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특별한 저녁식사’ 무척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황,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

발행일자 | 2018.04.12 14:22

오혜원 작, 조연호 연출, 극단 은행나무가 제작한 연극 <특별한 저녁식사>가 4월 10일부터 5월 13일까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평온한 한 끼 식사조차 불가능한 가정에서 막내 선우(여민주, 피민지 분)는 “제발 화목한 가족인 척해 달라”라고 가족들에게 부탁한다.

<특별한 저녁식사>는 무척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황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드는데,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희망의 메시지 또한 던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가족조차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이 작품에 반영돼 있다.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가족,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

<특별한 저녁식사>는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가족들을 집으로 오라고 한 선우는 갑자기 불러서 특별한 저녁식사를 하겠다고 하며 화목한 가정 코스프레를 요청한다.

특별한 손님이 오기 전 차례로 모인 5명의 가족은 각자 자기의 이야기만 한다.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의 가족에게 자기 생각만 한다고 뭐라고 하는 선우 또한 자기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우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본인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부모가 했을 행동인데, 이제는 자식 또한 그렇게 하는 시대라는 것을 작품은 보여준다. 선우의 행동에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보다는 “요즘엔 다 그렇지.”라고 생각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특별한 저녁식사>에서 본인은 항상 옳다고 믿는 아버지(이승철 분), 다른 사람 탓으로만 돌리는 어머니(김화영 분), 아날로그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스타일을 강요하는 선미(김경숙 분), 록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사람에 대한 열정은 잘 보이지 않는 건우(서삼석 분)와 막내 선우 모두 무척 현실적인 인물로 보인다.

반면에 진호(윤동기 분)는 현실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진호는 분위기를 바꾸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진호를 제외한 5명의 등장인물과 관객은 모두 알고 있는데, 관객은 무대 위 5명과 마찬가지로 진호가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알아채지는 않기를 바라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 말장난, 궤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핵심을 꿰뚫는 아버지의 일침

<특별한 저녁식사>에서 아버지는 말장난, 궤변처럼 들릴 수도 있는 언어유희를 자주 하는데,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핵심을 꿰뚫는 일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동이 없는 단순한 그림의 제목은 오히려 철학적이라고 시작한 아버지의 언어유희는 반전을 위한 암시의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사진. 사진=극단 은행나무 제공>

진호를 비롯한 무대 위 모든 사람들이 상황을 같은 의미로 파악했으면 반전의 훈훈함은 일어나지 않고 갈등의 격발과 질주만 이어졌을 수도 있는데, 아버지가 시작한 언어유희가 스토리텔링의 반전에 개연성과 자연스러움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버지도 모르는 가훈 ‘지금처럼만 살자’는 소박한 울림을 지니는데,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특별한 저녁식사>는 가족의 의미, 가족의 도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도리를 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어야 진정한 가족이라는 점 또한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특별한 저녁식사>는 정극 연기와 코믹 연기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의 삶 또한 진지하기도 하지만 코믹하기도 하기에, 연극 속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다. 배우들은 연극 속 이야기와 실제 주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있다고 느끼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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