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4) ‘비브라토’ 프랑스적 감성 돋는 읽어주는 카드동화

발행일자 | 2017.10.08 00:08

세바스티앙 로덴바흐 감독의 ‘비브라토(Vibrato)’는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17) 국제경쟁 섹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비브라토는 음악 연주에서 목소리, 악기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를 뜻한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알려주듯이 떨림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기악에서의 떨림, 성악 부분에서의 떨림 등 청각적 떨림과 꿈틀꿈틀 움직이는 시각적 떨림, 그리고 그 모든 떨림이 합한 내적 떨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 프랑스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읽어주는 카드동화

‘비브라토’는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먼저 떠나보낸 정열적인 남편 찰스와 함께 했던 철없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여자의 목소리 톤에서 프랑스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대화가 이뤄지는 시간에는 읽어주는 카드뉴스처럼 읽어주는 카드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비브라토’는 전체 관람가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모범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은밀한 이야기와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영상은 성적으로도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대화가 멈춘 후 사진의 변화가 아닌 영상의 움직임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도 배경은 고정돼 있고 대상만 꿈틀꿈틀 움직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음악과 음향효과, 영상의 오묘한 조화는, 이 작품에서 애니메이션이 메인이 아니라 성악이 메인인 것처럼 들리게 만들기도 한다.

◇ 기억은 조작되고 왜곡된다. 꼭 있는 그대로 기억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브라토’에서 주인공은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창조된 기억이 확신을 주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왜곡된 기억은 행복한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을 ‘비브라토’를 보면서 할 수도 있다.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비브라토’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비브라토’는 영상을 그대로 두고 자신의 대화를 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해도 충분히 개연성 있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영상과 음악을 상징적으로 활용한다면 꼭 영상과 음악에 맞춰 이야기를 펼치지 않아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비브라토’에서 내레이션 같은 스타일의 대화를 없앤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는 있을 것인데,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와는 다른 감성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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