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 누군가를 위해 선의를 베풀었다가 오해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발행일자 | 2017.10.02 01:50

오충환, 박수진 연출, 박혜진 극본,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제1회에서 캐릭터로 깊숙이 들어갔다면, 제2회 방송에서는 갈등 속으로 깊게 들어갔다. 배수지(남홍주 역)는 자신이 살겠다고 수지에게 누명을 씌운 남자 이상엽(이유범 역)과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남자 이종석(정재찬 역)과의 갈등의 고리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급속도로 이룬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 제2회에서 수지가 맡은 남홍주가 운명에 순응하는 캐릭터인지, 아니면 운명에 저항하는 캐릭터인지에 대한 물음을 시청자들에게 던졌는데, 제1회에 바로 들어간 남홍주 캐릭터를 발전시키면서 스토리텔링을 펼친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억울한 현실이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

제2회의 거의 장면에서 내가 바꾼 미래를 누가 믿어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눈 오는 춥고도 아련한 장면에서의 이종석의 슬프고도 애틋한 눈빛은 여심만 흔든 것이 아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한 번쯤 누군가를 위해 선의를 베풀었다가 오해받은 적이 있었던, 혹은 그 오해가 두려워 진심을 내려놓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때 그 억울하던 순간에서의 자신을 소환시키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진심이 외면당하고, 진심 때문에 더 큰 피해를 감당해야 되는 세상. 그래서 사실은 모두가 진심에 목마른 세상을 향한 그의 절규 같은 눈빛에 수지가 응답했다. “난 당신 믿어요, 나니까 당신 믿을 수 있어.”라는 뜨거운 한마디는 이종석뿐만 아니라 억울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에게 던진 수지의 위로일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이종석이 동생 신재하와 나누는 대화 또한 이종석의 내레이션처럼 들린다

‘당잠사’ 제2회에서 이종석이 동생 신재하(정승원 역)와 나누는 대화 또한 이종석의 내레이션처럼 느껴졌다. 신재하와 이종석의 대화를 모두 이종석의 내레이션으로 바꿔도 이야기가 성립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제1회에서 수지의 엄마 황영희(윤문선 역)가 수지의 또 다른 자아라면, 제2회에서 이종석의 동생 신재하도 이종석의 또 다른 자아라고 볼 수 있다. 작가나 연출이 의도했든 아니든 현재 그렇게 표현돼 있는데, 자아에 대한 투사 내지는 투사적 동일시가 한 축이 아닌 두 개의 축으로 균형을 맞춰간다면 정말 놀라운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나비효과를 암시하는 디테일

‘당잠사’에서 이종석의 꿈속에서 배수지의 차를 운전한 이상엽은 운전을 하기 전에 배수지에게 주려고 했던 꽃다발을 땅에 버린다. 그런데, 실제 벌어진 상황에서는 이상엽이 꽃을 버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버리는 장면이 생략된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꽃다발을 버리는 장면을 꿈속에서는 만들고 현실에서는 실행하지 않았다면 정말 놀라운 암시를 하는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놀랍게 생각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이종석의 꿈속에서 이상엽이 배수지를 버리기 전에 꽃다발을 땅에 먼저 던졌었는데, 현실에서는 꽃다발을 던지지 않았다는 것은 배수지가 이종석과 드라마 속에서 사귀게 되더라도 이상엽이 배수지 근처에 계속 있을 것이라는 암시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제3회에서는 김소현(박소윤 역)의 연주회에 신재하가 꽃다발을 가져왔는데, 김소현이 신재하의 멱살을 잡자 꽃다발을 놓치게 되는데, 제1회, 제2회에서 해석한 방법을 적용하면 김소현을 향한 신재하의 마음은 신재하에 의해서가 아닌, 김소현의 상황과 마음에 의해 좌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에서의 이런 디테일은 작은 날갯짓 하나로 미래가 변화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하는데, 운명을 바꿨을 때에 대한 이종석과 배수지의 대화에서도 같은 뉘앙스가 전달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이런 판타지는 드라마 속에서 과장된 엄마가 아닌 실제 엄마같이 리얼하게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황영희(윤문선 역)의 현실적인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더욱 빛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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