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M 디자인 부문 김태완 부사장 인터뷰 (2)
한국 GM 디자인 부문 김태완 부사장과의 인터뷰는 예정된 1시간 동안 쉴새 없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졌다. 김 부사장은 평소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처럼 다정하게 하나하나 답변을 해 주었다. 그 동안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이루었던 다양한 성과, 100년을 맞은 쉐보레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전략, 그리고 자동차 디자이너로 성장하기까지의 흥미 있었던 개인적 이야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 중, 한국 GM과 쉐보레의 현재 업무와 관련된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Q) 한국 GM의 디자인 센터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A) 인원은 2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스컬팅, 디지털, 오퍼레이션, DAQ(Design Appearance Quallity) 등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Q) GM 본사와는 어떤 관계인가?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상하 관계인지, 자율성은 어떻게 보장 받는지 등이 궁금하다.
A) GM본사는 중요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브랜드 이미지와 성격이 분명해야 하므로 본사의 d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의 성격 내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쉐보레뿐 아니라 오펠, 뷰익, GMC 등도 디자인하고 있는데, 각 브랜드마다 모델의 성격을 본사에서 모두 정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정의는 본사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GM 코리아는 미니카와 스몰카에 대해서는 글로벌 홈룸이다. 이처럼 홈룸일 경우에는 그 모델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다. 한편 홈룸은 아니지만 크루즈 같은 경우에는 스피리쳘 홈룸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주도권을 가지고 디자인했었다. 북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크루즈의 홈룸은 유럽으로, 주로 오펠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는 프랑크푸르트 럿셀하임에 위치해 있다.
Q)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출장도 자주 갈 텐데, 화상회의 등의 정례 미팅이 있나?
A) 방금도 화상회의를 마쳤다. 정례 미팅도 있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진행되기도 한다. 북미, 유럽, 아시아 퍼시픽 등과 미팅을 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 모든 지역이 동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아주 애매하다. 유럽과 할 때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북미랑 할 때는 밤 늦게나 새벽에 컨퍼런스 콜이 진행된다. 컨퍼런스 콜은 VR 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진행한다.
Q)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디자인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김태완 부사장님은 신제품 디자인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개입하나?
A) 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스케치를 하긴 하지만, 주로 처음 단계에서 컨셉과 비전을 정하고 공유하고, 스케치나 스케일 모델, 디지털 모델 들이 나오면 그것에 대한 리뷰를 하고, 또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을 일주일에 한 두 번 혹은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처럼 품평을 통해서 셀렉션을 하고, 디자인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리드하는 것이 주 임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와 그림이 나오면, 그런 것들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공유하고, 팀의 공동 작업으로 유도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끌어 내려고 노력한다.
Q) 디자이너들 마다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부사장님은 어떤 스타일인가?
A) 자기 스타일로만 고집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고집하는 것이지, 세부적인 터치까지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쉐보레라면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역동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식의 철학은 이미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그런 철학을 벗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게 된다.
Q) 현대는 ‘플루이딕 스클퍼쳐’, 렉서스는 ‘L-피네스’ 등 브랜드의 대표 디자인 철학이 있는데, 쉐보레의 대표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A) 디자인은 멋있는 말을 만들어 설명하기 보다는 차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디자이너보다는 진짜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를 더 좋아한다. 쉐보레의 디자인 철학은 솔직함, 젊음, 다이나믹함이다. 그래서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이 차를 타는 사람은 역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일 거야’라는 식으로 그 사람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옷 가게에 가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단지 최신 유행이라고 점원이 추천하는 옷을 사는 사람과는 다르다. 저희의 스파크나 아베오, 크루즈 같은 차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분명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의 만들어진 말로 설명을 해 주지 않아서 미안하다. (웃음)
Q) 쉐보레가 100년을 맞았는데, 향 후 새로운 변화가 있는가?
A) 쉐보레는 점점 더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과 후년에 새로운 터치와 디자인이 강조된 모델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그에 맞춰 회사 조직 상의 변화도 있을 예정이다.
Q) 국내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 말리부가 등장했는데, 말리부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인가?
A) 과하지 않지만 특색 있고, 한 순간에 반짝했다가 꺼지는 디자인이 아니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차다. 역시 자동차의 기본 자세에 충실한 디자인과 아주 강한 쉐보레 브랜드 디자인 요소들이 들어 있어, 한 차원 더 올라간 자신감을 표현한 차다. 무엇보다 콜벳과 카마로로 대표되는 쉐보레 스포츠카의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어 쉐보레의 역동성이 잘 표현되었다.
Q) 그 동안 ‘바디 인 휠 아웃’을 많이 강조하셨는데 새로운 변화는 없나?
A) 그것은 자동차의 아주 중요한 기본이다. 예를 들어 멋진 여성을 옷을 입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그 여성이 큰 키와 아름다운 볼륨을 갖추고 있을 때 그 옷이 더 돋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가 바로 바디 인 휠 아웃이다. 땅 위에 서 있는 자세, 그 기본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흔히 옷걸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 기본이 튼튼해야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나올 수 있다. 치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치장은 처음에 눈에 반짝 띄지만 별로 오래가지 않는다.
Q) 이제 곧 출시될 말리부가 관심의 대상인데, 말리부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인가?
A) 과하지 않지만 특색 있고, 한 순간에 반짝했다가 꺼지는 디자인이 아니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차다. 역시 자동차의 기본 자세에 충실한 디자인과 아주 강한 쉐보레 브랜드 디자인 요소들이 들어 있어, 한 차원 더 올라간 자신감을 표현한 차다. 무엇보다 콜벳과 카마로로 대표되는 쉐보레 스포츠카의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어 쉐보레의 역동성이 잘 표현되었다.
Q)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
A)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절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말 양보하지 않아야 할 부분, 확신, 철학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파크와 크루즈에서 스파크의 미터 클러스터가 모터 사이클 형상인 것이나, 뒷 도어 핸들 위로 올라간 것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새로운 시도를 고집해서 이룬 것이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개발 시간이나 추가적인 테스트 등이 더 필요해서 쉽게 수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GM 코리아 엔지니어들이 많이 진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디자이너들은 그 보다 더 혁신적이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Q) 단순히 시간이나 테스트, 코스트에 대한 부분 말고, 좀더 어려운 설계 구조적인 면이나, 현재 기술로 개발이 힘든 요구여서 포기한 적은 없었나?
A) 포기한 것은 별로 없었다. 새로운 것 트라이해서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라도 꼭 한다. 어차피 정말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고, 좀 더 혁신적인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올란도의 히든 스토리지는 그 전부터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다 성격에 가장 잘 맞는 올란도에 와서 확신을 가지고 진행해서 결국 완성해 낸 경우다. 새로운 차가 하나 나올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향후 쉐보레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나?
A) 아마 보면 알게 될 거다. 쉐보레의 미래를 위해 저희가 컨셉트카 ‘미래’를 준비했는데, 미래가 나오자 마자 글로벌 GM 여러 곳에서 다양한 디자인 영감을 받는 것을 보고 상당히 기뻤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나갈 거다라는 설명보다는 이런 차를 보시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쉐보레 디자인은 좀더 디자인-오리엔티드 되고, 좀 더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해 나갈 것이다.
Q) IT와의 융화가 자동차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나?
A) IT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테크놀러지이고, 또 누구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 두 가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부분이며, 앞으로 그 관계는 더욱 더 깊어 질 것이다. 따라서 많은 스터디를 하고 있고 새롭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다. 아이폰, 블랙베리, 충전 시스템, 디스플레이, 전화 속의 다양한 기능, USB, 블루투스 등 최신 IT 제품들을 관심 있게 살펴 보았고, 필수적으로 리뷰하고 있다. 개인의 최신 IT 장비가 자동차의 시스템과 어떻게 편리하게 연결되어 사용될 수 있을지 계속 연구 중이다.
Q) 쉐보레는 그 동안 원형 테일램프를 패밀리 룩으로 사용해 왔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바뀌고 있는가?
A) 쉐보레 브랜드의 플레그십인 콜벳이 듀얼 라운드 테일램프를 사용했다. 그것은 듀얼도 중요하고, 라운드도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평생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듀얼 타입을 어필하면서 카마로의 경우 라운드가 아닌 약간 사각형에 가까워 졌지만 여전히 듀얼이다. 말리부에도 쉐보레 테일 램프의 진화를 적용하였다.
Q) 디자이너이면서 관리자이신데 그 역할 조율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관리자이긴 하지만 전 여전히 직업란에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적는다. 아직도 많은 시간을 디자인 작업에 할애한다. 제가 하는 중요한 관리는 디자이너 집단이라는 이 크리에이티브한 조직이 창의성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절한 보상을 받고, 또 다양한 경험을 쌓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이다.
Q) 디자인 산업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비중은 어떻게 변해 가나?
A) 비중이라고 해서 몇 % 이렇게 나눌 수는 없다. 둘 다 중요한데 여전히 아날로그도 중요하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보다는 균형이 중요하다. 차를 운전할 때도 자동변속기가 편리하지만 항상 자동변속기 차량만 타기 보다는 가끔씩 수동 변속기 차도 타는데, 이런 것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워낙 자동차를 좋아하는 기자가 자동차 산업계의 거물 디자이너를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약속 했던 1시간이 금방 흘러버렸다.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고 나눌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방을 나서며 인사를 나누는 순간까지도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면서 서로 말 꼬리를 이어가기도 했지만, 쉐보레 행사에서 곧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디자인 센터에서 발길을 돌렸다.
김태완 부사장 주요 약력
1960년 서울生
1988년 미국 브리엄 영 대학 (Brigham Young Univ.)에서 자동차 디자인 학사 학위
1990년 영국 왕립 예술 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 학위
1991년 영국 I.A.D(International Automotive Design)社, 일본 및 유럽 자동차 디자인
1995년 대우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담당 최고 책임자,
매그너스, 라세티, 칼로스, 마티즈 등 익스테리어
2000년 이탈리아 피아트社에서 친퀘첸토(Cinquecento), 푼토(Punto), 두카토(Ducato)
2006년 1월 GM DAEWOO 선행디자인담당 및 익스테리어 디자인담당 임원
2007년 2월 GM DAEWOO 디자인센터 총괄 임원
2008년 6월 1일부로 GM대우 디자인부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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