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발레]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일반적인 조연 캐릭터, 여기에서는 주인공

발행일자 | 2018.04.19 16:46

국립발레단 제174회 정기공연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가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셰익스피어 원작으로 존 프랑코 안무, 제임스 터글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진행된다.

내숭백단의 요조숙녀 비앙카(김리회, 박예은, 심현희 분)가 주인공이고, 소문난 말괄량이 노처녀 카타리나(김지영, 박슬기, 신승원 분)가 조연인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제목처럼 다른 설정을 하고 있다. 이는 시원스러운 느낌과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데 무용수들도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발레, 처음 관람하는 관객도 기죽지 않고 볼 수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서곡부터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신나게 시작한다. 희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데, 연극적인 요소는 유쾌함을 준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은 재미있는 동작을 할 때도 애드리브가 아닌 정확한 동작을 구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움직임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을 알 수 있다는 점은 관객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돕는데, 상징적인 동작이라기보다는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동작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상적인 동작이 아닌 구체적인 동작은 처음 발레를 관람하는 관객도 기죽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만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4명의 커플 군무, 남자 무용수 12명의 군무 등 속도감 있는 빠른 동작으로 구성돼 흥겹게 관람할 수 있는데, 특히 제1막의 마지막 장면 인상적이다. 도미노와 같이 쓰러지는 무용수들이 단체로 누워서 큰 박수를 받는다는 장면은 무척 흥미롭다.

◇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카타리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은 표정의 박슬기와 김기완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카타리나는 감정적으로 다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동작과 안무 또한 그러한데, 발레를 볼 때 비련의 여주인공에게 익숙한 관객에게는 신선하면서도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드는 시원함을 선사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전막 프레스콜에서 빠르고 산뜻한 움직임을 보여준 박슬기는 회전 동작에서도 속도감을 유지해 안무를 통한 카타리나 성격과 내면 전달을 효과적으로 했다. 페트루키오(이동훈, 이재우, 김기완 분) 역의 김기완의 뺨을 진짜 세게 때릴 때 관객들은 놀라며 탄성을 보냈는데, 연극도 아닌 발레에서 저렇게 리얼하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리얼한 장면을 통해 박슬기와 김기완은 모두 더욱 강하게 역할에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름답게 표현한다고 생각하던 관객은 이게 연기와 안무가 아니라 실제일 수도 있다고 감정이입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페트루키오의 뺨을 리얼하게 때리는 장면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더라도, 감정을 억제하거나 숨기지 않고 표출하는 카타리나 역을 맡은 발레리나는 이전의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 혹시 쌓였을 수도 있는 묶은 체증을 다 날려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 초반부터 카타리나는 캐릭터 구축이 확실한데,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아닌 특징적인 표정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감정 전달 가능한 캐릭터라는 점이 주목된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데, 박슬기는 크고 명확한 표정을 인상적으로 잘 표현했고, 상대역인 김기완의 표정 연기도 동일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카타리나는 움직임 자체가 주목을 끄는 역할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정 변화를 주더라도 신체의 전체적인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긴 관객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적인 표현을 할 때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효과적이라면, 카타리나같이 성격과 움직임이 확실한 캐릭터는 특징적인 표정을 유지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비앙카와 루첸시오(허서명, 하지석, 박종석 분)는 카타리나와 페트루키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안무를 보여주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은 대비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카타리나의 움직임 변화를 통한 내면 표출되는 점 또한 흥미로운데, 처음에는 선머슴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가, 수줍음을 표현하지만 여전히 처음의 뉘앙스를 유지하지만, 점점 더 얌전해진다는 점은 작품의 제목이 참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카타리나의 변화를 보면 정말 사랑하면 고분고분해진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박슬기는 그런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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