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데드풀 2’ 우린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발행일자 | 2018.05.26 06:38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데드풀 2(Deadpool 2)’는 ‘B급 영화’가 수준 낮은 영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엄연한 하나의 장르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드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 분)과 운명의 여자 친구 바네사(모레나 바카린 분)와의 불같은 사랑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도 무척 중요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미래에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용병 케이블(조슈 브롤린 분) 또한 절대악당으로 보였었지만 데드풀과 정서적 교감을 이룬다는 점이 주목된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정말 잘 만든 B급 영화
 
‘데드풀 2’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다. 19금 영화답게 표현에 거침이 없다.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가족영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재치를 발휘한다. 19금이 적합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제외해 15세 등급을 받는 영화를 볼 때의 답답함과 표현 못 함이 ‘데드풀 2’에는 없다.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주인공에게 바로 시련을 준다는 점도 어른 영화답다. 시련과 결핍을 가진 채로 영화에 들어가게 되는데, 풀과 감정이입한 관객 모두에게 해당된다. 영화는 관객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한다며 시간을 끌지 않는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2’는 정말 잘 만든 B급 영화로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19금 영화답게 동심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동심 대신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삐딱한 관객이 할 것 같은 질문을 영화 속에서 풀이 스스로 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연극 속 방백처럼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에 대해 구시대적인 표현법이라고 말하던 사람도 <데드풀 2>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정말 진지한 순간에 B급 유머를 작렬하는데, 동성애 코드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을 풀의 장난스러움과 악동스러움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표현도 흥미롭다. ‘데드풀 2’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B급 유머를 작렬하는데 있지 않고,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가치들을 그 안에 담고 있다는 데 있다.
 
◇ 자신감과 소속감, 안전감과 가족의 의미
 
아빠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풀,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풀의 모습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외롭고 무섭고 가족도 없다”라고 말하는 영화 속 돌연변이의 말을 들으면, 실제로 돌연변이 취급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죽음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바네사와 바네사에게로 가서 안전감을 찾고 싶은 데드풀의 모습은 연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데드풀 2’가 정말 진지하게만 펼쳐졌다면 이 메시지는 신선하기보다 너무 교훈적인 면에 치중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널 위한 희생의 가치, 넌 나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의 의미와 파워, 널 위한 가족은 분명히 있다는 메시지, 우린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팝콘무비를 볼 때처럼 삐딱하게 앉아 냉소를 공유하던 관객들을 순식간에 울릴 수 있다,
 
‘데드풀 2’를 보면 ‘생물학적 가족만 가족이 아니다’, ‘가족의 역할을 하는 관계가 가족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가 스스로 말하는 ‘가족영화’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최근 히어로 무비의 진화, 단순 선악 대결이 아님
 
최근 히어로 무비의 진화는 흥미로운데, 단순 선악의 대결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악당도 결핍이 있고 슈퍼히어로도 결핍이 있다. 악당만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슈퍼히어로가 더 분노 조절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악당이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잘못된 시각에서의 나쁜 말이 아니라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경우가 요즘 영화에서 종종 있는데, ‘데드풀 2’ 또한 그러하다.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데드풀’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는 기존 가치관이 더 이상 설득력을 충분히 얻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데드풀 2’의 관객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 영화에 적용 가능한 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B급 영화’도 ‘B급’으로만 승부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잘 만들어야 한다는 점, 관객에게 무조건 메시지를 주입하기보다는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인물을 설정할 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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