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스노우볼’(감독 홍유라)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56)

발행일자 | 2018.02.06 18:41

홍유라 감독의 ‘스노우볼(Snowball)’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유아휴게실에서 근무하는 미정(양조아 분)은 딸 보미(김라온 분)와 친언니 윤정(최희진 분)과 산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미정은 유아휴게실에서 윤정의 딸 지희(임규린 분)와 지희의 새엄마(박지연 분)와 마주친다.

스노우볼이 가진 뉘앙스는 언니 윤정의 마음이자 미정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살면서 마음이 아프고 흔들리는 일이 생기지만, 가만히 기다리면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스노우볼’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스노우볼’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스노우볼이 가진 이미지! 투명한 세상처럼 서로의 마음을 볼 수가 있다면?

스노우볼은 투명한 액체로 채워진 투명한 구(球)형 유리 안에 축소 모형을 넣은 것을 뜻한다. 흔들면 입자들이 유리 안에 퍼졌다가 놓으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해 지어진 이름이다.

스노우볼은 눈(Snow)이 가진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천천히 내릴 때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흔들면 모습이 바뀌지만 가만히 두면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스노우볼의 특성은 ‘스노우볼’에서 윤정과 미정의 마음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막 흔들린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암시는 살면서 흔들리고 아플 때 기다릴 수 있다는 위안을 전달한다. ‘스노우볼’에서 관계가 복잡하게 되는데 관여한 남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영화가 가진 정서의 초점을 흐리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똑똑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 감정의 미세한 표현에도 신경을 쓰다

‘스노우볼’은 가까운 관계에서 편하게 한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감독은 감정의 미세한 표현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디테일에 강한 관객일수록 더욱 감동받을 것이다.

편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생긴다. 가깝지만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마음이 영화에서는 소중하게 표현돼 있다.

미정은 딸 보미의 옷을 사줘야겠다고 말하다가 앞에 있는 언니를 생각하며 멈칫하는데, 언니 윤정의 딸 지희에게는 이미 새엄마가 있고 지희를 생각하면 언니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동생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공유하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티 낼 수는 없는 상황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볼’은 배려하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

‘스노우볼’ 홍유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스노우볼’ 홍유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초조함을 감추려는 양조아의 표정 연기

‘스노우볼’을 보면 초조함을 감추려는 양조아의 표정 연기에 관객도 같이 마음을 졸이게 될 것이다. 양조아는 엄마 같은 느낌과 이모 같은 느낌을 모두 주는데, 시간을 벌기 위해 초조해하는 마음 또한 생생하게 전달한다.

양조아는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높이며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는데, 표정과 움직임에서 모두 몰입도를 높인다. 양조아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객은 감정이입한 마음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느낄 때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양조아를 응원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점은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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