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무용] ‘비상(飛上)’(2) ‘MONSTER’(김환희 안무, 안수영 연출) 대사가 있는 안무, 무용수들이 만드는 연극

발행일자 | 2018.02.10 19:49

춤벗의 ‘MONSTER’는 김환희 안무, 안수영 연출로 2월 9일부터 10일까지 CJ AZIT(아지트)에서 공연 중인 ‘비상(飛上)’에서 ‘WAY’에 이어 함께 공연되는 작품이다.

대사가 있는 연극, 무용수들이 만드는 연극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 작품에서 정덕효와 김강민은 무용 실력과 연기 실력을 모두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면의 모습을 반영한 또 다른 나라고 가정해도 잘 어울린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 대사가 있는 안무, 무용수들이 만드는 연극

‘MONSTER’는 리딩극의 연극, 변사의 느낌, 1인칭 소설이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모두 주고 있다. 한 명의 무용수의 말로 표현되는 스토리텔링에 맞춰 다른 무용수는 그것을 안무로 표현한다.

즉, ‘MONSTER’에서 스토리텔링은 대사와 안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데, 안무와 연기 모두 가능해야 하는 복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공연은 보통 배우가 안무를 배워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춤벗은 무용수의 역량을 다방면으로 키우는 작업을 해 결국 마지막의 피날레는 안무로 채운다는 점이 돋보인다.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대사를 맡은 무용수의 대사전달력과 연기력이 좋은데, 대사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추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동작이 대사와 함께 하니 명확하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표현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 무용수는 말하는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분신?

‘MONSTER’에서 두 무용수는 결국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느껴진다. 당당한 나와 소극적인 나, 머릿속으로 똑똑한 나와 행동을 하는데 주저함이 많았던 나라고 볼 수도 있는데, 작품 속에서 정덕효와 김강민,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다른 측면에서 이해력이 급상승한다.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MONSTER’ 공연사진(2014 SPAF). 사진= Sang-Hoon Ok 제공>

음악이 바뀌며 두 사람은 역동적인 춤을 같이 추는 장면은 분산됐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두 명이 추는 군무라고 볼 수도 있고, 거울처럼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상의와 바지를 탈의한 안무를 펼칠 때, 육체의 움직임, 근육의 움직임까지 더욱 잘 도드라지게 만들면서도 조명을 이전보다 어둡게 해 실루엣처럼 보이도록 한 점은 관객과 작고 재미있는 밀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MONSTER’는 이야기가 가진 스토리텔링과 안무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무용을 보러 왔는데 말을 해서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내 곧 익숙해지면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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