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1) 꿈을 허락받아야 하는 현실에, 꿈을 심어주는 발칙한 도발꾼이 나타난다

발행일자 | 2018.02.16 19:42

두번째생각이 제작한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가 2월 6일부터 4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이다. 김태형 연출, 오세혁 작/작사, 다미로 작곡/음악감독 참여 작품으로 휴먼 드라마가 포함된 코미디 뮤지컬이다.

비논리적으로 전개되는 부분도 있고, 이야기와 감정의 점핑도 의도적으로 발생시킴과 동시에, 시종일관 최선을 다해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목이 쉰다는 배우들의 열연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는 작품이다. 한계를 정하지 않는 연기 속에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져 커튼콜 후에도 여운을 오래 남기고 있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사나이(정민, 박민성, 오종혁 분)는 확연히 아주 몹시 다른,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꿈을 심어준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발칙한 어른아이 승돌(유승현, 박정원, 강영석 분), 승돌의 엄마인 홍미희 마담(임진아, 임강희 분), 황태일 선생(박정표, 윤석원 분), 사랑과 영화배우에 대한 꿈을 간직한 김꽃님(백은혜, 하현지 분), 그리고 청년 고만태(장민수, 김현진 분)가 펼치는 진지한 코미디는, 정극 이상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 꿈의 당위성을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세상, 꿈을 허락받아야 하는 현실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샛별 다방의 의자들은 서로 엇갈리게 방향을 잡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다.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반원형의 극장인데, 극장 구도와 관객석의 시야를 고려해 그렇게 배치했을 수도 있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어항의 상징적인 의미는 공연 후반부에 알 수 있는데, 어항은 다방 모습을 축소한 미니어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공연장 천장의 전체 프레임은 어항을 상징하기도 한다.

수족관을 나온 물고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기세 좋은 물고기가 되기를 꿈꾸는 우리 속의 환상과 이제는 꺼내어 말하기조차 민망한 꿈이 대비된다. 금붕어는 바다를 바라봐도 되는 걸까? 바다를 기억해도 되는 걸까? 꿈의 당위성을 스스로 납득시켜야 되는 세상, 꿈을 허락받아야 되는 현실을 뮤지컬은 상징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우리는 한때 바다를 꿈꾸는 금붕어였을 수도 있다. 아니, 한때 금붕어였다.’라는 우리 안에 숨 쉬는 진실은 마음껏 웃고 즐기는 시간에 크게 웃으면서도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동전이 몇 개 들어 있는 돼지 저금통 밖에 없는 밑천을 가지고 꿈을 꾼다는 것은 허황된 바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진짜 이루고 싶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64억은 있어야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서 단 돈 6만 4천 원을 가진 사람이 꿈을 꾼다는 것에 대해 ‘홀연했던 사나이’는 관객을 정신없이 몰아치며 가는 중에 타당하고 개연성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뮤지컬 속 사나이처럼 작가,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은 관객에게 꿈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 딱 하루!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시절로 딱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홀연했던 사나이’는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는데,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에 다른 결정을 하거나 아니면 결정을 하지 않았을 때 현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가정과 후회를 수없이 많이 하면서 산다.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승돌은 과거로 돌아간 상태에서 다른 선택을 하려고 굳게 결심하지만, 결국 작지만 같은 선택을 계속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들지만 점차 반복되면서 관객들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할 뿐이지, 그때의 선택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까맣게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돌의 행동을 그냥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사이에 관객은 자기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후회는 이제 그만하고 지나간 일은 그냥 인정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든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 뮤지컬 넘버 속, 상반된 마음을 표현하는 상반된 가사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상반된 마음을 표현하는 뮤지컬 넘버의 상반된 가사는 무척 인상적이다. “조명이 우릴 비춰도 아무도 우릴 몰라요.”라는 가사와 “조명이 비쳐요. 모두가 우릴 봐요.”라는 가사의 대비는 마음과 현실의 차이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한순간 꿈같은 인생을 정말 잘 버무려 표현한 것인데,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작은 차이가 반영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는 부드럽고 감미롭게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있지만, 격렬한 움직임 속에 목을 혹사하는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는 시간도 많다. 관객은 감탄과 걱정을 동시에 하게 되는데, 대극장의 공연이 아닌 중극장의 공연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공명돼 증폭된 에너지를 받아 발산하기보다는 내면의 에너지와 배우들 간의 시너지를 통해 이런 극한의 장면을 소화해야 한다.

이 작품은 약 110분 동안 진행되는데, 인터미션도 없이 몰아치며 나아간다. 완급조절이 있기는 하지만, 6명의 배우와 5명의 라이브 연주자는 지속적으로 높은 레벨의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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