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퍼시픽 림’ 후속편 ‘퍼시픽 림: 업라이징’ 개봉에 앞선 정서의 공유

발행일자 | 2018.03.12 19:02

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의 ‘퍼시픽 림: 업라이징(Pacific Rim: Uprising)’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전편 ‘퍼시픽 림(Pacific Rim)’에 이어 5년 만에 진화돼 돌아온 후속편 영화이다.

본지는 후속편 개봉에 앞서 전편인 ‘퍼시픽 림’에 대한 리뷰를 먼저 공유한다. 2013년 개봉 당시 우리나라에서 2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었지만, 스토리텔링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린 영화이기도 했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아직까지는 떨어지는 CG의 기술력, 대체적으로 어두운 영상, 최첨단 전자동 슈트가 아닌 볼트로 조이는 기계적 슈트

영화는 카이주(Kaiju)는 일본어로 거대한 괴물, 예거(Jaeger)는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한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태평양 심해에서 나타난 외계 생명체는 그냥 평범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심해의 균열된 틈이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포탈이라는 설정은 관객에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은 부족하고 장비와 CG(컴퓨터 그래픽)는 어설프게 느껴지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점은 영화를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어설픈 CG를 감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워진 영상은 카이주로 인해 훼손 받은 정서와 어울리며, 첨단의 장비라기보다는 산업사회의 느낌을 주는 장비는 카이주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들면서 감정이입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자동으로 알아서 혼자서 입을 수 있는 슈트(suit)가 아닌 볼트를 조이며 누군가 조립하며 입혀줘야 하는 슈트는, 히어로물에서 영웅의 최첨단의 슈트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오히려 신선할 수도 있다. 판타지는 줄어들 수 있지만 더욱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에서의 이런 영상과 정서는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성을 만들었는데, 발전된 CG 기술로 인한 밝은 영상과 카이주, 예거의 기능 업그레이딩은 ‘퍼시픽 림: 업라이징’을 더욱 수준 높은 후속작으로 평가하게 만들지, 아니면 전작의 향수가 있는 관객에게는 정서에 대한 소환과 공유가 부족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지 궁금해진다.

◇ 예거의 기술인 드리프트는 심리학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블록체인 기술, 인공지능 기술과 비슷한 점도 있다

드리프트는 예거의 기술로서 전투기 조종사의 신경운동 반응 시스템에 기반, 두 조종사가 기억을 통한 정신 공유로 거대한 기계와 하나가 되는데 접속이 강할수록 전투력도 강해진다고 ‘퍼시픽 림’은 내레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정신과 생각의 공유가 시너지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드리프트에 접근할 수도 있지만, 두 명의 조종사를 각각의 통신 노드라고 보고 공유와 직접 연결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똑같지는 않지만 블록체인(block chain)의 기술과 흡사한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트랜잭션; transaction) 이력을 여러 시스템에서 분산 공유해 서로 감시함으로써 거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장치인데, 영화 속에서 두 조종사의 기억을 통한 정신 공유로 기계와 하나가 되도록 연결된다는 설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접속이 강할수록 강력한 블록체인이 되는 점과 접속이 강할수록 전투력도 강해지는 점 또한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신경 접속 상태가 안정적인지를 체크하는 점은 내면심리의 안정성을 체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내면심리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안정성을 확보한 또 다른 사람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둘 중 한 사람이 불안할 경우 두 사람의 관계와 시너지는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 속 드리프트는 심리학적 측면, 뇌과학적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뇌파을 통해 조종사의 동작을 인식하는 신개념 조정 시스템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보완하거나 돕는 기술로 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 이해능력 등을 프로그래밍한 기술인데, 영화 속 기억을 통한 정신 공유, 뇌파를 통한 동작인식 조정 시스템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연결돼 있다는 가치

‘퍼시픽 림’에서의 기억과 정신의 연결은 전쟁에서 결투를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렇게 연결돼 있다는 가치는 고립을 그냥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이 연결돼 있던 형이 죽는 순간의 기억과 감정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는 위험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와도 제대로 공유하고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속 두 조종사의 정신적, 심리적 연결은 무척 부럽게 생각될 수도 있다.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 스틸사진.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퍼시픽 림’에서는 이런 가치를 그 자체로 크게 부각하지는 않는다.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텔링이 진행되기 때문이기도 한데, 만약 ‘퍼시픽 림’이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 이어 제3편, 제4편까지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이런 가치가 부각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같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제3편, 제4편을 만날 수 있다면 일정 부분 기술력과 감정선의 점핑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퍼시픽 림’의 최초 취지를 기준 축으로 이해하면서 감상하는 것은 좋은 관람법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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