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당신의 부탁’(1) 7명의 서로 다른 엄마, 우리에게 모두 소중한 우리의 엄마

발행일자 | 2018.04.14 00:23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Mothers)>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의 효진(임수정 분)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 분)이 나타나면서, 효진이 종욱에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당신의 부탁>의 영어 제목은 로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7명의 엄마가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모습을 볼 수는 없다. 본지는 임수정이 표현한 엄마의 모습과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멸절(annihilation)’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관점에서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 7명의 엄마!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모두 소중한 우리의 엄마!

<당신의 부탁>에는 서로 다른 7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한 효진, 종욱의 기억 속의 엄마(김선영 분), 종욱의 친엄마를 비롯해, 딸 효진을 위해 인생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명자(오미연 분), 효진의 친구이자 영화 속에서 막 엄마가 된 미란(이상희 분), 예상치 못한 임신을 했지만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낳자마자 입양을 보내야 하는 주미(서신애 분), 불임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엄마 서영(서정연 분)이 등장한다.

명자는 전형적인 우리의 옛날 엄마이고 미란은 전형적인 요즘 엄마라고 볼 수 있는데, 다른 다섯 명의 엄마는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엄마이다. 그렇지만 다섯 명의 엄마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의 엄마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의 관객은 효진뿐만 아니라 다른 여섯 명의 엄마에게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데, 특별한 케이스의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모든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일곱 명의 엄마는 크고 작은 결핍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자식을 사랑하는 좋은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짐을 덜어주기보다는 짐을 지워주는 사람들만 있기에 답답한 효진! 그래서 종욱을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당신의 부탁>에서는 엄마 명자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은 효진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몸과 마음,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효진의 삶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짐을 덜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부담만 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실제로 살면서 효진같이 느끼며 사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그냥 이 모든 부담을 벗어던지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의존을 받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인데,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껴지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남편이 살아있을 때 같이 살지도 않았던 종욱을 효진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한계점에 온 효진을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는 것 같은 부담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운영하던 학원도 문을 닫을 처지가 돼 본인을 챙기기도 힘들었을 효진이 종욱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낭떠러지 앞에 선 자신이 볼 때 종욱은 언제 낭떠러지를 떨어질지도 모르는 더 참담한 상황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난관보다 종욱의 외로움과 슬픔에 자신의 마음을 투사해 공감하고 안쓰럽게 여겼기 때문일 수 있다. 효진은 종욱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봤을 수도 있지만, 본인의 모습을 봤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초등학교 5학년 때 봤을 때는 아닌 것 같았지만 이제 보니 오빠(남편)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고 효진은 미란에게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종욱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기에 명분을 부여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

◇ 감독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감독의 판타지처럼 보이는 인물 정우

언론/배급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동은 감독은 필자의 질문에 효진을 좋아하는 예비 심리 상담가 정우(한주완 분)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밝히긴 했지만, 정우는 감독의 판타지처럼 생각되는 인물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정우는 누나가 하는 카페 일을 도우면서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인데, <당신의 부탁>의 내용이 심리학, 그중에서도 대상관계이론에 무척 부합하고 있고, 감독의 어조 또한 관계성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우가 그냥 주변 인물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정우가 심리상담가가 아니라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는 점 또한 감독의 내면이 투영된 인물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 인물의 내면 및 관계성이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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