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6)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와 호기의 차이는?

발행일자 | 2017.10.05 09:02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제6회는 “내가 바꾼 아주 사소한 선택 한 가지가 운명을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계속 주고받으며 스토리텔링을 이어갔다. ‘사소한’과 ‘선택’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단서는 드라마가 종영 때까지 내내 지속적인 암시와 복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두 개 또는 세 개의 사건과 사람이 겹쳐서 전개되는 촘촘한 구성

‘당잠사’는 하나의 이야기, 한 사람에 의해 질주하지 않는다. 두 개 또는 세 개의 사건과 사람이 겹쳐서 혹은 병렬적으로 늘어서 전개되는 촘촘한 구성을 하고 있다. 예지몽에서 꾼 장면이 현실에서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면 자체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뉘앙스를 띄며 반복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이는 시청자들이 하나의 정서에 반복적으로 몰입하게 돼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무척 수준 높은 시나리오와 연출이다. 예지몽을 꾸는 사람은 배수지(남홍주 역)로부터 시작해 이종석(정재찬 역), 정해인(한우탁 역)으로 전이됐는데 예지몽 3인방의 꿈은 같은 듯 다른 듯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김소현(박소윤 역)이 엄마 장소연(도금숙 역)와 함께 수지의 집으로 왔을 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거실 바닥에서 자겠다고 하고, 수지는 전기장판이나 전열기를 틀어주겠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이종석의 어릴 적 과거 회상 장면에서도 집에서 쫓겨난 아버지 장현성과 함께 야외에서 전열기를 틀어놓고 바닥에서 자는 장면과 겹치는 면이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 제5회에서는 정해인의 경찰 선배 이유준(오경한 역)의 괄약근 에피소드를 이어갔는데, 제6회에서는 수지의 집 화장실이 막혔다는 이야기로 김소현과 똥드립을 했다는 점도 닮아있다. 이 과정에서 정해인과 이유준의 티격태격한 케미, 배수지와 김소현의 티격태격한 케미 또한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는 같은 이야기를 겹치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암시적으로 이미지적으로 겹치게 만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투 트랙 이상의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점은 놀랍다. 제5회에서는 이종석이 밥통에 주걱을 넣은 채 닫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장면은 어떤 복선으로 작용할지, 그리고 다른 어떤 장면과 겹쳐서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PPL 또한 두 장면 이상의 겹침을 통해 일관성 있게 표현한 디테일

‘당잠사’에서 투 숏 속 이종석과 배수지는 ‘화보 같은 두 사람’이라는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CF,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같은 두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 한 장면 안에 이뤄지는 두 사람의 상호작용은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를 효과적이면서도 거부감 적게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이종석과 수지의 투 숏에서 유리창에 비친 상호가 보이도록 유리창 밖에서 안을 촬영한 장면은 분명 PPL인데, 그다음 장면에서 비가 내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비 내리는 편의점에서 이종석의 아역 남다름(어린 정재찬 역)과 장현성이 서 있는 장면은 두 번째 PPL이면서도 첫 번째 PPL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하는 역할을 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장면과 장면을 잇는 디테일은 국내차와 외제차에 대한 PPL 또한 스토리텔링 속에서 이뤄지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제작 여건상 PPL 없이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시청자들이 감정선의 흐름에서 빠져나오지 않게 거부감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한데 ‘당잠사’는 그런 면에서 무척 섬세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외제차, 국내차에 대한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이종석의 귀여운 허세가 작용한 점도 흥미롭다. 수지가 꿈에서 봤다고 하며 알려준 로또 당첨번호에 외제차를 시승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관대로 판결문을 작성하는 양면을 보여주면서 “돈 때문에 할 말 안 하고 안 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로 이종석이 방점을 찍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만약 이대로 끝냈으면 이종석 혹은 정재찬 캐릭터에 대한 비난이 속출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김소현 또한 수지 집에서 귀여운 허세를 부려 허세 또한 전이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고, 돈이 많으면 자신감이 있지만 없으면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와 호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당잠사’ 제6회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는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정의와 호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명분이냐 이익이냐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병렬로 전개돼 이미지적 교차, 암시와 복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종석의 아버지 장현성과 수지의 아버지 최원영(남철두 역)의 선택과 행동 또한 정의와 호기의 관점에서 양면을 모두 바라보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장현성과 최원영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두 사람 모두 자식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데, 두 아버지 모두 자식에게 원하는 것을 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두 사건 모두 탈영병이 일으켰는데, 탈영병의 무서움이 전달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선택은 정의였지만 이종석에게는 호기로 느껴졌던 것인데, 똑같이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탈영병의 무모한 호기에 대해 탈영병 자신은 정의라고 믿고 행동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더욱 무섭게 생각된다. 누군가에게 정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호기이고,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정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범죄일 수 있다는 것을 ‘당잠사’는 보여준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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