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왕십리 러브 스캔들’ 미니멀리즘 소극장 오페라를 살린 가장 큰 매력은 성악가들의 가창력과 연기력

발행일자 | 2018.03.14 11:58

성동문화재단, 한양대학교 주최,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 주관, 오페라 ‘왕십리 러브 스캔들’이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소월아트홀에서 공연됐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공간적 배경을 정선영 연출이 왕십리로 옮겨 시공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만든 소극장 오페라로, 송성철의 지휘로 기악 앙상블로 축소된 관현악 연주로 진행됐다.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훌륭한 원작에,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연출,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연기력이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 네 명의 주연 성악가의 가창력이 핵심적인 매력을 발휘했기에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 시공간을 초월해 왕십리에 찾아온 미니멀리즘 소극장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의정부 러브 스캔들’에 이어 ‘왕십리 러브 스캔들’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미니멀리즘을 잘 살린 소극장 오페라이다. 억지로 한국식 오페라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한국식 연극 내지는 음악극처럼 편하게 접근하려 했다는 것은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오페라 신인상을 주는 대상의 기준이 40세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40세 이하의 성악가가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기는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양대 성악과는 실력 있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소월아트홀의 가열 앞좌석에 앉은 관객들은 하우스콘서트와 같이 무척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은 연주가 시행되는 오페라 피트, 연기와 노래가 펼쳐지는 무대, 그리고 관객들 사이에 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공연은 실제적 거리감을 줄여 관객의 심리적 거리감 또한 줄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연극적 재미에도 중요한 의미를 뒀는데, 아리아를 빼면 연극으로, 오페라의 노래인 아리아를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로 바꾸어도 어울릴 수 있도록 재미있었던 무대는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왕십리 러브 스캔들’은 자막이 크고 명쾌했다는 점이 편하게 관람하는데 도움을 줬는데, 직사각형의 스크린이 아닌 무대 정중앙 구름 모양 위의 자막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관람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친절하고 해학적인 선택이었다. 커튼콜에서 앙상블의 배역과 이름을 각각 자막으로 알려준 점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앙상블이 열심히 참여한 이유에는 자막의 영향도 컸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 실력을 발휘한 네 명의 주연 성악가

‘왕십리 러브 스캔들’은 기존 ‘사랑의 묘약’의 주요 배역이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네모/네모리노(테너 김종영, 권기덕 분), 아리/아디나(소프라노 이가연, 이예일 분), B중사/벨코레(바리톤 장석준, 임호빈 분), 줄까말까/둘카마라(베이스 홍덕화, 손기록 분)는 바뀐 이름만큼 캐릭터의 변경도 있었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는 권기덕, 이예일, 임호빈, 홍덕화가 출연했다.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왕십리 러브 스캔들’ 공연사진. 사진=예술은감자다 제공>

권기덕은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모두 가진 목소리로 아리아를 소화했다. 네모에게 감정이입한 관객들은 한 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는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권기덕이 부르고 난 후 크게 환호했다.

체구에 비해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 이예일은 아리아를 부를 때 고음으로 한 번에 도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오페라 후반으로 갈수록 가창력을 더욱 유감없이 발휘해 큰 박수를 받았는데, 긴장이 풀리면서 실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고 본인이 선택한 정서를 쌓아가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임호빈은 힘이 있는 소리로 B중사의 캐릭터를 잘 표현했고, 홍덕화의 목소리는 멀리까지 전달돼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가 아닌 시간에 출연한 김종영, 이가연, 장석준, 손기록은 어떤 매력을 발산했을지 궁금해진다.

‘왕십리 러브 스캔들’에서 마지막에 사랑의 묘약은 마음의 자신감이라고 알려주는데, 네모에게 감정이입해서 몰입하면 자신감과 함께 진심 또한 사랑의 묘약이라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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