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다. BMW는 7이 가장 높고, 아우디는 8이 가장 높은데 기아가 9를 내 놨다. 물론 이름이 9이긴 하지만 실제로 7과 8과 9는 같은 급이다. 기아 K9 말이다. 그리고 S가 같은 급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K9과 에쿠스도 같은 급이 된다. 그렇다. 엄밀히 따지면 같은 급이다. 다만 에쿠스의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K9의 길이를 조금, 아주 조금 에쿠스보다 짧게 만들었고, 에쿠스에는 올라가는 V8 엔진을 K9에는 올리지 않는다. 그 대신 3.3 엔진을 더했다. K9을 기다린 고객들에게 나쁠 것은 없다. 어차피 K9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첨단기능을 장착한 모델이고, 스포츠 세단이 아니므로 주행 성능은 3.8과 3.3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에쿠스가 후륜구동 플랫폼에서 새롭게 탄생했을 때도 에쿠스와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의 비교가 궁금하긴 했었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일부 외국 미디어에서 직접 비교한 것 외에 국내에선 활발한 비교가 없었다. 굳이 직접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에쿠스가 국내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 만들어진 자체 상품성 만으로도 에쿠스를 표현하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기아가 에쿠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K9를 내 놓자 이번에는 여기 저기서 7시리즈와 S클래스와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 온다. 영국에서 건너온 모 자동차 전문 채널에서는 K9의 압승을 이야기했고, 모 자동차 전문 블로거도 K9의 뛰어난 상품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디자인이 닮았다는 논란에서부터 시작해서, 7시리즈에 이어 아우디도 채택한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를 K9이 국내 최초로 장착하고 나온 것 하며, 현재 지구 상에 등장한 최고의 자동차 기술이 망라되어 장착된 점 등에서 누구나 비교의 결과를 궁금해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RPM9도 기아 K9 3.8 프레지던트와 동급의 엔진을 장착한 BMW 740i를 비교 무대에 올렸다. K9은 당연히 따끈따끈한 신차이고, 740i는 급하게 렌터카를 찾다가 최신 연식 모델을 빌리지 못하고, 2009년식 모델을 빌렸다. 엔진 성능에서 현재 판매 모델과 차이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톱&고, 차선이탈 경고장치 등 일부 첨단 기능이 빠진 상태다. 따라서 비교 시승은 주행 성능을 위주로 진행했고, 첨단 기능 및 제원에 대한 비교 평가는 현재 판매 모델의 제원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어쨌든 K9이 아무리 첨단 옵션을 장착했다고 하나 세계 최고의 프레스티지를 자랑하는 7시리즈와 겨루면 본질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비교에 임한 것이 사실이다. ‘K9, 얼마나 대단한지 두고 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비교시승을 했다. 그냥 ‘단순히 가격대비 상품성에서 조금 앞서겠지!’ 라는 생각으로 꼼꼼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가장 먼저, 가격과 옵션에 대한 비교에서 가격 대비 상품성이 역시 K9이 앞섬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아주 많이 앞선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격을 고려하는 한 어떤 이유로도 K9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가격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은 자동차 자체에만 집중해서 비교해 보기로 했다.
우선 크기는 K9이 5,090 x 1,900 x 1,490mm에 휠베이스 3,045mm이고, 740i는 5,072 x 1,902 x 1,479mm에 휠베이스 3,070mm로 거의 비슷하다. 외관 디자인은 보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740i가 중후함이 강조되었다면, K9은 우아함이 더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K9은 얼핏 봤을 때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엔진을 살펴보자. K9은 3.3 GDI와 3.8 GDI 두 가지 엔진이 얹히는데 비교 시승에 나온 것은 3.8 GDI로 최고출력 334마력/6,400rpm과 최대토크 40.3kg.m/5,100rpm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등의 제원은 밝히지 않고 있다. 740i는 예전에 알고 있던 것처럼 4.0리터 엔진이 아니라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성능을 감안해서 7뒤에 ‘40’을 붙인 것이다. 최고출력 326마력/5,800rpm과 최대토크 45.9kg.m/1,500rpm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이 8마력 낮은 반면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가 더 낮고, 최대토크는 터보 엔진 답게 5.6kg.m가 더 높으면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가 1,500rpm이어서 5,100rpm에서 K9에 비해 월등히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강력한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0~100km/h 가속은 5.9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연비는 K9이 10.3km/L, 740i가 8.5km/L로 K9이 앞선다.
변속기는 K9이에쿠스와 같은 자동 8단인 반면 740i에는 아직 자동 8단이 얹히지 않아 6단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8단이 얹힌다. K9은 330 GDI 기본형인 프레스티지에서는 K7의 것을 닮은 부츠타입 기어레버가 제공되고, 조이스틱을 닮은 형태의 전자식 변속레버는 그 이상의 상위 트림에서 제공된다. 전자식 변속레버는 조작에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한 장비다. 조작 방식은 BMW의 것과 거의 비슷한데,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업과 다운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BMW는 레버를 위로 밀면 다운, 아래로 당기면 업인데, 이는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조작감은 BMW의 것이 훨씬 더 절도 있게 움직여 조작하는 움직임에서도 재미가 느껴지는데, K9의 것은 조작감이 다소 밋밋해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도 BMW의 것은 비대칭형이어서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반면, K9의 것은 아주 예쁘게 깎아 놓은 조각품 같다.
실제 달리기에서는 드래그 대결과 주행 중 재 가속에서 740i가 좀 더 앞섰다. 740i의 초반 응답성이 월등히 뛰어나 동시에 가속하면 출발에서 차이가 크게 나 버리고, 응답성을 감안하여 K9을 조금 일찍 가속시켜서 동시에 출발할 수 있게 하더라도 결국 740i가 조금 더 빨리 달렸다. K9의 가속 성능 제원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740i의 5.9초에 거의 준하는 실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마디로 K9 역시 무척 빠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K9의 부드러운 성격을 감안했을 때는 넘치는 힘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강력하다. 말이 334마력이지 10년 전이라면 수퍼카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파워가 아닌가?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로 나가서 주행을 하면 평범한 주행이지만 두 모델의 서로 다른 성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명성을 쌓아 온 BMW의 740i는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이면서도 스포츠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모름지기 자동차는 도로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듯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끊임없이 도로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특히 고회전으로 올라가면 엔진 사운드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반면 K9은 스포츠 세단은 염두에 없는 듯 매우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을 선보였다. 도로 위를 달리지만 도로는 K9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인도하는 통로 일 뿐 K9은 도로와 완벽하게 차단된 안락한 공간에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 듯하다. 심하게 비약하면 거실의 안락한 소파가 소리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과거 현대차의 물침대를 떠 올리면 오산이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에서 충분히 안락하면서 후륜구동의 주행 감각은 살리고 안정감도 확보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K9도 250km/h에서 속도 제한이 걸리는데 이 때도 직진 안정성은 우수한 편이다.
물론 이는 기술적으로 740i가 더 우위에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 본다면 어떤 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자동차로 달리는 것을 즐기는 이라면 당연히 740i가 더 매력적일 것이고,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보는 이라면 더 안락하고 조용한 K9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산길 와인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유명산을 올랐다. 그냥 부드럽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서킷을 달리는 방식으로 강하게 코너를 밀어붙이며 달렸다. BMW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지만 주행 안정성에서 K9은 740i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740i는 잘 억제된 롤과 하중이동 후의 탁월한 회복력으로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 나갔고, K9은 상대적으로 더 큰 롤과 그에 따르는 반동으로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코너 진입 후 강하게 가속을 해 나가면 두 모델모두 강력한 엔진 덕분에 쉽게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 때도 반응은 서로 달랐다. 740i는 좀 더 늦게 DSC가 개입하고, 개입할 때도 비교적 자연스러운 제어로 거동에 위화감이 없다. 그리고 순간적인 제어로 자세를 바로 잡은 즉시 제어를 풀어 주어 이어지는 가속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역시 오랜 세월 달리기에 끊임없는 연구를 쏟아 부은 BMW 다운 반응이다. 반면 K9은 운전자가 슬립을 감지할 정도가 되면 이미 제어에 들어가며, 자세를 바로 잡은 후에도 제어를 잠시 더 유지해 엑셀을 밟아도 전혀 가속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자에게 답답함을 준다.
하지만 이 비교 결과에 있어서도 단순히 BMW가 더 좋다고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의 본질에는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지만 플래그십 세단으로 산길을 이렇게 달리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니만큼 보다 더 안락한 K9의 주행특성을 선호한다고 해서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는 말이다. 서로 명확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성격의 차이를 이해하고 소비자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다만 K9이 세계 최고의 명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욱 향상된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일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듯 주행 성능 면에서는 740i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K9을 앞섰다. 사실 시승 전부터 예견 했었던 결과다. 반면 정숙성과 안락함에서는 K9이 단연 우위다. 그러면 이제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성을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 도로 등을 실 생활에서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달려 보았다.
두 모델 모두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단연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다. BMW는 HUD의 원조답게 컬러 HUD를 이미 5시리즈에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고, K9의 HUD는 국내 최초 적용이다. 하지만 K9의 HUD도 현존 최고 버전인 듯 풀 컬러에 속도, 네비게이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상황, 후방 경보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장치 등 원조인 740i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제공하고 있다. HUD는 K9의 최고 강추 아이템이다. 다행히 최하위 트림인 ‘3.3 GDI 프레스티지’에서도 ‘하이테크’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HUD는 스티어링 휠 햅틱 메뉴를 통해서 보여지는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텍스트의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740i에 비해 조금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집어 넣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하 ASCC) 사용 중에 왼쪽 차선에서 차가 접근 시 차량 접근 경고 표시가 ASCC 정보를 대체해서 표시된다. 그 순간 ASCC가 해제된 건 아닌지 착각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ASCC는 매우 편리한 최첨단 기능이지만 운전자사 지속적으로 앞차와의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ASCC 정보가 화면에서 사라져버려 당황하게 되었었다. 물론 그 때 계기판을 보면 여전히 작동 중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긴 하다. 좀 더 익숙해지면 쉽게 당황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ASCC가 쉽게 해제되지도 않는다.
ASCC도 두 모델에 공동으로 적용된 (현재 판매 모델 기준) 첨단 기능으로 이것 또한 강추 아이템이다. 현대 그렌저 이후 현대 기아 럭셔리 모델에 확대 적용되고 있는 ASCC는 말 그대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어드밴스드 버전으로 앞차가 정지할 경우 그 차를 따라서 정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3초 이내 재출발 시 자동으로 재출발하며, 3초 경과 후 재출발 시에는 ‘RES’ 버튼을 누르거나 엑셀을 살짝 밟아 주는 것으로 다시 설정이 회복된다. 다양한 주행 조건에 대한 반응을 조금만 시험해 보고 나면 거의 모든 주행 구간에서 ASCC를 사용할 정도로 활용도와 만족감이 높은 장비다. ASCC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재출발 시 RES 버튼을 사용하면) 브레이크와 엑셀 페달을 전혀 밟을 일이 없으니 두 발이 모두 호강한다. 장거리 주행에서 오는 피로를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단조로운 운전으로 인한 졸음운전은 충분히 대비해야 하겠다.
ASCC를 사용할 때 한 가지 팁을 전한다면, 차간 거리 설정 버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앞 차를 따라갈 때 얼마나 떨어져서 따라갈 것인지를 정해주는 차간 거리 설정은 4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데, 고속도로 등 속도가 빠른 주행에서는 최대한 거리를 멀게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고, 가다서다를 자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최대한 짧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올림픽대로라면 비교적 짧게 설정해서 주행하다 속도가 급하게 줄어들 것 같은 상황에서는 먼 거리 설정으로 바꾸어주어 자연스러운 감속을 유도하고, 속도가 충분히 줄어든 다음에는 차간 거리를 다시 짧게 설정해 주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좋다.
다음 강추 아이템은 냉방 시트다. K9은 시승차가 최상위 트림인 3.8 GDI 프레지던드여서 앞, 뒤 좌석 모두에 냉방시트가 제공되는데, 740i에는 모두 제공되지 않는다.
그 외의 다양한 장비들을 살펴보면 오토 홀드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은 두 모델 모두 갖추고 있다. 740i에 장착된 i드라이브와 대응하는 K9의 통합 조작키는 아우디의 MMI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740i에는 없는데, K9 3.8 GDI 프레지던트에는 있는 장비들은 운전석 익스텐션 (방석 부분이 확장되는) 시트, 시트 진동 경보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후측방 경보 시스템, 뒷좌석 듀얼 모니터, 어라운드 뷰 모니터, 차고 조절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17 스피커, 외장 엠프), 지붕 및 필러 스웨이드 마감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거기다 스마트 키 시스템도 BMW는 도어를 열 때는 적용되지 않는 반면, K9은 차에 접근만 하면 사이드 미러를 자동으로 펼쳐주는 웰컴 기능까지 갖춘 방식이다. 물론 도어를 잠그면 자동으로 사이드 미러를 접도록 설정할 수 있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이미 많이 알려진 안전 장비이고, 국내 최초로 적용된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뒤 측면에서 차량이 접근할 경우 경보음과 사이드 미러에 내장된 경고등, 그리고 시트 측면 진동 경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의를 준다. 시트 진동 경보 시스템은 차선 이탈 시나 후측방 차량 접근 시 위험이 있는 쪽의 시트 옆구리에 진동을 줘서 주의를 주는 시스템으로 경고 효과가 탁월하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동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진동을 해제할 수도 있다.
UVO 서비스에 가입하면 스마트 폰 앱을 통해 원격 시동, 에어컨/히터 가동, 주차 위치 확인, 문열림/잠금 제어, 목적지 전송, 차량 진단, 무선인터넷 연결, 컨시어지 서비스 등 첨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본 서비스에 대해서는 2년간 무료로 제공된다.
이 외에도 K9에는 상당히 아기자기한 기능들도 많이 숨어 있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차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를 펼쳐 주는 웰컴 기능도 재미있다. 다만 좀 더 먼 거리에서도 작동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은 있다. 도어를 열면 도어 하단 조명이 미국 드라마에 등장한 ‘키트’의 전면 시그널처럼 빨간색 LED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아래를 비춰준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걸기 전에 도어를 닫고 잠시 기다리면 계기판에 격언이 하나 등장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동을 걸면 12.3인치 대화면의 풀사이즈 TFT LCD 클러스터 계기판이 깨어난다. 전체가 모니터여서 계기를 포함한 모든 요소가 그래픽으로 처리되는데, 계기가 생겨나는 그래픽 모션이 화려하다. 먼저 동그라미 두 개가 회전하며 등장하고, 눈금들이 마치 가시 돋치듯이 생겨난 후 눈금의 숫자가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생겨난다. 지금까지 시승한 차들의 계기판 중 가장 화려한 액션이다. 전체가 디지털 화면인 만큼 오른쪽의 회전계는 스티어링 휠의 햅틱 리모컨을 조작하면 네비게이션 경로 정보나 설정 화면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동이 걸리면서 센터페시아 상단의 9.2인치 대화면에서는 주크박스에 저장된 K9 (홍보) 영상이 재생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시원한 영상미와 다양한 첨단 기능 소개가 더해져 자주 감상하게 된다. 영상에서 우아하게 주행하는 모습을 감상한 뒤 출발하게 되면 내가 타고 있는 K9의 거동이 영상 속의 우아한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주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주행 중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면 에코, 노멀, 스포츠로 바뀌면서 서스펜션 세팅과 변속기 제어에 차이를 주는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물결 파장이나 충격파가 터지는 것 같은 그래픽 효과가 계기판 전면에 흐르는 것도 특이하다. 주행을 마치고 시동을 끄면 마지막으로 계기판에 주행한 거리와 평균 연비, 주행 가능 거리 등을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것도 지금까지 어떤 차에서도 보지 못한 친절한 서비스다.
이처럼 K9은 모든 옵션이 다 적용된 최고급 프레지던드 트림의 경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첨단 기능들이 거의 다 포함된다. 여기에 빠진 기능이라면 나이트 비전과 에쿠스에 적용된 일등석 VIP 마사지 시트, 도어를 연 각도 그대로 고정해 주는 기능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제 가격을 확인해 보자. BMW 740i는 차선이탈 경고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앤 고 기능 등을 갖추고 1억 3,410만원이다. 기아 K9은 모든 기능을 다 적용한 최상위 프레지던트 트림이 8,640만원이다. 가격 차이는 4,770만원이며, 상품성의 차이는 앞서 열거한 것과 같다.
이번 비교로 기아가 야심 차게 준비한 K9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그먼트 리더인 BMW 7시리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프레스티지 세단이다. 주행 성능과 안정성에서 세계 최고이며, 첨단 기능 도입에서도 세계 최고이고, 수 많은 세계 최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760Li에서부터 740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트림에 따라 첨단 기능의 적용 여부가 차이가 난다. 하지만 기본형에 가까운 740i에도 핵심적인 첨단 기능은 모두 기본으로 갖췄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에 걸맞은 가격도 갖췄다.
한편 기아 K9은 엔진 성능 면에서는 거의 동등한 수준을 선보였지만, 역동적인 주행 성능 면에서는 740i에 많이 뒤졌다. 대신 정숙성과 안락한 주행에서 점수를 더 얻어, K9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었다. 첨단 기능 면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능들이 거의 빠짐없이 적용되었으며, 한국이 자랑하는 IT 기술과 감성적인 면에서 740i를 멀찌감치 따 돌리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이런 모든 기능을 더하고도 가격은 4,770만원이나 싸다. 옵션을 패키지화한 부분에서 선택의 폭을 일부 제한했다는 비판이 있긴 했지만, 최하위 트림에서도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냉방 시트 등 알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만족도는 비교적 높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하위 트림에서 원하는 옵션만 장착할 경우6천만원 전후의 가격대로도 이런 최첨단 기능들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최고급 대형 세단의 넓고 안락한 실내 공간과 탁월한 정숙성, 부드럽고 여유 있는 주행감각도 함께 따라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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