 뒷좌석용 편의사양이 열선시트와 중앙 송풍구 정도로 단촐 했다. 상위 트림에는 좌우 독립 전동조절 시트와 다기능 센터암레스트 등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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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기판 그래픽은 –탈색만 한다면- 다시 한 번 벤츠 풍이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았을 때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보닛 위의 엠블렘은 –세 꼭지 별이 아닌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뒷면이 요란하게 반짝거려 민망하다.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위치 조절이 된다. 패드 부분의 양쪽 상단 모서리에는 쌍용차 특유의 변속 버튼이 있을 법하지만, 그 대신 오디오 전원버튼과 음소거 버튼이 달렸다. 계기판 화면의 조향 방향 표시기능은 운전대를 한 바퀴 감아놓은 상태로 주차를 해놓았을 경우 등에서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유용하다. 변속기를 D나 R에 놓은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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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응 파워 스티어링이 적용되었다지만 조향력은 저속이건 고속이건 가볍고, 조향감도 헐렁하다. 페달들도 가볍게 푹푹 밟힌다. 여기에 익숙해져 버리면, 흔히 말하는 유럽 스타일의 세팅을 가진 차에 옮겨 탔을 때 크게 잘못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물렁거리는 하체 감각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유럽 차에 뿌리를 뒀건만 실제로는 예전의 미국차 감각.

목표 고객들의 기호에 맞춘 것이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과연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은 그만큼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을 확보했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잔요철을 통과할 때의 충격음이 예상보다 크게 유입되는 것은 아쉬운 내용이다. 운전대를 한 방향으로 끝까지 감았을 때나는 소음도 고급차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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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체어맨H 뉴 클래식 중에서도 500S모델로, 6,600rpm에서 200마력을 내는 2.8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기본 설계가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벤츠 제품이고, 변속기도 T-트로닉 ‘벤츠’ 5단 자동변속기라고 브로셔에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최대토크는 27kg.m로, 4,600rpm에서 발휘된다.

풀 가속시의 자동 변속 포인트는 6,000rpm 내외로, 65, 110, 175km/h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이후의 가속은 쉽지 않다. 공차중량이 1.7톤이니 2.8리터 모델에서 넘치는 힘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저 부드러운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단종된 2.3리터 4기통 엔진보다야 한결 낫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물론, 이보다 여유 있는 힘을 원한다면 220마력, 31.0kgm 토크의 3.2리터 엔진을 탑재한 600S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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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맨W의 7단과 비교해도 시대에 뒤처진 느낌을 주는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긴 했지만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2,000rpm으로, 일단은 불만이 없다. 벤츠도 E클래스나 S클래스 일부 모델 일부에는 아직 5단 변속기를 남겨놓았다는 점이 위안이 될까? 변속기 레버를 D위치에서 좌우로 움직이면 수동 모드에 진입하는데, 해당 단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타입은 아니다. 가령, 수동 4단에서 킥다운을 하거나, 차를 멈춰 세우더라도 계기판은 여전히 4단을 가리킨다.

에어서스펜션, 차선이탈경고장치, 자동주차브레이크 등의 사양은 사라졌고, 크루즈 컨트롤도 재래식이다. 주차브레이크는 발로 밟고 손으로 풀어주는 방식. ESP의 업그레이드 덕분에 오르막길 밀림방지 기능과 급제동시 후속 차량에 대한 경고 기능은 갖추었다. 하이패스는 룸미러 내장타입이며, 출고장에서 블랙박스용 카메라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340km를 주행하는 동안 9.2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지만 평소보다 정속 주행 구간이 많았던 데다 중간 주유 때 자동 리셋 기능이 작동한 탓에 별 의미는 없다. 공인연비는 8.8km/L이다.

체어맨 H 뉴 클래식은 종전보다 값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대형 세단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500S의 경우 고급형/ 최고급형/ 브라운 에디션 / VIP 트림으로 나뉘는데, 고급형의 경우 기본 가격이 4천만 원에 살짝 못 미친다.

‘마이웨이’를 달리는, 쌍용 체어맨 H 뉴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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