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과 박민영의 사리대화와 심정대화

발행일자 | 2018.07.15 02:28

박준화 연출, 정은영 극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서준(이영준 역)과 박민영(비서 김미소 역)은 회사에서 상관과 직원의 관계이면서 서로 사귀기 시작한 사이다.
 
업무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업무적인 대화를 하고, 퇴근 후 데이트 시간에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실제로 사귀고 있으면서 마음과 감정의 대화를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잘 나누는 커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9화 후반부에 박서준과 박민영의 대화와 내면 독백을 보면 마음속으로는 ‘심정대화(心情對話)’를 하고 싶으면서도 말은 ‘사리대화(事理對話)’가 나오는 상황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던 박서준과 박민영은 제12화 전반부에는 심정대화를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비서인가, 김미소인가’, ‘부회장인가, 오빠인가’는 ‘사리대화인가, 심정대화인가’를 나누는 기준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사리대화와 심정대화!
 
일반적으로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감정의 전달하기도 하고, 감성을 전달하기도 한다. 비언어적 표현이 있기도 하고, 문자, 메일 등을 통해 언어가 소통되기도 하지만, 언어의 주요 소통 통로는 대화이다.
 
대화는 어떤 사항을 담느냐에 따라, 이야기 표면의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사리대화’와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주고받는 심정대화로 나뉜다. 언어를 사용한 대화로 지식과 정보를 통한 소통을 할 수도 있고, 감정을 주고받는 마음의 소통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사리 대화를 해야 될 때와 심정 대화를 해야 할 때는 나뉠 수 있는데, 심정 대화를 해야 하는 때 사리 대화를 할 경우, 특히 두 사람의 대화 중 한 사람은 심정 대화를 원하는데 사리 대화로 답할 경우 소통을 이뤄지지 않고 마음 또한 서먹하거나 답답해질 수도 있다.
 
◇ 제9화 후반부! 심정대화를 하고 싶으면서도 자존심과 민망함에 사리대화를 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9화 후반부에는 평소에 박민영에게 시켰던 업무를 박서준이 직접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박민영은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연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주지 말고 본인이 9년간 했던 일을 그대로 시키라고 요청하는데, 박민영을 위하는 마음을 전달하다가 “겨우 그런 일”이라는 표현과 그에 대한 반응에 서로가 마음을 상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서준과 박민영은 근무 시간에 언쟁으로 인해 서먹해진 것을 저녁에 데이트하면서 오해를 풀고 싶은데, 두 사람 모두 먼저 저녁 먹으며 이야기하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는 못한다. 대화 속 두 사람의 사리대화와, 독백 속 두 사람의 심정대화의 대비에 공감했던 시청자는 꽤 많을 것이다.
 
박서준(대화) “흐흠... 오늘 내 일정 다 끝난 거 맞나?”
박서준(독백) “우리 둘, 화해할 일정이 남았다고 말해.”
박민영(대화) “네. 남은 일정은 없습니다.”
박민영(독백) “그럼 같이 저녁 먹어야죠. 오해 풀자고 말해요.”
박서준(대화) “그래, 김비서도 이만 퇴근하지.”
박서준(독백) “이대로 그냥 퇴근하지 말고, 같이 어디든 가자고 말해.”
박민영(대화) “네. 그럼 저도 퇴근하겠습니다.”
박민영(독백) “김비서는 퇴근하고 김미소는 나랑 데이트하자고 말해요.”
박서준(대화) “그래, 그럼 난 이만”
박민영(독백) “뭐해, 빨리 따라오지...라고 말해요.”
박서준(독백) “얼른, 가지 마세요....라고 말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결국 당장은 같이 나가지 못하고 답답함을 보인 두 사람이 한 독백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정대화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먼저 심정대화를 꺼내기가 민망해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박서준과 박민영의 대화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많은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심정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심정대화를 잘 할 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심정대화를 꺼낼 용기가 없어서 일수도 있다는 것을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9화는 보여주고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제12화 전반부! 서로 친해진 만큼 사리대화도 자연스러워졌다
 
박서준과 박민영은 계속 심정대화에 서투를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12화 전반부를 보면 두 사람의 대화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이 달달한 대화라며 설레는 때를 보면, 주인공들이 사리대화가 아닌 심정대화를 할 때가 많다.
 
박민영(독백) (박서준 집 게스트 룸에서 혼자 자려고 하다가) “좀 무서운데”
박민영(대화) (불을 켜니 박서준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아악!”
박서준(대화) (놀라며) “헉”
박민영(대화) (다시 놀라며) “헉”
박서준(대화) “김비서! 괜찮나?”
박민영(대화) “놀랐잖아요. 무슨 일이에요?”
박서준(대화)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어. 김비서 집은 아담해서 김비서가 뭐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내 집은 그럴 수가 없잖아, 지나치게 넓어서. 넓은 집이 불편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박민영(대화) “그래서요?”
박서준(대화) “잘 자는지 확인하고 싶어. 내 옆에 두고”
박민영(대화) “옆이요?”
박서준(대화) “여긴 소파도 없고, 내가 바닥에서 자면 김비서가 밤새 신경 쓰일 테니까, 침대에서 같이 자 주지. (사이) 김비서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하지만, 내 머릿속은 김비서로 향한 걱정으로 가득 차서 다른 생각을 품을 공간이 없지. 그러니까 아무 생각 말고 푹 자.”
박민영(독백)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이상 거절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지겠지. (사이, 어색해하며) 무슨 말이라도 해요, 제발.”
박서준(독백)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어색함을 깨려면? 빨리 작동하렴, 나의 스페셜 한 두뇌여.”
박서준(대화) “김비서!”
박민영(대화) “네, 부회장님!”
박서준(대화) “자장가 불러줄까?”
박민영(독백) “오글거리지만 뭐든 해요.”
박민영(대화) “네, 불러 주세요.”
박서준(독백) “민망하긴 하지만 뭐든 하자.”
박서준(대화) “좋아, 내 특별히 불러주지.” (‘지금 이 순간’을 민망하면서도 달달하게 부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2화에서도 박서준과 박민영은 속으로 하는 생각을 그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독백과는 다른 표현으로 대화를 하지만, 제9화처럼 독백의 내용에 반대되는 내용이 아닌 같은 의미와 뉘앙스의 정제된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심정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는 점차 줄어드는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12화를 보면 심정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색함과 민망함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알아가며 사귀는 남녀관계가 아닐지라도 심정대화에는 일정 부분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할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내가 심정대화를 해야 하는 시간에 사리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심정대화를 해야 하는 시간에 용기와 솔직함이 없어서 반대되는 심정대화를 하고 있었던 되돌아보게 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벌 남자와 일반인 여자의 뻔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다룬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심리학 그 자체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감정이입해 몰입한 채 따라가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뻔할 수도 있는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설정과 구도에 감탄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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