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서울국제여성영화제(8) ‘브레드위너’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 그중에서도 가장 약자의 이야기

발행일자 | 2018.05.21 16:57

노라 투메이 감독의 <브레드위너(The Breadwinner)>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 2018) 새로운 물결 세션의 한국 프리미어(Korean Premiere) 상영작이다. 데보라 엘리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으로, 탈레반 세력에 아버지가 감금된 이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하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약자가 억압에 맞서 어떻게 힘을 갖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누구든 내가 선택하지 않았어도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났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관람하는 내내 무척 마음이 아픈 영화이다. <브래드위너>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긍정성을 찾아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보호받지 못한 사람 중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사람, 그중에서도 더 보호받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
 
<브래드위너>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다리가 온전하지 않은 아버지는 탈레반 세력에 감금된다. 소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한다. 소녀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고 어리다.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 하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집안도 부유하지 않은데, 여자의 사회생활이 녹녹하지 않은 사회에서 아직 성인도 아닌 소녀인 것이다. <브래드위너>는 보호받지 못한 사람 중에서도 더 보호받지 못한 사람, 그중에서도 가장 보호받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 그중에서도 가장 약자의 이야기이다.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약자는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다. 약자라고 하더라도 강자에 저항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저항의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약자도 있지만,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는 저항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약자 또한 자신에게 또 다른 강자로 군림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브래드위너>에 감정이입한 관객은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사회 전체적인 시야로 애니메이션을 바라볼 수 있다. 소녀가 남장을 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응원하는 마음 또한 영화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마음 아프고 껄끄러운 이야기를 완충한 2D 애니메이션
 
<브래드위너>는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2D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인 화려함을 강조하는 3D 애니메이션에 비해 정서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다. 만약 <브래드위너>가 실사영화나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면, 배우와 관객 모두 매우 불편한 시간을 공유해야 했을 것이다.
 
동화적인 영상으로 표현된 <브래드위너>는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이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를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주변의 많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소녀의 마음을 계속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브레드위너’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아픈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영상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만들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 초반부터 깊게 감정이입한 관객과 처음에는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관객 모두 결국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영상에서 감정의 장벽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브래드위너>에서의 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 원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사영화나 3D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이런 설정은 표현하기에 자연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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