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진 오랜 친구, 쌍용 렉스턴 W

발행일자 | 2012.07.05 15:49
내실 다진 오랜 친구, 쌍용 렉스턴 W

배경이야 어찌 되었든 오랜 세월 동안 큰 변화 없이 꾸준하게 우리 곁을 지키며, 묵묵히 내실을 다지고 가치를 높여 온 자동차가 있다. 지난 부산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쌍용 ‘렉스턴 W’다. 디자인을 결정 짓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에 큰 변화를 준 만큼 앞 모습만 봐서는 렉스턴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옆모습과 뒷모습에서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했던 렉스턴이 맞다. 그런데 이름에 ‘W’가 붙었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내실 다진 오랜 친구, 쌍용 렉스턴 W

렉스턴 W는 대한민국 1%를 위한 럭셔리 SUV를 표방하며 등장한 렉스턴의 3세대 모델이다. 엄밀히 말하면 2세대의 개선형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쌍용이 2년 6개월간 1,300억원을 들여, 신차를 개발하는 각오로 만들어낸 모델인 만큼 같은 이름과 크게 변하지 않은 외관에 대한 부담은 잠시 접어두고 속내를 자세히 살펴 보면 신차 수준으로 높아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국내 중대형 럭셔리 SUV의 대표주자였던 렉스턴의 덩치에 비하면 낮은 배기량이라 할 수 있는 2리터 디젤 엔진으로 기대 이상의 뛰어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거기다 첨단 편의 장비를 대거 장착하고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점도 오랜 친구 렉스턴 W를 다시 눈 여겨 봐야 할 이유다.

내실 다진 오랜 친구, 쌍용 렉스턴 W

렉스턴 W의 크기는 4,755 x 1,900 x 1,840mm에 휠베이스 2,835mm로 싼타페의 4,690 x 1,880 x 1,680mm에 휠베이스 2,700mm보다 한 치수 크고, 베라크루즈의 4,840 x 1,970 x 1,795mn, 휠베이스 2,805mm에 비해서는 차체는 작지만 휠베이스는 여전히 더 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 치수를 비교해 봄으로써 2리터 엔진이 적용된 렉스턴이 크기 면에서 3리터 엔진이 적용되는 베라크루즈 급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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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W에 적용된 2.0 e-XDi200 LET(Low End Torque) 엔진은 최고출력 155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36.7kg.m/1,500~2,800rpm를 발휘한다. 수치상으로는 최근 2리터 디젤 엔진의 성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1%를 외치면서 ‘한국형’을 강조했던 렉스턴답게 새 엔진은 경사로, 곡선도로, 산악험로 등 한국 지형에 적합하도록 저회전 영역인 1500~28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를 유지하도록 최적화했다. 이런 특성은 처음 엑셀을 밟을 때 나타나는 첫 반응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2톤의 거구를 움직이는 심장이 2리터 엔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경쾌하게 출발하고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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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져와 오랫동안 사용해 오고 있는 E-Tronic 5단 자동 변속기다. 요즘에는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다단 변속기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단수가 5개라는 것을 제외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과거 벤츠 차량들이 초반 굼뜬 가속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초반 응답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40, 70, 110, 150km/h를 통과하면서 경쾌하게 변속하고 5단에 이르러서도 기대 이상으로 가속을 유지해 180km/h까지 꾸준하게 밀어 부치는 것도 배기량과 덩치를 감안하면 놀라운 실력이다. 특히 실제 주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km/h 이하에서는 놀랄 만큼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응답성이 빠르고, 토크감이 두텁고, 가속이 빠르니 큰 덩치가 전혀 의식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6단이나 8단 변속기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회전수는 낮게 기어는 높게 주행하도록 세팅되지만, 단수가 5단인 만큼 기본적으로 스포츠 모드에 가깝다고 봐도 될 것 같다. 100km/h로 주행할 때 5단의 회전수는 2,100rpm을 살짝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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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에서는 노면의 잔 진동이 비교적 많이 전달되고, 높은 차고로 인해 다소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에 반해 고속에서는 안정감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스티어링도 충분히 무거워지고 정교해져 키가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고속주행 안정성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의 탁월한 정숙성 덕분에 고속으로 달릴 때는 큰 차체에서 발생하는 풍절음이 더 크게 들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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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왼쪽 옆구리에 부착된 스위치로 변속하는 것은 조금 사용하다 보면 금새 익숙해 지고, 손을 기어 레버로 옮기는 일이 부담된다면 스티어링 휠 좌우에 자리하고 있는 버튼으로도 변속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디젤 자동차는 토크가 높고 최고 회전수가 낮아서 디젤 스포츠카가 아니라면 굳이 수동모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편이 더 편리하다. 렉스턴이 단순한 도심형 디젤 SUV라면 기어 레버 옆 변속 스위치나 스티어링 휠 변속 버튼은 괜히 가격만 높이고 별로 필요하지 않은 장비라고 단정하고 싶지만, 강철 프레임을 가진 정통 SUV인 렉스턴이라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장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렉스턴 W는 3중 구조 강철 프레임과 강성을 강화한 차체로 험로에서도 탁월한 강성을 확보했다. 랜드로버마저도 모노코크 타입을 채택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프레임을 고집하는 것이 무척 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험로 주행을 고려한 정통 SUV가 한 대쯤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환경이 변하더라도 고집을 유지해 줬으면 하는 (나 만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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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륜 구동 장치는 파트 타임 방식으로 2WD, 4WD High, 4WD Low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 전자식에 비해 도로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실력은 떨어지겠지만, 평소에 2WD로만 주행하다 빗길, 눈길 등의 미끄러운 도로를 만나거나, 특별한 경우 험로에 들어 설 때만 4WD를 선택해 주면 되므로 연비와 험로 주파 능력에서는 더 뛰어난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내리막길 주행보조 장치인 HDC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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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도 자세히 따져 보지 않으면 크게 바뀐 부분을 찾기 어렵다. 최근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자동차들이 많아져 첫 눈에는 지나치게 수수한 모습이 아쉽지만, 심플한 것이 원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숙해지고 정이 들어간다. 참 단정하다. 오히려 스티어링 휠 패드 좌우에 나열된 버튼들이 너무 튀어서 이것들도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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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내외관 디자인과는 달리 스마트키 시스템, 크루즈컨트롤, 오디오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블루트스 핸즈프리, 네비게이션, 하이패스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대거 갖춰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많이 반영했다. 특히 스마트키 시스템은 현대 기아 쪽 시스템과는 달리 시동을 꺼도 음악과 조명 등 전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방식이어서 무척 마음에 든다. 간단한 장치이지만 인기가 높은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이 빠진 점은 아쉽다. 스티어링 칼럼 좌측 레버 끝 부분을 누르면 비상등을 3번 점멸해 주는 기능은 쌍용차가 개발해 장착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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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은 가격 대비 넓은 실내 공간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중형 SUV 가격에 대형 SUV의 넓은 공간을 얻게 되는 셈이다. 3열 시트는 평소에 접어 두면 넓은 화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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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잘 유지하면서 첨단 기술이 제공하는 친환경성과 편의성은 잘 아우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 렉스턴 W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대명사가 된 대한민국에서도 뛰어난 상품성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가격은 트림 별로 RX5 Deluxe 2,733만원, RX7 2,972~ 3,288만원, Noblesse 3,633만원이다.

내실 다진 오랜 친구, 쌍용 렉스턴 W
쌍용 렉스턴 W 고화질 갤러리
<쌍용 렉스턴 W 고화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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