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외 선진업체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품 업체들의 선행 기술 확보가 부진하면서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확대되고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세대 자동차 및 스마트카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3%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비중은 최고 10%를 넘는 해외 선진 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는 357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30조789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이 업체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3년 연속 1% 초반대에 머물렀다. 한라그룹 계열인 만도도 지난해 1891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1위인 보쉬의 연구개발 투자액(2011년 기준)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콘티넨털도 지난해 2조5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지난해 세계 8위 자동차 부품업체로 등극한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가 3위 업체인 콘티넨탈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현대모비스가 모기업 현대기아차의 생산 물량 증대로 덩치는 커졌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는 미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자화에 대비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미진해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 해외 의존도는 확대일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 70% 수준이던 자동조정 및 제어기기 부품의 수입 의존도는 최근 90% 이상으로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심해 9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전장 부품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족한 자동차산업발전전략포럼 내에 부품산업분과를 설치하고 중장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시장에서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부품은 물론이고 완성차를 망라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부품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단위:십억원, %)
(자료:업계, 보쉬는 2011년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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