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마당 씨의 식탁’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

발행일자 | 2018.04.16 14:34

윤태식 연출, 조정일 극본,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작의 연극 <마당 씨의 식탁>이 4월 13일부터 5월 13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 중이다. 홍연식 원작의 동명 만화가 무대에서 재탄생된 작품으로, 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 연계 콘텐츠 제작지원작이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감동적으로 담고 있다.

공연 초반에는 관객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즐겁고 낭만적으로 볼 수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가 떠올라 다소 불편하고 힘들게 느낄 수도 있는데,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석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모든 게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어머니의 식탁은 부엌보다 넓었다’

<마당 씨의 식탁>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아도 있는 상황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훈훈함이 들어있다.

어제 이사 온 만화가 마당 씨(김순택, 서승원 분)와 그림책 작가인 아내(이지원 분)는 풍요롭지 않은 환경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밥을 먹는 식탁, 작은 텃밭에서 삶의 많은 가치를 찾는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독백이 아닌 방백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은 극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데, <마당 씨의 식탁>에서는 평범함의 가치에 대해 계속 관객들에게 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극의 정서에 관객이 녹아들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머니의 식탁은 부엌보다 넓었다’라는 메시지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많은 여운을 남기는데, 부인과 서로 존댓말을 하는 마당 씨는 아버지(이주형 분)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여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정혜지 분)의 식탁이 가진 의미와 그리움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에서 김장하는 장면, 음식을 만드는 장면, 텃밭을 가꾸는 장면 등은 노래와 함께 하는 뮤지컬로 표현해도 잘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장면이다. 동양예술극장 2관은 소극장인데 2층 좌석도 있을 정도로 천장이 높은 공연장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 동물의 탈과 의상을 착용하지 않고 동물 연기를 펼친 황성현

마루, 주치의, 사진사, 의사2 등 여러 배역을 같이 소화한 황성현은 <마당 씨의 식탁>에서 쥐, 고양이, 토종닭의 동물 연기도 펼쳤다. 동물의 탈과 의상을 착용하지 않고 동물 연기를 하는 것은 더 어려운데, 몸의 움직임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디테일까지 동물적 움직임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동물 탈을 쓰거나 의상을 입었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은 동물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움직임에 있어 약간의 포인트와 줘도 충분할 수 있지만, <마당 씨의 식탁>에서 황성현의 경우 본인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쉬울 수 있지만 디테일까지 충족하려고 할 경우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황성현은 동물적 움직임을 통해 동물적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내면은 의인화된 동물을 보여줘야 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때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의인화 장면이겠지만, 무대 공연에서 의상의 적극적인 도움도 없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무척 돋보인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 깊은 병에 시달리는 부모님, 편하지 않은 가족 관계, 내 부모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윗집 아줌마와 아저씨

<마당 씨의 식탁>에서 마당 씨와 부모님은 모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며, 부모님은 깊은 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공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가족 관계도 그리 화목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데, 반면에 마당 씨가 이사 간 곳의 이웃들은 사소한 일들까지도 마당 씨와 부인을 위해 도와준다.

마당 씨의 입장에서는 윗집 아줌마와 아저씨가 부모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관객들 중에서도 자신을 대입해 그런 상상을 해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극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반대로 부모 또한 그런 상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에서 어머니와 윗집 아줌마, 아버지와 윗집 아저씨는 같은 배우가 1인 2역을 맡는다. 감정이입해서 관람하다 보면, 어쩌면 실제로도 같은 사람이 둘 다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식들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와 밝은 에너지를 주는 아버지는 애초부터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사람인 우리의 아버지일 수 있다는 생각된다. 공연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떤 아버지이든 어떤 어머니이든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공감대가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마당 씨의 식탁’ 공연사진.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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