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배우 차재이의 되새김질: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5화 ‘몽지의 팩트’

발행일자 | 2018.05.02 17:00

(편집자 주) 본지는 웹드라마 <낫베이직>에서 방잔수 역으로 출연하는 차재이 배우가 직접 쓴 리뷰를 게재합니다. 드라마 속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작 아씨네메죵, 연출/각본 김남매, 촬영감독 김기영, 네이버TV의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5화는 ‘몽지의 팩트’입니다.
 
필자가 배우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건, ‘연기력’이 아닌 ‘외모’였다. “코가 너무 낮다”, “키가 너무 크다”, “눈이 너무 동그랗다” 등등. 이십 대 후반이 되고 필모그래피가 조금씩 쌓이자 외모에 대한 지적은 줄었다.
 
단순히 시대가 변해서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강남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즐비하게 들어선 성형외과들의 성업은 여전하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마른 모델 퇴출하기’ 운동도 불이 붙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런웨이는 언제나 그렇듯 마론 인형 같은 모델들로 빽빽하다. 대학교 입학 선물 1위가 쌍꺼풀 수술이라는 뉴스 보도도 우리가 얼마나 외모 지상주의에 길들여져 있는가의 논지를 증명한다.
 
자기 자신을 가꾼다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 적당한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인간의 삶이다. 허나 이러한 자기관리가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면 이 ‘가꿈’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일까?
 
◇ 팩트(pact)와 팩트(fact)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메이크업을 완성 시켜주는 유명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을 빗댄 <낫베이직> 제5화의 제목은 꽤나 재치 있다. 이 유쾌한 패러디는 ‘앵커룸 27’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몽지(조주리 분)의 직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제4화까지 몽지는 방잔수(차재이 분) 옆에서 소소한 존재감을 뽐내 왔다. 제2화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그녀의 책 출간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잊히는 듯했으나, 마침내 출간일이 닥쳤을 때, 몽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몽지의 라이벌 퐁니(김서린 분)의 등장은 몽지가 이제까지 표현하지 않았던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몽지(조주리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몽지(조주리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몽지가 잔수의 앙숙 방혁방(김번영 분)이 판매하는 크림을 자신의 책과 함께 진열해 놓은 걸 보았을 때, 몽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적인 것만이 아닌, 시간과 노력에 의해 축적돼 가는 것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쉽게 납득하기 힘든 건 책까지 출간하며 성공을 이룬 몽지가 퐁니에 대해 지나치게 질투한다는 점. 퐁니 앞에서의 몽지는 이제까지 잔수와의 관계 혹은 ‘앵커룸 27’ 팀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귀여움과 유함을 담당했던 몽지와는 확실히 다르다.
 
새로 등장한 인물 퐁니. 그녀는 권위적이며 경쟁심이 강하고 관심에 목말라 있다. 퐁니와 몽지와의 갈등은 몽지가 추구하고자 하는 ‘아름다움’과 사회가 추구하는 피상적 아름다움의 갈등이 아닐까.
 
제5화에서 몽지의 모습은 로드 숍 화장품 가게에서 스무 가지 비슷한 빨간색을 놓고 어떤 색이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릴는지 고민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떤 빨간색을 고르냐가 아닌, 어느 빨간색을 고르던 그것을 자신 있게 소화하는 모습임을 몽지는 깨닫지 못하는 듯 보인다.
 
◇ 꽃과 물
 
모이(요미 분)는 말한다. “하지만 꽃은 물을 필요로 하고, 우리 사람은 꽃과 물, 둘 다 필요하죠.” 그리고는 창밖 먼 곳을 바라본다. 항상 이상적은 꿈을 꾸고 그걸 그대로 내뱉는 모이. 몽환적으로만 들릴 수 있는 이 말을 몽지의 경우에 대입해 해석해보면 어떨까?
 
‘꽃’이 몽지, 그리고 그녀가 지향하는 내면의 미(美)라고 하면, ‘물’은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끊임없는 갈증이다. 그렇다면 모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은 ‘꽃’과 ‘물’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당연하고, 안타깝지만 현실은 둘 다를 요구한다는 것.
 
때문에 몽지는, 혹은 몽지와 같은 우리들은 자신이 주체하지 못하는 질투심과 화 때문에 당황할 필요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화조차 인정해버리면 그만이다.

‘낫베이직’ 모이(요미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모이(요미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모이가 말하는 ‘꽃’과 ‘물’의 균형을 가장 잘 맞춘 사람은 몰리(애슐란 준 분)이다. 그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떠한 옷을 입어도 자기 자신에 당당하다. 대로 이 균형이 가장 깨져 있는 사람은 잔수. 제5화의 마지막 순간, 잔수는 결국 나예브 아나운서에 대한 질투심과 방혁방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고 만다.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음속에 있던 모든 걸 방혁방에게 쏟아 내지만,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도망치는 잔수의 모습은 상당히 짠하다.
 
제5화에서 몰리와 잔수가 동시에 잡히는 숏은 찾아보기 힘들다. 흑과 백. 극과 극을 달리는 그 들 사이에 항상 몽지의 컷이 껴 있다. 몽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등이자 여러 모습을 가진 아름다움 그 자체이며, 그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 몰리와 몽지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아름다움이 편향된 시선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라는 <낫베이직> 제작진의 마음이 아닐까.

‘낫베이직’ 몰리(애슐란 준 분), 몽지(조주리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몰리(애슐란 준 분), 몽지(조주리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 배우의 한마디 : 조주리

‘낫베이직’ 조주리(몽지 역). 사진=‘낫베이직’ 제공
<‘낫베이직’ 조주리(몽지 역). 사진=‘낫베이직’ 제공>

“몽지를 한마디로 한다면 ‘빨간 립스틱’이에요.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자기 일에 대한 야망과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캐릭터죠. 현실 속 누구라도 자신의 목표와 야망을 위해서 가면을 쓰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도 “몽지”라는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현실 속 몽지들 파이팅!”
 
작성 차재이 배우
편집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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