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리차드 3세’(1) 황정민은 리차드 3세의 환생인가? 리차드 3세와 같은 울분과 악랄함이 있는 것인가?

발행일자 | 2018.02.13 13:41

셰익스피어 원작, 서재형 연출의 연극 ‘리차드 3세’가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CJ E&M, 샘컴퍼니 주최, 샘컴퍼니 제작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리차드 3세 역의 황정민이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귀환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극을 직접 보면 황정민은 그냥 리차드 3세 같기도 하고, 리차드 3세가 환생한 것 같기도 하고, 황정민 내부에 리차드 3세와 같은 울분과 악랄함이 들어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가 희대의 악인인가, 비운의 희생양인가,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라고 평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견은 관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본지는 심리학 중 관계성에 중심을 둔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을 ‘리차드 3세’에 적용해 황정민이 표현한 리차드 3세의 내면 심리를 살펴볼 예정이다.

기본적인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 ‘멸절(annihilation)’ 및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기준으로, 총 5회에 걸려 리뷰를 공유한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 다 가진 듯해도 결핍이 있는 인물! 매력적인 악인에 대해 공감할 것인가? 아니면 악인은 악인일 뿐인가?

‘리차드 3세’에서 리차드 3세는 다 가진 듯해도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연극은 황정민과 직접 대화를 하는 느낌을 주는데, 황정민의 이동에 따라 뒷면의 영상의 시야와 방향이 이동해 외적인 입체감을 주면서 인물 내면 또한 입체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무대 장치가 많지는 않은데, 화려한 무대의 변화 없이도 광기의 황정민을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로 무대를 채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 다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원작의 내용을 모른 채 깨끗한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캐릭터가 혼동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공연을 보면서 관객은 다 가진 듯해도 결핍이 있는 인물에 공감해야 할지에 대해 반복해서 고민할 수도 있다. 매력적인 악인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악인은 악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황정민은 그런 관객들의 마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셰익스피어가 던진 화두

노란색 조명, 무대 가운데 빨간색 의자로 시작한 연극은 “태양이 어둠으로 바뀌는 날, 무엇이 있었는지 그대는 아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배우가, 극 중에서 배우처럼 연기를 하겠다는 설정은 흥미로운데, 이 또한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해 그의 시야로 관객이 몰입하게 된다. “세상에 혼자 남은 자의 불안함을 이용한 이간질”, “논쟁을 통해 근심을 마음에 심는다.” 등의 화두는 공연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스로 저주받았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과 억울함은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데,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사용해 관객이 너무 직접적으로 몰입해서 상처받지는 않게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 연극배우로서의 황정민

연극이 영화로 가기 위한 과정의 역할만 하는 장르가 아닌, 진정한 연기를 펼칠 수 있고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적으로 호흡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리차드 3세’에서 황정민은 보여주고 있다. 결국 돌아갈 마음의 고향 같은 특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연극 무대 자체에 대한 그리움과 욕구로 이어지는데, 뮤지컬 전문배우로 알려진 배우들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연이 최근에 늘어난다는 것 또한 일맥상통한다.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리차드 3세’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노래를 무척 잘 부르는 뮤지컬 배우 중에도 연기와 노래를 선택해야 하는 장면이 있을 때, 그 장면에서 연기를 살리기 위해서 노래가 덜 멋지게 나오는 것을 선택한다는 인터뷰 기사도 있다는 것이 떠오른다.

황정민의 개인적인 꿈과 욕구에 의해 무대에 서게 됐을 것인데, 그 꿈과 바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의 장점이 물론 있지만, 원톱 단독을 하겠다는 것은 올인하겠다는 것을 뜻하는데 황정민이 연극과 이번 작품에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알게 한다.

황정민의 이런 모습을 보면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했어도 잘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의 삶을 대신 사는 배우의 역할, 배우의 연기를 더 잘 하게 되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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