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자기대상(1)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자기대상이 필요하다

발행일자 | 2018.07.13 15:31

박준화 연출, 정은영 극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 김미소(박민영 분)의 퇴사밀당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제목에 ‘김비서’란 표현이 들어있으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 전체는 김비서가 아닌 부회장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로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으로 박서준과 박민영을 바라보면,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자기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자기대상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자기대상이 필요하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자기애로 똘똘 뭉친 완벽남 박서준에게는 무엇인가 숨 막히게 두려운 공포증이 있고 매일 악몽에 시달려 왔다. 어떤 누구에게도 부러움을 살 만큼 완벽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누구에게도 힘든 고통을 겪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박서준에게 부족한 것이 공포증이라면, 박서준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것 박민영이다. 제1화에서 박민영은 “저는 살면서 부회장님 같이 완벽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박서준에게 말했다. 박서준은 스스로 강력한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지만, 박민영에게 인정과 반영을 받을 때 더욱 자신감을 보인다는 것을 제12화까지 진행되면서 매화 보여주고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는데,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내가 나를 직접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이 반영하고 보여주는 나를 통해서 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상대방)을 뜻한다. 나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통해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9년간 비서로 있었던 박민영이 이제는 비서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박서준은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박민영에게 잘해주기 시작했다. 제12화에서는 박서준과 박민영의 어릴 적 이야기가 모두 공개돼, 그것만으로도 박서준이 박민영을 붙잡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초반에는 9년간의 정과 사랑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자기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어땠을까? 9년간 나를 비춰준 자기대상이 없어진다면? 자기대상은 짧은 기간이라도 큰 의미가 있는데, 9년 동안에 정들고 익숙해진 자기대상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익숙함의 힘은 예상보다 위력이 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나르시시즘의 끝판왕인 부회장 박서준은 금세기 최고의 나르시시즘을 가진 자기애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스스로 도취된 상태로 모든 게 완료될 것 같고 재력이나 지식, 판단력 등을 볼 때도 충분히 그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박서준은 박민영에게 꼭 질문하고 답변 받기를 바란다. “김비서! 나 지금 어때?”라는 질문을 던질 때까지는 항상 근엄한데, “완벽하십니다.”라는 답변을 듣는 순간 얼굴이 펴진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신감이 넘치는 자뻑 나르시시즘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타인을 통해 확인을 받아야 자신의 존재감을 드디어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상관인 부회장이 김비서의 자기대상이 되는 게 일반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에게도 자기대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 김비서는 부회장의 거울 자기대상이면서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김비서는 부회장의 비서로 업무를 서포트하면서 부회장의 자기대상이 되고 있다. 김비서는 부회장의 거울 자기대상이면서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부회장의 거울 자기대상이라는 점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라도, 이상화 자기대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부회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비서가 있어야 본인이 완벽해지고 김비서가 있어야 본인의 나르시시즘이 살아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부회장의 이상화 자기대상이 되는 이유는, 부회장에 비해 김비서가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를 가졌다기보다는 김비서와 함께 있을 때 더욱 본인이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부회장에게 미묘하게 부족한 부분과 결핍을 김비서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에 김비서가 그만둔다고 한 후 부회장은 당황한다. 제1화 기준으로 볼 때 자신도 모른 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12화 기준으로 볼 때 어릴 적 경험과 기억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보면 제1화와 제12화에서 찾은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초반에 부회장은 김비서를 칭찬하지 않았었다. 김비서가 자기에게 어떤 존재인지 깨달으면서부터 김비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자기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완벽한 자기대상이었던 김비서가 더 이상 자기대상이 안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직면하면서, 김비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김비서가 부회장의 자기대상이 아니면서 부회장의 사랑을 받게 됐으면 어땠을까? 다른 여타의 이야기처럼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충족시키는, 재벌과 평범한 여직원과의 뻔한 구도가 됐을 수도 있다. 심리학, 특히 대상관계이론에 입각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 정말 놀라운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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