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발레] ‘KNB MOVEMET SERIES 4’(1) 송정빈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박슬기 <Smombie>

발행일자 | 2018.08.06 13:46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T SERIES 4>가 8월 4일부터 5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공연됐다. 소속 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 능력을 발굴해 차세대 안무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육성하겠다는 강수진 예술감독의 취지로 시작해 4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송정빈, 박슬기, 정영재, 배민순, 신승원, 이영철, 박나리, 김명규 등 8명의 무용수가 밀도 있고 신선한 안무를 선보였다. 본지는 2편의 작품씩 4회, 그리고 발레를 배우는 초등학생의 직접 후기까지 총 5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할 예정이다. 첫 작품은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와 박슬기 안무 <Smombie>이다.
 
◇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송정빈 안무의 <포모나와 베르툼누스>는 발레리나 김지현과 발레리노 허서명이 선보인 2인무이다. 정중동의 안무는 두 사람의 화려한 개인기와 감성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KNB MOVEMET SERIES 4’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이 작품에는 세 가지 스타일의 안무가 나온다. 전통적인 발레 공연의 파드되, 그랑파드되에서처럼 남자무용수인 발레리노가 리더가 되고 여자무용수인 발레리나가 팔로어가 되는 안무, 같은 동작을 두 사람의 군무로 소화하는 안무, 서로 손을 잡고 커넥션 된 채로 같은 안무를 펼치는 안무이다. 길지 않는 공연 시간에서의 농축된 다양함은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다.
 
<포모나와 베르툼누스>는 여러 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아름다운 숲의 림프인 포모나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관람했더라도 무언가 계속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인데, 기술적인 안무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고난도 동작을 천천히 하면서 그 안에 동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정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고난도 동작을 천천히 하는 것은 빠르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KNB MOVEMET SERIES 4’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송정빈 안무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포모나와 베르툼누스>는 중편이나 장편 작품으로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서적인 면이 감성을 이끌었다면, 김지현과 허서명의 연속 회전은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안무를 할 때 허서명의 표정은 전문 연기자처럼 무척 좋았고, 김지현은 긴 팔을 이용한 동작 표현 못지않게 표정 연기의 뛰어남도 발휘했다.
 
단 두 명의 무용수만 등장하고, 음악과 조명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예술성과 기술력을 표현할 수 있은 작품을 안무한 송정빈은 커튼콜에서 무용수들보다 한 발 뒤에서 인사를 하는 겸손함도 발휘했다.
 
◇ 박슬기 안무 <Smombie>
 
박슬기 안무의 <Smombie>에서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빠져 외부 세계와 단절된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에 지배당하고 있지 않은지 안무가는 움직임을 통해 지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박나리, 박슬기, 변성완, 이영철 등 네 명의 무용수는 조명으로 각자의 공간을 만든다. 각각 두 개의 직사각형 조명이 비스듬하게 겹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처음에는 단지 단순한 스마트폰과 같은 직사각형에서 시각적 변형을 준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조명이 확장되면서 네 명의 공간에 겹치는 부분이 생겨 모두의 공간이 연결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천청 조명도 측면 조명처럼 활용됐다. 천정과 측면이 서로 다른 면이 아니라 다른 위치에 있는 동등한 면이라는 뉘앙스가 전달됨, 혹은 어느 방향에서의 조명일지라도 각각의 조명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을 수도 있다.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빠른 리듬감이 드는 음악은 빠른 움직임과 잘 어울렸는데, 교통사고를 연상하게 만드는 음향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Smombie>의 안무 동작을 보면 다른 장르의 춤 혹은 일상에서 가져온 동작을 발레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무용수가 어린이의 동작을 해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클래식 발레를 주로 하는 국립발레단이 모던 발레, 현대 발레 또한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박슬기 안무 ‘Smombie’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공연 마지막에 조명으로 만든 장막은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스몸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든다. 스몸비의 영역(무대)에서 외부 세계(관객석)를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무용수의 마지막 표정과 행동을 보면 외부 세계(무대)에서 조명 장막을 통해 그 안(관객석)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보는 듯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와닿는다.
 
<Smombie>에서 동시대의 관객들이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추상적일 수도 있는 움직임을 관객들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관객이 초연 작품을 편하게 몰입해 즐기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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