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화려함을 배제하고 우울한 정서를 절제미로 담아내다

발행일자 | 2017.12.07 16:37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La Boheme)’이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마르코 간디니 연출, 카를로 몬타나로 지휘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의정부시립합창단, 스칼라오페라합창단, CBS 소년소녀합창단, 진아트컴퍼니가 함께 한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 작품은 2012년 창단 50주년 기념 초연 이후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대표 레퍼토리이다. 이번 공연은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연극을 연상하게 만드는 무대를 통해 ‘라보엠’의 우울한 정서를 절제미로 담아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서를 제대로 담아냈기에 감정이입해 관람할 경우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연극을 연상하게 만드는 무대, ‘라보엠’의 우울한 정서를 절제미로 담아내다

‘라보엠’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우울한 정서가 공연시간 내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무대를 무척 아름답게 만들 경우 오히려 오페라의 감성이 훼손될 수 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의 노래인 아리아 중 주요곡만 공연하는 갈라 콘서트의 경우 무대를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며도 별 상관없지만, 전막의 오페라를 공연할 때 아름다운 미장센만 강조할 경우 작곡가 푸치니가 남긴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눈과 귀에만 머물 수도 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공연은 원작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꿈과 사랑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청춘들의 모습은 지난날 파리의 아티스트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힐링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에서 밤을 표현한 제1막과 낮을 표현한 제4막은 소극장을 연상하게 만드는 무대에서 진행됐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 무대 바닥보다 상단인 2층 높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성악가들의 아리아가 무대 바닥보다 더 높은 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뚫고 관객석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 2층 높이에 위치한 로돌프(테너 허영훈, 김경호 분)의 집은, 관객석 1층 맨 앞쪽 좌석의 관객들에게는 예상보다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페라극장 2층, 3층, 4층 관객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시야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로돌포가 사는 집의 크기를 축소시키는 동시에, 관객들이 집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집밖까지 같이 보도록 만들어진 무대는 로돌포, 미미(소프라노 윤정난, 홍주영 분) 등 등장인물의 내면과 외적인 면을 같이 연상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무대는 무척 현실적인데, 집세도 몇 달을 밀린 상태인데 미장센만 강조해 지나치게 화려하게 만들 경우 감정이입하기가 어려워졌을 것이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제2막의 무대는 대규모의 장소로 펼쳐졌는데, 큰 광장에서 큰 식당으로의 변화를 할 때 공연장이 회전하면서 장소를 바꾸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소품을 들고 옮기면서 변화를 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페라 무대보다 연극 무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5줄의 전등도 무대 위 등장인물이 직접 연결 설치하는 것 또한 직접 무언가 하지 않으면 당장 가진 게 없는,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세계 극장을 누비며 활약하는 대표 성악가들을 만나다

‘라보엠’은 실력파 젊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로돌포 역의 테너 허영훈은 명쾌하면서도 듣기 좋은 울림의 무대를 만들어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는데, 고음에서 저음으로 변화하는 부분의 아이라도 부드럽게 소화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또한, 아리아를 소화하면서의 보여준 움직임은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경직되지 않았는데, 가진 게 많지는 않지만 언제든 예술적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젊은 예술가 로돌프가 마치 허영훈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집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 베누아(베이스 임승종 분)에게 죄책감을 자극해 쫓아내는 장면에서 로돌포, 마르첼로(바리톤 김동원, 정일헌 분), 쇼나르(베이스 바리톤 우경식, 바리톤 이승왕 분), 콜리네(베이스 박준혁, 최웅조 분)는 젊은 보헤미안 예술가의 재치 넘치면서도 위선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모습을 최고의 화음과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보엠’ 리허설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로돌포와 미미의 이중창뿐만 아니라 마르첼로와 무제타(소프라노 이현, 박은미 분)의 조화에서도 실력파 성악가들의 절제돼 있으면서도 집요한 감성 집중이 돋보였다. 파피놀 역의 테너 손지훈은 아이들과의 호흡을 잘 맞췄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 속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배역인 조단역이라는 시야가 아닌, 한 명의 실력파 성악가라는 관점에서 보고 들을 경우 ‘라보엠’에 출연한 성악가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경험할 수 있고 더욱 즐겁게 공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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