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JIMFF(2) ‘마이엄마’ 한국계 해외 입양인이 친가족을 찾습니다

발행일자 | 2017.08.04 00:34

임준현 감독의 ‘마이엄마(My Umma)’는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2017)’ 세계 영화의 흐름 국제경쟁부문 섹션 상영작이다. ‘우리 모두는 뼛속 깊숙이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기 원하는 열망이 있다.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텅 빈 갈증만 있을 뿐이다.’와 ‘살면서 아무리 성공하도라도 그것이 없으면 여전히 공허함과 가장 불안한 외로움만 있을 뿐이다.’(알렉스 헤일리)라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마이엄마’는 40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엄마를 찾기 위해 아는 이 하나 없는 고향 충북 제천에 정착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1 ‘인간극장-엄마찾아 3만리’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크 맥퀸은 제천 시장 앞에서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하고, 제인 트렌카는 딸 줄리아를 돌보며 부모를 찾는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한국계 해외 입양인이 친가족을 찾는 이야기는 순탄치 않다.

◇ 영화 제목이 ‘나의 엄마’도 ‘마이 마미’도 아닌 ‘마이엄마’인 이유는? ‘마이 엄마’라고 띄어쓰지 않고 ‘마이엄마’라고 붙여 쓴 이유는?

‘마이엄마’는 제목이 가진 상징성에서 영화 전반의 뉘앙스를 도출할 수 있다. 루크와 제인은 확고한 외국인이 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한국인의 정서를 온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지 않고 영어로 대화한다. 반은 한국인, 반은 이방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 제목이 ‘나의 엄마’도 ‘마이 마미’도 아닌 ‘마이엄마’인 이유는 양가적 감정을 가진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나의 마미’가 아닌 이유는 한국어의 어감이 가진 ‘나의’보다 영어의 어감이 가진 ‘마이’가 훨씬 더 주체적이며 독립적으로 다가오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엄마’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마미’가 주는 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마이 엄마’라고 띄어쓰기를 하기 않고 ‘마이엄마’라고 한 이유는 미국적 감성, 한국적 정서를 붙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빠르게 말하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일 수 있다.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섞여서 또 다른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마이엄마’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마이엄마’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 한국계 해외 입양인이 친가족을 찾습니다

‘마이엄마’에서 루크와 제인은 한국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영어로 말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거나, 루크나 제인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기 힘든 것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 여겨진다.

영어를 알아들으며 영어로 말해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내하면서 남을 도울 정도로 여유 있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나 영어를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긍정적이지 않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자신을 보낸 가족을 왜 찾고 싶은 것일까? 찾았을 때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두려움 속에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좋은 가정에 입양돼 사랑받으며 잘 자랐고, 뉴욕에서 좋은 직장도 얻었지만 친부모를 찾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졌다고 루크는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밝힌다.

루크의 내레이션에 대해 안쓰럽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행복한 투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가족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짐이 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좋은 집에서 자신이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수 있다.

루크와 같은 해외 입양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지만, 좋은 곳으로 입양 가지 못했거나 가족과 살고 있어도 루크보다 훨씬 더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관객들은 어느 한 쪽에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극장-엄마찾아 3만리’ 그 이후의 이야기인 ‘마이엄마’는 그들의 다시 그 후 이야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영화 마지막 자막에 나온 루크와 제인의 결정은 반전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생각되기도 한다. 루크와 제인, 줄리아, 그리고 모든 해외 입양인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이 지금보다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영화의 여운과 함께 지속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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