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2018 산울림 고전극장(2) ‘소네트’ 아름다운 시가 대사와 노래로 변주된, 연극과 음악극의 만남

발행일자 | 2018.02.10 16:59

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주최 2018 산울림 고전극장 ‘셰익스피어를 만나다’의 두 번째 작품 ‘소네트(SONNET)’가 1월 31일부터 2월 1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중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에, 한상웅, 고다윤이 각본을 맡았고, 한상웅 연출로 CREATIVE 틈이 제작한 작품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정형시 모임인 소네트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로, 아름다운 시가 때로는 대사로, 때로는 노래의 가사로 변주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연극으로 볼 수도 있고, 음악극으로 볼 수도 있는데, 각각을 담당하는 배우들이 나누어져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 연극과 음악극이 만난 참신한 장르의 작품

‘소네트’는 원작이 시인데, 연극과 음악극, 둘 중 어떤 장르로 분류해도 무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요정 역 고유나는 대사를 하기도 하지만, 송스루급 노래를 부르는데, 송스루(Song through)는 대사 없이 노래로 진행되는 뮤지컬의 방식을 뜻한다.

정윤경(미숙 역), 고다윤(어린 미숙 역), 김민하(경직 역), 임지훈(학사/재근 역)은 진지한 연극적 연기를 통해 수준 있는 연기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을 높이고 있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하고 연극은 육성으로 공연된다. ‘소네트’에서 고유나가 노래를 부를 때는 마이크를 사용하고 그 외의 대사는 모두 육성으로 처리되는데, 이질감과 감정의 점핑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래는 부드럽게 시작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음악을 비롯한 마이크의 볼륨 또한 지나치게 키우지 않는다는 점은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 미숙에게 요정은 사랑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대상인데, 다른 인물이 아닌 미숙 내부의 다른 모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소네트’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요정이 있는데 못 알아본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관객은 이 말을 듣는 즉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바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미숙 혹은 어린 미숙만큼, 요정은 미숙이 사랑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미숙에게 부족한 점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미숙에게 자극제가 돼 움직이게 만든다. 미숙에게 요정은 외부의 다른 조력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숙 내부의 또 다른 미숙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적용할 경우 더욱 쉽게 요정이 미숙을 돕는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요정이 맡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각자 요정이 있다는 표현도 요정을 내면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미숙과 요정은 소울 메이트인데, 소울이 통한다는 이유는 원래 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부합된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 기존의 소네트를 알고 있어야 볼 수 있는 작품인가?

‘소네트’를 관람하기 전에는 원작이 희곡도 소설도 아니기 때문에 내용과 그 안의 감정을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관람해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미리 걱정할 수도 있다. 물론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보고 들을 때 느끼는 깊이와 강도가 다르겠지만, 예습하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완벽한 아들, 완벽한 손자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해진 틀과 기준에 맞추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냥 현대적인 입장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실제로 사랑의 감정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하지만 사랑 자체가 배타적으로 명쾌하게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소네트’에서의 시적인 표현은 관객에 따라서 다른 디테일의 뉘앙스로 전달될 수도 있다.

음악적인 운율감이 대사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노래 자체로 표현되는 점은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데, 이는 한 여자의 일생과 사랑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으로 운율감 있게 이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소네트’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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