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대표하는 SUV로 성장한 싼타페(1세대 코드네임 SM)는 2000년에 처음 등장했다. 갤로퍼, 무쏘처럼 프레임 타입과 달리 국내 최초로 모노코크 구조를 쓴 SUV였다.
2005년에 나온 2세대(CM)는 2009년에 국내 누적판매 50만대, 전 세계 누적판매 200만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9년 등장한 기아 쏘렌토R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결국 싼타페는 모델 체인지 시기를 앞두고 쏘렌토R에 밀리며 2위로 떨어졌다.
2012년 등장한 3세대(DM)는 다시 전세를 역전시켰다. 2016년에는 내수 누적 100만대를 기념해 ‘원 밀리언 에디션’까지 추가됐다.
싼타페와 같은 플랫폼을 쓰던 쏘렌토는 3세대(UM)로 진화하면서 다른 플랫폼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휠베이스와 차체가 대폭 늘어나면서 넓어진 레그룸과 적재공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2017년의 내수판매는 쏘렌토가 7만8458대, 싼타페가 5만1661대를 기록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4세대(TM) 싼타페는 다시 국내외 시장의 판매를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고 등장했다.
앞모습은 가늘게 뜬 눈 같은 주간주행등을 위쪽에, 헤드램프는 범퍼 좌우 구석에 깊숙이 집어넣어 완성했다. 소형 SUV 코나와 시트로엥 C4 칵투스, 지프 체로키, 닛산 쥬크 등에서 보던 방식이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은 낯설다. 특히 범퍼에 장착된 헤드램프가 접촉사고에서 안전할지가 의문이다.
D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은 폭스바겐 티구안을 연상케 한다. 3세대에서 많이 눕혔던 이 라인은 다시 1세대처럼 세웠다.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싣는 이라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대시보드는 구형보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모습으로 변신했다. 최근 현대차에 많이 채택되는 플로팅 타입 모니터를 장착하는 한편,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버추얼 클러스터 작용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실내를 더 빛내주는 건 시트다. 구형보다 가죽의 질감이 훨씬 좋아졌을 뿐더러 퀼팅 패턴을 부분적으로 적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2열 시트 쿠션에도 1열 시트와 비슷한 사이드 볼스터를 적용함으로써 승차자의 몸을 잘 감싸주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신형 싼타페의 휠베이스는 2765㎜로 쏘렌토(UM)보다는 15㎜ 짧지만, 3세대 모델보다 65㎜ 늘었다. 이 공간은 고스란히 2열과 3열 공간에 투입돼 활용도를 한층 높인다. 특히 2열 시트는 1열 바로 뒤까지 슬라이딩 되어서 짐 공간을 늘이기에 좋다. 다만 트렁크 바닥은 다소 높은 편이다. 조금 더 낮출 수 있다면 짐을 실을 때 더 편하지 않을까.
엔진은 3세대와 마찬가지로 2.0 가솔린 터보와 2.0, 2.2 디젤 터보 등 3가지가 마련된다. 출력과 토크는 모두 그대로이고 2.0 가솔린 터보만 최고출력이 5마력 줄었다. 자동변속기는 6단에서 8단으로 바꿨다. 기아 쏘렌토는 2.2만 8단이고 2.0 모델은 6단 변속기가 적용된다.
시승회에는 최상급 모델의 풀 옵션이 준비되는 관행과 달리 2.0 디젤 터보가 준비됐다. 이는 2.0 디젤의 계약 비중이 6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 8단변속기와 만난 2.0 디젤 엔진은 한결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여준다. 같은 속도를 낼 경우 6단보다 엔진회전수(rpm)을 낮게 쓸 수 있는 데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잡소리도 잘 막아낸 덕분이다.
다만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가속은 조금 더뎌진다. 200㏄ 배기량 차이에 불과한 2.2 디젤 엔진이 고속주행에서 차이를 보였던 구형의 전례에 비춰보면, 신형도 이 점에서 차이가 날 듯하다. 이 부분은 추후 2.2 모델을 따로 시승해 체크해볼 생각이다.
서스펜션은 아주 잘 조율됐다. 고속에서 탄탄한 승차감을 보여주면서도 요철을 만나면 충격을 곧바로 흡수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4륜구동 시스템은 SUV 최초로 H트랙을 적용해 앞뒤 구동력을 좀 더 세밀하게 변화시킨다. 특히 에코, 컴포트, 스포트 등의 주행모드별로 앞뒤 구동력을 달리 세팅한 게 인상적이다.
신형 싼타페는 독특한 안전장비가 눈에 띈다. 뒷자리에 아이를 태우는 부모에게 유용할 ‘후석 승객 알림 장치’와 ‘안전하차 보조’ 기능이 그것이다. 전자는 뒷좌석 승객이 내리지 않을 경우 경고음과 비상등,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것이고, 후자는 후측방에서 물체가 접근할 경우 도어가 열리지 않는 기능이다. 두 가지 모두 세계 최초의 적용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가격은 2850만원부터 시작하고 풀 옵션인 시승 모델(7인승 4WD)은 4365만원이다. 같은 옵션으로 5인승 2WD 모델을 고를 경우는 4100만원이다. 전체적인 가격대가 기아 쏘렌토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다.
신형 싼타페는 사전계약을 포함해 계약대수가 2만2000대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가까운 수치를 출시 한 달 만에 달성한 것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면 납득이 가는 분위기다. 구형에서 있었던 초기 품질 논란 같은 것이 재연되지 않는다면 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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