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국악] 국립국악관현악단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애절한 선율에 가슴 찡한 아리랑

발행일자 | 2018.04.17 21:01

국립국악관현악단 실내악 음악회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이 4월 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전통의 한국음악을 지역적·음악적 특색에 따라 경기권, 남도권, 강원·영남권, 제주·서도권 지역으로 나눠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프로그램인 모던 국악 기행 <제주-서도의 흥>은 같은 장소에서 6월 29일에 공연될 예정이다.

<강원-영남의 힘>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감동을 국립극장으로 연결한 ‘정선아리랑’을 시작으로 제1부는 전통의 음악이, 제2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음악이 펼쳐졌다.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김형조 명인의 ‘정선아리랑’, 애절함의 깊이에 가슴이 뭉클해지다

<강원-영남의 힘>의 첫 곡은 ‘정선아리랑’이었는데, 무대 공연이 펼쳐지기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통해 올림픽의 감동과 정선아리랑의 애절한 선율이 관객석에 전달됐는데, 라이브로 정선아리랑을 들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영상은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정선아리랑의 예능보유자는 국내에 단 네 명 현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대에 오른 김형조 명인은 세월의 풍파와 자신감 있는 에너지를 모두 포함한 목소리로 절절한 감동을 전달했다.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영상과 함께 펼쳐진 정선아리랑은 시골로 찾아가는 여정 같은 느낌을 줬는데, 매년 200시간 이상 정선아리랑을 전수한다는 김형조 명인은 이날 서서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정선아리랑에는 랩이나 불경을 연상하게 만드는 구절도 있었는데, 애환만 있는 게 아니라 풍류와 해학이 있는 가사와 장단을 명인의 목소리를 통해 라이브로 듣는 감동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다.

◇ 단순한 굿을 넘어 완성도 높은 예술 음악으로 발전한 ‘동해안별신굿’

‘동해안별신굿’은 동해안 어촌에서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굿에서 시작했는데, 단순한 굿을 넘어 예술 음악, 예술 공연으로 발전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밝고 경쾌하게 시작한 연주는 모든 악기가 질주하며 처음부터 몰입감을 줬는데, 사물놀이 같은 리듬감이 인상적이었다.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강원-영남의 힘>에서 ‘동해안별신굿’은 전통 원형 그대로 재현됐는데, 장단과 구음의 김정희와 무녀 역할의 김정숙은 오누이로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외국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객 중에도 처음 관람한 사람이 많았을 것인데, 예술로 승화된 종교 의식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계승,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느낄 수 있었다.

◇ 색소폰이 만든 전통악기의 정서 ‘피리와 색소폰을 위한 삼중주 – 춤을 위한 메나리’

<강원-영남의 힘>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악장 문형희와 안수련이 음악 길라잡이로 곡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안수련은 제2부 공연에서 해금 연주자로도 참여했다. 박범훈 작곡의 ‘피리와 색소폰을 위한 삼중주 – 춤을 위한 메나리’는 즉흥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피리(고음피리) 김형석, 대피리(저음피리) 이상준이 만드는 화음이 인상적이었는데, 색소폰과 피리가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시간이었다. 연제호와 김인수는 타악으로 참여했다.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색소폰이 전통악기의 정서를 만든다는 점은 흥미로웠는데, 브라스 밴드(brass band)의 연주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마무리가 전통적이라기보다는 재즈식으로 펼쳐졌는데, 열정적인 무대에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 임교민 편곡의 ‘한恨, 삶, 메나리’와 배새롬 작곡의 ‘밀양, 아리랑’

임교민 편곡의 ‘한恨, 삶, 메나리’와 배새롬 작곡의 ‘밀양, 아리랑’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단원들이 연주했는데, ‘밀양, 아리랑’은 이번 공연을 위해 위촉된 곡이라는 점이 그 의미를 더했다.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강원-영남의 힘’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밀양, 아리랑’은 연주 초반 아쟁과 해금이 애절함을 주고받으면서 곡의 정서를 만들어갔는데, 밀양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든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세상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곡에 담았다는 작곡자의 작곡 노트를 미리 알지 않았더라도, 애절한 리듬 속에 진한 울림을 느끼게 되는 곡이었다.

<강원-영남의 힘>을 관람한 관객은 전통을 들려준 제1부가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제2부가 더 와닿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전통과 현대를 같은 시간에 모은 모던 국악 기행 프로그램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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