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비밀의 숲’(6-1)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조승우, ‘공간 낭비’라는 단어 하나로 어필하는 작가

발행일자 | 2017.06.26 12:06

안길호 연출, 이수연 극본의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6화는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조승우(황시목 역)를 위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승우가 밥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일이 생겨서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감정 없는 조승우는 무표정한 배두나(한여진 역)와 묘하게 케미를 이루고 있으며, 배두나가 그린 조승우의 뇌구조는 흔한 비유일 수 있지만 ‘공간 낭비’라는 단어 하나가 추가되면서 엄청난 메시지와 울림을 담고 있다.

‘비밀의 숲’은 로맨스를 찾기 어려운 드라마로 뻔하지 않은 관계를 형성하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심쿵하는 시간이 그리워질 수도 있는 드라마이다. 그런데, 제6회에서 조승우가 무덤덤하게 신혜선(영은수 역)에게 했던 행동은 가뭄 속 단비처럼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계속 밥을 못 먹는 조승우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다른 검사들과 밥을 같이 먹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뜻하는 혼밥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그 혼밥조차 끝까지 먹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 하는 경우가 이전 회차 방송까지 계속 반복됐다.

밥을 잘 먹지도 못하고, 먹을 때도 혼밥을 먹어야 하는 조승우에 시청자들은 동정과 공감을 하게 된다. 많은 것을 혼자 하는 시대에 조승우의 혼밥은 드라마 속이기는 하지만 조승우도 나와 같은 면이 있다는 위안을 전달한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따라서, ‘비밀의 숲’ 제6화에서 “밥은 먹고 다닙시다.”라고 말하며 국밥을 같이 먹으러 간 배두나에게 시청자들은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내가 지지하고 응원하는 조승우가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이입해서 시청하고 있다면 배두나의 마음은 마치 나의 허기를 달래주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무표정한 배두나 + 감정 없는 조승우

‘비밀의 숲’ 제6화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감정 없는 조승우가 그나마 작은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무뚝뚝한 아이가 방긋 웃어준 것처럼 기쁨을 느꼈는데, 이런 공감을 드라마가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신기하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배두나의 “우리끼리”라는 표현에 조승우는 처음 웃는데, 첫사랑, 첫키스도 아닌 첫웃음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마법을 배두나와 조승우, 이수연 작가와 안길호 연출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남자 주인공은 감정이 없고, 여자 주인공은 무표정하다면 보나 마나 뻔한 이야기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 이런 설정 속에서 이렇게 촘촘한 스토리를 넣고 작은 움직임과 반응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돋보인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로맨스 없는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마법

‘비밀의 숲’ 제6화에서 조승우는 설렘의 진도를 한발 더 나갔다. 이준혁(서동재 역)의 방에서 자료를 몰래 찾으러 들어온 조승우와 신혜선은 그 방에 직원이 들어왔을 때 숨으며 마주하게 되는데, 이때 조승우는 손으로 신혜선의 입을 막아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했다.

그간 로맨스도 없고 스킨십도 없었기에, 조승우의 스킨십 자체만으로도 심쿵하게 만든 시간이었는데, 더욱 여심을 흔들 수 있었던 것은 신혜선의 입을 막을 때 조승우의 손이 매너손이었다는 점이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조승우이고,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작은 접촉 하나에도 여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디테일을 어떻게 이렇게 잘 살리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신혜선이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와 무언가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준혁이 화를 내며 신혜선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갈 때, 조승우는 이준혁과 신혜선이 잡고 있는 손을 잡으며 더 이상 끌려가지 못하게 했다. 조승우의 ‘멋짐 폭발’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공간 낭비’, 단어 하나만으로 방향성, 상징성, 가능성을 의미 있게 표현한 작가

‘비밀의 숲’ 제6화에서는 배두나가 조승우의 뇌구조를 그려 조승우에게 알려주는 장면이 있었다. 누군가의 뇌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유행이 한참 지난 이야기로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비밀의 숲’이 가진 독창적인 면은 조승우의 뇌구조에 어떤 공간인지 모르는 공간인 ‘다른 마음’이 있고, 외계인을 믿는 이유가 ‘공간 낭비’라는 조승우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공간 낭비’라는 단어는 ‘비밀의 숲’과 조승우의 방향성, 상징성, 가능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조승우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줄 수도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암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단어 하나만으로도 분위기와 뉘앙스를 확 바꿀 수 있는 작가가 로맨스 장르의 글을 쓴다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비밀의 숲’의 열혈 시청자들은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도 계속 따라가며 시청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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