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무영’(감독 김주연)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7)

발행일자 | 2018.02.08 16:28

김주연 감독의 ‘무영(RED EYE)’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고등학생인 무영(전소니 분)은 자신이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성인이 된 무영의 오래된 망상은 더욱 깊게 자리를 잡는다. 자신의 삶은 만들어졌고, 촬영되고 있다는.

무영의 행동을 보면 엄마 정해(김예성 분)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그런 선택을 할 경우 엄마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인 엄마가 없으면 본인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내면이 믿기 때문에, 가장 만만한 자기 자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영’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무영’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이 가진 뉘앙스의 차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데,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그 의미가 더 잘 이해된다. 한국어 제목인 ‘무영’은 주인공 자체를 지칭하고 영어 제목인 ‘RED EYE’는 주인공의 망상 속에서 주인공을 감시하고 속박하는 대상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느냐, 분열된 내면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디테일한 뉘앙스는 달라질 수 있는데 감독은 둘 다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둘 다 선택한 것을 추측된다. 현재의 이야기를 발전시킨다면 두 방향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에 모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 무영의 망상은 내면의 분열,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인 엄마 대신에 스스로를 가두고 훼손한 무영

‘무영’에서 무영이 고등학생일 때 엄마는 무영의 공부에 집착한다.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엄마의 마음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무영은 기대에 충족하도록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도, 그렇게 될 경우 엄마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무영 또한 엄마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에 의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엄마가 없어지면 스스로도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무영은 가지고 있다. 멸절의 공포를 겪지 않기 위해 엄마를 훼손하거나 엄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엄마를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를 훼손하게 되고 망상, 내적 분열을 겪게 되는 것인데, 자기의 삶이 엄마에 의해 만들어졌고 촬영되는 것 같다고 말하지 못하고 다른 막연한 대상으로 감정을 전이하는 것이다.

“나는 엄마한테 뭐야?”라고 묻는 무영에게 “애들 시험기간이야.”라고 대답하는 엄마라고 답하는 모습은, 무영의 내적 고민과 갈등, 아픔을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목적지향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구조의 신호를 보낼 때 알아듣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분명 개선해야 될 사항이다.

‘무영’ 김주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무영’ 김주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

‘무영’에서 무영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 평범함의 가치에 대해서 언급한다. 긴 설명을 통해 전후좌우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망상의 감옥에서 내적 분열을 겪는 입장에서 보면 평범함이 가장 큰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함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특별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특별해지더라도 평범함의 가치를 계속 누릴 수 있으면서 특별해져야,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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