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1) 예지몽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을 동시에

발행일자 | 2017.10.01 00:24

오충환, 박수진 연출, 박혜진 극본,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제1회는 시작부터 캐릭터로 바로 들어가는 몰입감을 보여줬다. ‘당잠사’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원작이 별도로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이런 느낌은 ‘당잠사’가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사전제작 했기 때문에 치밀한 구성 속에 놀라운 디테일을 챙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반영되지 않은 사전제작 드라마이며, 현실적인 이야기가 최근 호평받는 상황에서 판타지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판타지 드라마이긴 하지만, 디테일은 무척 현실적이라는 점 또한 주목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예지몽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남홍주 캐릭터로 바로 들어간다

드라마는 스토리텔링 혹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초반에 얼마나 빨리 개연성 있게 구축하는가에 따라 시청자들의 호응과 감정이입의 정도와 강도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는 남홍주(배수지 분)의 예지몽을 통해 남홍주 캐릭터와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텔링, 드라마의 장르를 한 번에 보여줬다는 면이 주목된다. 빠른 영화 못지않게 제1회부터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시작한 이야기는 보는 즐거움을 높인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딸 남홍주와 엄마 윤문선과의 대화는 남홍주의 또 다른 내레이션처럼 느껴진다

‘당잠사’에서 남홍주는 내면의 이야기를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한다. 그런데, 딸 남홍주와 엄마 윤문선(황영희 분)과의 대화를 잘 살펴보면 남홍주의 또 다른 내레이션처럼 느껴진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만약 제1회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홍주의 내레이션으로 모두 바꿀 경우 내레이션이 너무 많아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엄마는 홍주와 갈등의 관계라기보다는 홍주의 내면을 반영하는 홍주의 또 다른 자아로 볼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딸과 엄마는 모두 정의감과 측은지심을 가진 존재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딸과 엄마의 캐릭터가 같은 경우가 더 많지만, 드라마에서는 캐릭터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딸과 엄마는 갈등을 가진 관계인 경우가 많은데, ‘당잠사’는 무척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엄마가 딸을 비추는 또 다른 자아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운명은 선택일까? 알면 바꿀 수 있을까?

‘당잠사’는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인데, “안다고 바뀌는 게 아니야.”라는 홍주의 내레이션은 현재의 상황과 현재 홍주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홍주와 어머니의 관계와는 달리, 정재찬(이종석 분)은 아버지와 갈등 관계를 갖는다. ‘당잠사’는 제1회에서 가족 혹은 주변 인물에 대해 투사적 동일시의 관계를 가졌을 때와 갈등 관계를 가졌을 때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바꿀 수도 있다는 암시를 던지고 있는데, 만약 이런 관계가 촘촘하고 논리적으로 펼쳐진다면 ‘당잠사’는 판타지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인간 심리를 꿰뚫는 드라마로 환호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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