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카레이서들은 이상한 옷을 다 똑같이 입고 있어요? 헬멧 쓴 모습도 웃기고….”
지난해 자동차 경주를 처음 보러 온 여성의 질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주복 같은 꽤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다. 평소엔 자주 보던 옷이다 보니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니 예전에 같은 생각을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다른 모양으론 못 만드나?`
카레이서들이 경기 중에 입는 레이싱 수트는 한 벌로 만들어진다. 막상 입어오면 꽤 어색하고 불편하다. 이런 옷에 헬멧과 장갑까지 낀 상태에서 날씨라도 덥다면 그야말로 사우나 안에 들어온 듯한 더위가 몰려온다. 유난히 갑갑한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맵시와는 관계 없이 기능적 면만 강조한 옷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 도중 사고가 나 드라이버가 정신을 잃었을 때 아무 곳이나 잡고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 벌로 만들어진다. 또한 화재에도 대비해야 해서 불이 잘 붙지 않는 방염 소재를 쓴다. 유난히 덥고 짜증나는 이유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신발이나 장갑도 조금 다르다. 레이싱 슈즈는 꽤 얇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진다. 바닥은 굴곡이 없고 편평하다. 페달을 이리저리 밟을 때 신발이 걸려서 잘못 조작할 가능성을 줄인 구조다. 장시간 운전할 때도 꽤 편하다. 장갑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핸들을 놓치지 않도록 문어나 오징어의 빨판 같은 구조라던가, 실리콘, 가죽 등 다양한 소재도 접목된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은 물론, 목을 보호하기 위한 HANS도 필수장비다. 큰 충격에도 단단히 버텨 머리 손상을 막아주는 헬멧은 생각보다 무겁다. 한스까지 어깨 위에 올리면 누군가 등에 업힌 듯한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조금(?) 웃긴 모양새를 보여주는 건 `안전`과 `기능`에 관련된 레이스 `규정` 때문에 멋을 포기한 탓이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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