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 디젤 승용차를 가장 먼저 도입한 브랜드는 푸조다. 지난 2005년 407 HDi을 들여오면서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푸조가 차려놓은 밥상은 폭스바겐과 BMW, 아우디가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로 단숨에 디젤 승용차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고, BMW와 아우디, 벤츠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렇다고 푸조의 디젤 기술이 뒤지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다.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푸조의 기술을 눈여겨 본 BMW는 2세대 미니(MINI)에 푸조의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시승한 뉴 308 GT는 푸조 디젤 기술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 모델이다. 이번에 선보인 마이너 체인지 모델은 3008·5008과 맥을 같이 하는 입체적인 그릴과 범퍼로 화끈하게 업그레이드 됐다.
2.0ℓ 디젤 엔진을 얹은 308 GT는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은 2000rpm으로 중저속에 초점을 맞췄다.
기어 레버 뒤의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포효하고 배기음은 더욱 화끈해진다. 올라가는 엔진회전수에 맞춰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분출도 더욱 빨라진다.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에서 이 정도 쾌감을 느끼려면 ‘탕진잼’이 불가피하지만, 푸조 308 GT는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 도심 12.6, 고속도로 14.3 복합 13.3㎞/ℓ 연비라면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가뿐하다.
탄탄한 핸들링도 인상적이다. 편평률 45의 타이어 때문에 다소 튀는 경향도 있지만, 고속에서 착착 감기는 안정적인 몸놀림 덕에 속도를 마음껏 높일 수 있다.
뛰어오르는 맥박수를 진정시키려 잠시 차를 세우고 실내를 천천히 둘러본다. 몸을 착 감싸는 버킷 시트와 레드 스티치, D컷 스티어링 휠이 참 세련됐다. 그러고 보니 요즘 푸조의 모델들은 하나 같이 실내 퀄리티가 아주 좋았다.
푸조 특유의 아이 콕핏(i-cockpit)은 드라이빙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특히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과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마치 레이싱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이다.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패널로 조작하도록 해 조잡스러운 버튼이 거의 사라졌다. 다만 센터페시아 쪽이 허전한 느낌도 있다. 특히 모니터 바로 아래와 CD 삽입구 사이의 디자인이 어색하다. 이 곳에 휴대폰 수납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트렁크 용량은 470ℓ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 넓게 열리는 트렁크 도어 덕에 대형 캐리어 몇 개쯤은 너끈히 넣을 수 있고, 유모차 수납도 문제없다. 2열 시트를 접으면 1309ℓ까지 늘어난다.
푸조 308 GT의 가격은 3990만원. 이 시장의 강자였던 폭스바겐 골프 GTD가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가격은 꽤 매력 있어 보인다. 만약 이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308 얼루어(3190만원) 또는 그 윗급의 308 GT 라인(3450만원)에 눈을 돌려봐도 좋다. 기본형인 308 얼루어에도 풀 LED 헤드램프와 후방 카메라,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문제는 이 좋은 차가 왜 그리 안 팔리느냐 하는 것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좋은 품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던가, 아니면 좋은 차가 아니던가. 헌데 이 차는 나뿐 아니라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차이기 때문에 원인은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원인이 여기에 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한불모터스가 푸조 308 GT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것이다. 경쟁사들이 자주 하는 비교시승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3008과 5008로 호평 받으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지금이 좋은 타이밍으로 보인다. 푸조의 피와 땀, 눈물이 서려 있는 308 GT의 건투를 빈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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