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무용]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2) ‘싱커페이션’(정소연 안무) 변화에 흔들리면서도 적응하는 이야기

발행일자 | 2018.03.19 11:48

3월 15일에서 1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Next Step)’은 국립무용단 젊은 창작 프로젝트,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으로 진행됐다. ‘어;린 봄(Every Spring)’(김병조 안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은 ‘싱커페이션(Syncopation)’(정소연 안무)으로 ‘가무악칠재(Seven Beat)’(이재화 안무)와 함께 음악적 변용이 눈에 띈 작품이다.

‘싱커페이션’은 새로운 정서는 각각 한국 장단으로 시작해 재즈피아노로 질주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안무 역시 호기심과 의아함으로 혼돈의 긴장감을 만들어 낸 후 빠르고 강렬하게 펼쳐져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됐다.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싱커페이션’이라는 안무 제목이 가진 의미, 변화에 흔들리면서도 적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싱커페이션’에서 싱커페이션은 센박이 여린박으로, 여린박이 센박으로, 센박과 여린박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고 공연 안내 책자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감정을 미묘하게 건들며 흔드는 것인데, 민감하고 섬세할수록 그 작은 변화의 차이를 느끼며 받아들이는 게 크게 느껴질 것이다.

정소연은 본인의 삶에서 예기치 않았던 세 가지 싱커페이션(죽음, 욕정, 인내)을 연결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하나의 이야기이자 세 가지 작은 이야기의 합인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에 안무와 연주의 질주 또한 크게 세 번 펼쳐진다.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싱커페이션’은 변화에 흔들리면서도 적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각 장의 안무가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관객은 안무 자체를 보면서 각자의 싱커페이션에 대한 기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 다양한 악기의 연주, 안무와 이어진 소리, 작지만 계속되는 감정의 파도

‘싱커페이션’의 무대는 다양한 악기의 연주가 펼쳐졌는데, 건반의 영역과 대금, 아쟁, 타악의 영역이 분리됐고 그 사이에서 안무가 펼쳐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악의 리듬에 맞춰 절도 있는 안무가 펼쳐지기도 하고, 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싱커페이션처럼 안무 동작도 특정한 패턴을 고집하지 않고 디테일한 변화가 계속됐다.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검은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과는 달리 빨간색, 베이지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는 관찰자처럼 관조적인 입장과 시야에서 바라보다가 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는데, 벗어나서 바라본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바라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커페이션이 일어날 때 센박과 여린박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다른 박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무대에서 안무가들이 표현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빠르게 움직이다가 잠깐 멈추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안무는 작은 반전을 계속 준다. 이 작은 반전은 공연을 전체적으로만 보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디테일에 집중하는 관객에게는 작지만 계속되는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만든다.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싱커페이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싱커페이션’에서 무용수의 의상은 깔끔하고 무난한데, 여자 무용수는 등이 파인 의상을 입었는데 대반전까지는 아니지만 의상을 통해서도 싱커페이션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안무의 동작에 따라 의상이 등을 보일 수도 가릴 수도 있는데, 센박과 여린박을 오가는 싱커페이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싱커페이션’은 연주와 안무 모두 약속된 틀 안에서 즉흥적 감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출됐는데, 변화에 적응하는 스토리텔링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국립창극단을 비롯해 뮤지컬, 가족극, 국악단의 다양한 극 안무에 참여한 정소연이 안무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일관된 연출에 골고루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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