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7)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비유의 방법으로 형상화한 캐릭터

발행일자 | 2017.10.11 13:31

루크레시아 안드레아 감독의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Grandpa Walrus)’는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17) 국제경쟁 섹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비유를 통해 이미지적으로 잔잔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눈에 띄는 반응들을 통해, 인간 내면이 간직한 기억들을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반전을 보여준다.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비유의 방법으로 형상화한 할아버지의 이미지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에서 러시아에서는 일광욕을 즐기는 살찐 사람을 바다코끼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루카스는 할아버지를 바다코끼리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루카스의 내레이션에 의해 형상화되는데,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비유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유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비슷한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을 뜻하며, 실제로 비유에 사용된 대상과 원대상의 논리적 연결성은 사실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일 뿐, 실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설로 알려줄 때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보이다가도 비유해 설명하면 바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입할 때 더 빨리 이해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는 이런 비유의 힘을 잘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같이 걷고 있지만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는 영상이 시작하기 전에 바다의 파도소리로 시작한다. 구름이 잔뜩 끼고 거센 바람이 부는 해변은 3D 영상의 입체감이 아닌 2D 영상 중에서도 단순화된 그림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시각적인 면보다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면에 초반부터 집중하게 만든다.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잔잔하게 흐를 것 같은 이야기는 기도하는 할머니, 화를 내며 크게 소리치는 어머니, 크게 반응하는 누이들과 아이의 모습으로 역동적으로 전개되는데, 그런 와중에서 루카스가 혼자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할아버지는 바다코끼리’는 각각의 사람들의 기이한 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어 각자가 다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여주다가, 그 모든 캐릭터들을 한 번에 엮는 반전을 보여준다. 작품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되면 왜 시작을 이미지적으로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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