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갤러리] ‘Sin Tatiana 개인전’ 섬세한 표현 속에 촘촘히 담긴 내면의 울림과 예술적 영혼

발행일자 | 2018.03.15 16:20

‘Sin Tatiana 개인전’이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인사동 31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소비에트 공대 건축과와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 법대 법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그리스 성화 교수 소조스 야누디스(Sozos Gianaudis)를 사사하고 있다.

Sin Tatiana의 작품들은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함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돼 있는데, 몰입해 감상하면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내면의 강렬한 울림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있는 듯한 그림에서 예술적 영혼을 느낄 수 있는데, 화려하고 충만하고 행복하고 감각적이지만 어떤 영역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 ‘화병속 꽃, 32.0×43.0cm, oil on canvas’

‘Sin Tatiana 개인전’이 열리는 31갤러리로 들어가면 처음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이 ‘화병속 꽃, 32.0×43.0cm, oil on canvas’(이하 ‘화병속 꽃’)이다. “엇”이라고 잠깐 멈칫할 정도로 작품은 화려하고 생동감이 있다. 첨부된 이미지를 보면 필자가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실제 그림은 훨씬 더 강렬하다.

‘화병속 꽃, 32.0×43.0cm, oil on canvas’. 사진=Sin Tatiana 제공
<‘화병속 꽃, 32.0×43.0cm, oil on canvas’. 사진=Sin Tatiana 제공>

‘화병속 꽃’에서 꽃은 약간 고개를 치켜든 도도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매우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는 구도에서 무척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은 촘촘함이다. 화병에 줄기가 일부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화병을 다 채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병이 통으로 되어 있었다면 중력에 흡수된 느낌을 줬을 수도 있는데, 언제든 화병의 밑 부분을 분리해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생동감이 높아진다.

꽃은 아름답고 나뭇잎은 초록의 푸름을 담고 있어서 화려함과 포근함을 주는데, 꽃잎의 끝부분과 나뭇잎의 끝부분에는 방어하듯 움츠려 있거나 너무 강하지 않게 경계하는 듯한 긴장 또한 주고 있다. 꽃잎과 나뭇잎에 붙어있는 물방울을 표현한 디테일 또한 인상적이다.

정면의 화려한 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뒤쪽을 보면 아직 피기 전 혹은 꽃잎이 많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꽃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렬하게 화려한 정서 뒤에 큰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른 감성을 동시에 표현했다고 여겨지는데, 이런 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훌로라, 59.0×72.0cm, oil on canvas’

‘훌로라, 59.0×72.0cm, oil on canvas’(이하 ‘훌로라’)는 다 살아있는 작품이다. 인상적인 얼굴에 파란색 눈과 파란색 나뭇잎으로 장식한 머리, 여인의 또 다른 얼굴인 것처럼 보이는 큰 꽃송이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훌로라, 59.0×72.0cm, oil on canvas’. 사진=Sin Tatiana 제공
<‘훌로라, 59.0×72.0cm, oil on canvas’. 사진=Sin Tatiana 제공>

여인의 얼굴, 꽃송이는 같은 방향을 향해 있지만, 여인의 눈은 그림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관람객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얼굴 부위 중 부분만 집중해서 보면 눈은 멍하니 수용적 자세를 취하고, 입술만 보면 웃는 듯한데, 입술 주변의 근육은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삶 속에서 주로 웃지 못하기에 그리고 세월의 풍파에 인상을 쓰는 듯한 근육이 형성됐지만 그래도 웃으려고 하는 긍정적인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진하고 어두운 느낌의 머리카락도 부분에만 집중해 보면 화려한 색감을 발견할 수 있다.

‘훌로라’는 조명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밝게 보일 수도 있고 짙은 무게감을 가진 그림으로 볼 수도 있다. 작가의 내면이 단색을 띠지 않고 복합적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게 만드는데, 그림 속에 다양한 매력을 표현해 해석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말타는 여인, 53.0×43.0cm, oil on canvas’

‘말타는 여인, 53.0×43.0cm, oil on canva’(이하 ‘말타는 여인’)에는 두 명의 여자와 세 마리의 동물이 나온다. 관람객의 시야로 볼 때, 여인과 소녀는 그림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고, 두 마리의 개와 한 마리의 말은 놀란 듯 그림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말타는 여인, 53.0×43.0cm, oil on canva’. 사진=Sin Tatiana 제공
<‘말타는 여인, 53.0×43.0cm, oil on canva’. 사진=Sin Tatiana 제공>

‘말타는 여인’은 그림이 표현된 프레임 밖에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스토리텔링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두 여자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시선을 이끄는 동경할만한 대상이 있다면, 동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에는 위험과 두려움의 대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배경 앞에 여인과 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난간이 말과 여인을 감싸려는 듯한 구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뒤편의 기둥은 다섯 생명체를 모두 진압할 수 있을 것 같고, 여인과 소녀의 화사한 색깔의 옷은 관람객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Sin Tatiana의 작품은 한 가지만 담고 있지 않다는 특징이 보인다. 같은 사물이나 대상을 보고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인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추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의 다양한 이력과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정서와 감성이 작품을 촘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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