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가?

발행일자 | 2018.03.10 00:07

이장훈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Be With You)’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다. 일본 원작 소설과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관객에게 감정을 과하게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는 같이 있는 것,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영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속 동화의 이야기가 주는 정서를 끝까지 따라간다. 비가 상징하는 이미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손예진(수아 역)의 내레이션과 함께 하늘나라, 지상세계, 구름나라에 대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손예진의 내레이션 속에 함유된 진심은 소지섭(우진 역)의 수줍은 진심과 만나 감정을 이어가는데, 동화적 분위기, 애니적 감성으로 시작한 영화는 영화 속 동화의 이야기에 등장인물과 관객의 정서를 붙잡아 두려고 한다.

장마가 오면 동화책처럼 엄마가 올 것이라고 믿는 아들 김지환(지호 역)은 안타깝거나 안쓰럽기보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만드는데, 엄마에 대한 믿음, 믿음으로 인한 힘을 관객이 서서히 공유하게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동화적 정서와 함께 비가 영화 속에서 상징하는 이미지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비는 희망이자 감당해야 할 운명, 미래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비 오는 날 영화를 본다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가 주는 정서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주 빠르지도 않고 아주 느리지도 않은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데, 타고 있는 사람의 의지에 의해 어느 정도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영화 속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홀로 남겨진다는 두려움, 정말로 보고 싶은 마음

“근데, 아빠! 아빠는 나만 두고 떠나지 않을 거지?”라고 아빠에게 묻는 아들의 질문은 곁에 있어서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 영화는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행복의 의미,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행복의 의미 또한 영화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중요한 감정이다. 손예진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한다. 영화에 몰입해 감정이입하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가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그 마음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수아, 우진, 지호, 세 명의 정서에 의해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시점은 우진의 시점으로 주로 진행되며 수아의 시점은 중요한 반전과 감동을 선사하는데, 이야기를 변화시키며 촉진하는 역할을 지호라는 점은 세 명이 모두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만든다.

◇ 아역배우의 연기력, 주인공의 고등학생일 때의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정을 과하게 표출하거나 주입하지 않으면서도, 정서를 잘 따라가고 있다. 튀지 않게 서서히 커져가는 감정은 결국 관객을 추스르기 힘들 정도로 울먹이게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 소지섭, 고창석(홍구 역)뿐만 아니라 스크린에 첫 도전했다는 신예 아역배우 김지환의 연기력은 관객이 감정선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이유진(고등학생 우진 역), 김현수(고등학생 수아 역), 배유람(고등학생 홍구 역)의 연기는 각각 소지섭, 손예진, 고창석의 연기와 잘 어울린다는 점은 한 번 몰입한 관객이 영화를 끝까지 같은 톤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김지환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계기로 주연 아역의 역할을 많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연기가 계속 독특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만의 영역을 한동안 영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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